미술시장 양극화현상 심상찮다

      2008.06.30 17:03   수정 : 2014.11.07 00:44기사원문

▲ ‘미래 블루칩 작가’ 로 떠오른 최영걸의 ‘가을 소감’.

국내 미술 시장이 세대별로 양극화하고 있다.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의 젊은 작가들이 급부상하고 있는 반면, 40대 후반부터 70대까지의 중견·원로 작가들은 시장에서 크게 외면을 당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화랑들의 기획 초대전도 대부분 젊은 작가들에 쏠린 나머지 지금까지 미술시장을 지탱해 왔던 중견·원로 작가들은 작품을 그려놓고도 전시를 못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지난 27일 서울 삼성동 코에스에서 막을 내린 제3회 서울오픈아트페어(SOAF)에서도 확인됐다. 그동안 ‘블루칩 작가’로 군림해왔던 김종학, 이대원, 김형근, 오치균, 사석원 등은 주춤한 반면에 이호련, 윤종석, 최영걸, 박성민, 홍경택, 도성욱, 이길우, 이우림, 이정웅 등 젊은 작가들은 ‘미래의 블루칩 작가’로 불리며 작품이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열린 서울옥션과 K옥션의 경매 결과도 젊은 작가들의 가파른 상승세가 확실히 눈에 띄었다. 서울옥션이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실시한 ‘커팅 엣지’ 경매에서는 윤종석, 이호련, 이이남, 임만혁, 홍지연, 박성민 등 59명의 출품작 59점 가운데 56점이 팔려 낙찰률 94.9%를 기록하는 놀라운 실적을 보였다. 윤종석의 ‘흐르는 가벼움-별·이소룡’의 경우 추정가보다 2배 높은 3300만원에 팔렸으며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대부분 추정가의 2배 안팎에서 낙찰됐다.

K옥션의 경매에서도 젊은 작가들의 기세는 역시 무서웠다. 최소영, 윤병락, 홍경택, 배준성, 정보영, 도성욱, 박성민, 한성필, 이동기, 정명조, 이길우 등의 작품들이 서울옥션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추정가보다 2배 안팎의 높은 가격에 팔렸다.

컬렉터들은 어째서 이미 시장에서 검증 받은 중견·원로 작가들을 외면한 채 젊은 작가들에게 쏠리는 것일까. 동산방 화랑 박우홍 대표는 “요즘 경매나 아트페어에는 젊은 작가밖에 보이지 않는다. 500만∼700만원대의 젊은 작가들을 1500만원 수준으로 띄우기가 중견·원로 작가들에 비해 훨씬 쉽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의 말대로 최근 젊은 작가군으로의 쏠림 현상은 ‘로또 대박 심리’와 비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견·원로 작가들은 지난 2년 동안 이미 오를 대로 올라 있어 까딱하면 상투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젊은 작가들은 아직 작품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혹시 머지않은 장래에 뜬다면 지금 산 가격의 몇 배를 챙길 수 있다는 심리가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다.

▲ 지난달 27일 막을 내린 제3회 서울오픈아트페어,20대 후반∼40대 초반 작가들의 작품이 불티나게 팔린 반면,중견·원로 작가들의 작품은 컬렉터들로부터 외면당했다.

미술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미술시장을 왜곡시킨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경매나 아트페어가 젊은 작가들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화랑들도 덩달아 이런 현상에 동조하다보니 작품성보다는 상업성에만 매달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작품성보다 ‘몸값 올리기’에만 신경을 쓸 경우 머지않아 미술시장 전체가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화랑 대표들은 우려를 표시했다.

일명 화랑 백화점으로 불리는 서울 청담동의 네이처포엠에 입주한 화랑들은 “조정기가 끝난 줄 알았는데 아직도 한국 경제가 불투명한 탓인지 미술계의 큰손들이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다음과 같은 명언을 들려줬다. “좋은 작품은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팔린다.

미술에 입문한 초보 컬렉터들은 ‘한방’을 바라기보다 좋은 작품에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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