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 최고의 심리드라마 ‘돈 카를로’ 무대에
2008.10.29 21:55
수정 : 2014.11.04 19:51기사원문
서울시오페라단(단장 박세원)이 지난해부터 이어오고 있는 ‘베르디 빅 5’ 네 번째 무대가 오는 11월 27∼3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회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16세기 스페인 제국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펠리페 2세와 그의 아들 카를로 왕자 사이에서 벌어졌던 역사적 사건과 암투를 소재로 한 4막 오페라 ‘돈 카를로’다.
부자간의 갈등을 근간으로 사랑과 질투, 우정과 신념, 종교와 정치 등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는 ‘돈 카를로’는 흔히 베르디 최고의 심리 드라마로 통한다.
절대군주 펠리페 2세와 부왕의 권위에 도전하는 카를로 왕자, 카를로의 약혼녀였지만 결국 펠리페 2세의 세 번째 부인이 되는 엘리자베타, 그리고 펠리페 2세의 정부로 카를로를 사랑하는 에볼리 등 오페라에 등장하는 4명의 주인공은 서로 어긋난 운명에 괴로워하며 비극을 향해 달려간다.
결혼을 약속했던 연인이 아버지와 결혼하게 됐다는 소식들 듣고 부르는 ‘나의 여인을 잃었네’(카를로)나 사랑을 얻지 못한 자의 슬픔과 절규가 담긴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네’(펠리페 2세) 등은 이런 속사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돈 카를로’는 베이스·바리톤 등 남성 저음 가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는 유명 아리아가 부족하다는 불평이 없지 않지만 남성 성악가들이 누가 더 묵직한 소리를 내는지 경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주는 몇몇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라는 평가다. 테너인 카를로 왕자를 제외하면 펠리페 2세를 비롯해 수도원장·종교재판관 등은 모두 베이스이고, 카를로의 친구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로드리고의 음역은 바리톤이다.
‘친절한 오페라’를 내세우고 있는 서울시오페라단의 제작 방식도 주목된다. ‘오페라는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서울시오페라단은 난해한 현대적 연출을 지양하겠다고 밝혔다.
오페라 공연 전 작품의 무대인 스페인에서 촬영한 동영상과 함께 오페라 칼럼니스트 유형종씨의 해설을 곁들인 것도 이런 관객 친화적 노력의 일환이다.
또 3000여석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죽음의 좌석’으로 불리는 3층 관객을 위한 ‘오페라 생중계 시스템’ 도입도 고무적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이를 위해 무대 정면 상층부와 3층 객석 좌·우측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6대의 중계 카메라를 가동한다.
이탈리아 출신의 카를로 안토니오 데 루치아가 연출하는 이번 공연에는 카를로 역을 맡은 테너 박현재·한윤석을 비롯해 베이스 김요한·김민석(펠리페 2세), 소프라노 김향란·김인혜(엘리자베타), 메조소프라노 김학남·이아경(에볼리), 바리톤 한경석·공병우(로드리고) 등 국내 유명 성악가들이 총출동한다. 2만∼12만원. 1544-1887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