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뮤지컬 ‘위키드’ 6가지 성공법칙
2008.12.01 16:42
수정 : 2008.12.01 16:42기사원문
최근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가에 불어닥친 극심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뮤지컬이 있다. 부동의 티켓 판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위키드’다.
지난 2003년 10월 30일 거쉰 극장에서 평론가들의 엇갈린 반응 속에 첫선을 보인 ‘위키드’는 5년이 지난 지금,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브로드웨이 ‘완소(완전 소중한)’ 뮤지컬로 거듭났다. 게다가 지난 2006년 영국 런던에 이어 호주 멜버른, 독일 슈투트가르트, 일본 도쿄에서도 현재 오리지널 작품이 공연 중에 있으며 오는 2011년에는 네덜란드에서도 막이 오를 예정이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두 마녀 이야기를 통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 ‘위키드’의 성공 비결을 속속들이 파헤쳐 보자.
①기발한 상상력의 원작소설
뮤지컬 ‘위키드’의 성공은 소설가 그레고리 맥과이어로부터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원작소설 ‘오즈의 마법사’는 미국인이라면 어렸을 적부터 누구나 동화로 접해온 내용이기 때문에 ‘미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소설’로 손꼽힌다.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해 원작소설을 비틀어 본 맥과이어의 소설 ‘위키드:괴상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은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인 뿐 아니라 ‘오즈의 마법사’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했다. 도로시가 회오리 바람에 휘말려 오즈의 세계에 떨어지기 전 이미 그곳에서 만나 우정을 키웠던 두 마녀(엘파바와 글린다)의 관점에서 쓴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의 전편이라고 할 수 있다. 1995년 발표된 이 소설은 뮤지컬 ‘위키드’가 오픈한 2003년 이후 350만부 이상이 팔리면서 애장도서로 자리잡았다. 충격적일 만큼 신선한 아이디어로 가득찬 맥과이어의 소설이 없었다면 뮤지컬 ‘위키드’의 성공 신화 또한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②잊혀지지 않는 뮤지컬 넘버
뮤지컬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음악과 가사, 즉 뮤지컬 넘버일 것이다. ‘위키드’의 작사·작곡을 맡은 스테판 슈워츠는 극의 분위기를 잘 반영하는 웅장하면서도 기괴한 서곡으로 관객을 휘어잡는 한편, 엘파바와 글린다의 감미로운 이중창으로 관객의 마음을 녹였다가 눈물이 나올 듯한 엘파바의 감격스런 독창을 선보이는 등 잊을 수 없는 넘버를 만들어냈다. 2004년 12월 오리지널 출연진이 녹음한 레코딩 음반은 브로드웨이 베스트셀러 앨범이 된 데 이어 2005년에는 그래미상 베스트 뮤지컬 앨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실 뮤지컬 ‘가스펠’ ‘피핀’ 등으로 유명한 스테판 슈워츠는 1974년 ‘더 매직 쇼’ 이후 뮤지컬 음악계에서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는데 ‘위키드’를 통해 그의 커리어를 부활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③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무대
이미 다른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봤던 사람이라면 ‘위키드’의 무대가 얼마나 거대하고 화려한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장면마다 다양한 무대 기술과 눈부신 의상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위키드’는 무려 1400만달러의 제작비를 무대에 쏟아부었다. ‘위키드’의 무대는 ‘시간의 용의 시계’라는 컨셉트 이래 묵직한 기계 장치와 시계추, 바퀴 등으로 디자인돼 있다. 이는 마치 관객 스스로가 도로시가 되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오즈의 세계에 도착, 글린다와 엘파바의 삶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무대 중앙의 거대한 용이 연기를 내뿜으며 극이 시작되면 관객들은 비누방울에 둘러싸여 시계추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온 하얀 드레스의 글린다의 눈부신 모습에 반하고 온통 초록빛으로 빛나는 에메랄드 시티의 환상적인 모습에 취하게 된다. 게다가 하이라이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엘파바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에 다다르면 그 감격은 바람이 팽팽한 풍선처럼 부풀어올라 평생 잊지 못할 장면으로 각인된다. 무대 디자인과 의상 디자인을 맡은 유진 리와 수잔 힐퍼티는 2004년 열린 토니상 시상식에서 무대디자인상과 의상상을 각각 수상했다.
④탄탄한 마무리와 배우들의 파워
이런 기획·제작팀의 노력은 쇼 디렉터이자 총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조 만텔로가 없었다면 물거품이 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2003∼2004년 토니상을 수상했던 조 만텔로는 다수의 뮤지컬 디렉팅 크레딧을 갖고 있는 베테랑 디렉터로 음악, 조명, 안무, 의상 등 각각의 강점들을 자신의 진두지휘 아래 더욱 빛을 발하게 하는 완벽한 하모니로 ‘위키드’의 성공 신화를 창조해냈다.
