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 “일본을 배우자”
2008.09.02 21:12
수정 : 2014.11.06 03:05기사원문
한국 종합상사가 일본의 상사 제도를 ‘벤치마킹’하며 사업모델 대변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종합상사는 사업다각화와 해외진출에 가속도를 내면서 한국과의 격차를 벌려나가고 있다.
SK증권이 삼성물산, SK네트웍스, LG상사, 대우인터내셔널, 현대종합상사 등 5대 종합상사와 일본의 5대 종합상사의 최근 경영현황을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미쓰비시, 미쓰이, 이토추 등 일본 5대 종합상사의 지난 1·4분기 매출액은 178조3620억원으로 같은 기간 한국 종합상사 매출액인 53조4790억원에 비해 3.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또 세전이익과 순이익에서 각각 10배와 8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일본은 자원개발 수익 창출 단계
일본 종합상사들은 안정된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자원개발전략, 지역다변화전략으로 현재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종합상사들이 2000년 초중반까지 수출대행 비중이 높은 상황 속에 일본 종합상사들은 해외 자원개발 시장을 공략해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 최근 원유 및 가스, 석탄, 구리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그동안 일궈놓은 해외 자원개발사업이 빛을 발하고 있다.
미쓰비시상사의 경우 지난 1·4 분기 기준 매출 총이익의 8.3%가 에너지부문에서, 29.4%가 광물부문에서 창출됐다. 또 같은 기간 미쓰이상사 매출 총액의 27.3%가 에너지부분, 14.9%는 광물부문이 차지했다. 국내 종합상사들도 최근 자원개발에 뛰어들었으나 초기단계에 머물러 수익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적잖은 기간이 요구되고 있다.
해외 사업 경영권 확보도 격차가 커졌다. 국내 종합상사의 연결대상 및 지분법적용 대상 자회사는 사별로 10∼20개 수준에 그쳤다. 이에 반해 일본 종합상사는 사별로 400∼800개의 자회사를 확보했다.
국내 종합상사들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사업성 여부를 떠나 사업조정에 나섰지만 일본 종합상사는 국내외에서 자원개발, 생필품, 의료, 통신 등 전부문에 확장 정책을 폈다.
2008년 4∼6월 이토추상사의 자회사 중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자회사수는 일본내 280개사 중 211개사, 해외 340개사 중 226개사로 70%가 넘는 자회사가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돈되는 건 다한다
‘돈되는 건 다한다’는 일본 종합상사의 경영 전략을 국내 기업들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쓰이물산은 과거 발전소, 유전기지 등 개별 건설공사 중심에서 점차 공업단지 조성을 위한 도로, 항만 등 인프라 정비 및 주택, 학교, 공원 건설 등 정부의 국토개발 사업에의 참여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스미토모상사는 슈퍼마켓, 약국, 이탈리안 커피숍 등에도 진출하고 있다. 미쓰비시상사는 프라이드치킨을 판매하는 KFC, 참치덮밥집 등에 30% 이상 지분 참여를 하고 있다. 마루베니도 튀김 덮밥집인 ‘텐야’에 51% 지분을 확보했다.
SK증권 김경기 애널리스트는 “자원개발은 물론이고 국내의 유통, 서비스, 제조업에 대한 진출을 통해 사업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요구된다”면서 “지역다변화전략을 구사해 북미, 유럽시장 이외의 브릭스 국가로 진출하는 일본 상사의 전략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조은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