또 하나의 성공 비결은 바로 배우들의 능력, 특히 두 주연 배우인 엘파바와 글린다의 파워에서 비롯된다. 엘파바 역의 오리지널 캐스트인 이디나 멘젤과 글린다 역의 크리스틴 체노워스가 바로 ‘위키드’를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게 하는 중요한 발판 역할을 했다.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을 선보인 두 배우는 초연 이듬해인 2004년 토니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나란히 올라 최고의 뮤지컬 스타로 등극하는 겹경사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물론 그해의 여우주연상 트로피는 주인공인 초록마녀 엘파바(이디나 멘젤)에게 돌아갔다.
⑤인생의 철학이 담긴 줄거리
화려한 무대와 의상, 마녀와 동물의 출연 등이 어린이들에게는 충분히 흥미를 유도할 수 있다고 하지만, 어른들도 ‘위키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인생의 철학이 담긴 줄거리 때문이다. 브로드웨이에서 흔히 다루지 않는 두 여인의 우정을 다룬 것에서부터 차별화를 둔 ‘위키드’는 너무나 다른 두 여인의 첫 만남부터 그들의 삶에 서로가 어떻게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 서로의 도움없이 자신의 여생을 어떻게 살아가게 되는지 등 두 마녀의 과거와 현재를 비춰보면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가능한 모든 인간의 복잡한 감정들을 예리하면서도 재치있게 풀어나간다. 게다가 글린다가 사실상 한때는 야망을 품고 있던 애교만점 인기녀였고 엘파바는 착하고 똑똑한 왕따였으나 이후 자신의 선택과 운명, 정치적 권위를 이용한 술수 등으로 인해 각기 착한 마녀와 나쁜 마녀로 인식됐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반전이자 생각거리가 아닐 수 없다.
⑥기발한 마케팅 전략
롱런 비결의 바탕에는 ‘위키드’의 모든 요소들이 더욱 눈에 띄고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한 포장의 기술, 즉 기발한 마케팅 전략들이 숨어 있다.
그 첫번째 전략이 이른바 ‘컬러 마케팅’이다. ‘위키드’하면 누구나 초록마녀부터 떠올리게 되는데 이는 바로 초록색이 강조된 커뮤니케이션 자료의 활용에서 비롯된다. 홍보의 기본 자료가 되는 광고 포스터와 배너, 간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의류, 악세서리, 노트 등 기념품도 모두 초록색으로 물들였다. 심지어 지난 5주년 기념일 저녁 공연에서는 초록색 표지의 ‘플레이빌’이 제작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트레이드 마크인 노란색 표지의 색상을 바꿔 본 적이 없는 ‘플레이빌’이 단 한편의 쇼, 단 한번의 공연을 위해 초록색 표지의 ‘플레이빌’을 제작했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한정 수량의 초록색 ‘플레이빌’은 당일 공연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20달러에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
두번째 전략은 상품 판매 부문에서 나온다. ‘위키드’는 브로드웨이 작품 관련 상품 판매 부문에서 혁신을 이룬 작품으로도 유명한데, 이는 과거 인기있는 작품들이 티셔츠와 악세서리 판매 정도에 그쳤던 반면, ‘위키드’는 위키드 컬렉션, 엘파바 컬렉션, 글린다 컬렉션, 에메랄드시티 컬렉션, 그린 포 굿(Green for Good) 컬렉션 등으로 나누어 다양한 종류의 상품 판매로 현재까지 1억달러가 넘는 부가수입을 거둬들였다.
끝으로 전세계 팬들을 사로잡는 수많은 이벤트 전략을 들 수 있다. 특히 지난 10월 30일은 ‘위키드’ 오픈 5주년 기념일로 ‘위키드’ 팬들만을 위한 다양한 ‘위키드 데이’ 행사가 뉴욕, 시카고 등 미국 주요 도시를 비롯해 해외 프로덕션이 진행되고 있는 몇몇 도시에서 열렸다. 브로드웨이에서는 9∼10월 두 달간 온·오프라인을 통해 에세이 콘테스트를 진행했는가 하면 위키드 콜렉션 기념품 판매 행사, 출연배우 및 작가와의 대화, 극장 투어 프로그램,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초록불 점등 행사, 뮤지컬 넘버 길거리 공연 등이 진행됐다.
/뉴욕=gohyohan@gmail.com한효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