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영 김포세관장 37년 공직 ‘아름다운 퇴장’에 박수
2009.01.23 18:04
수정 : 2009.01.23 18:04기사원문
“9급 말단에서 출발해 김포세관장까지 37년 공직생활 동안 많은 혜택을 받았습니다. 후배들의 진로를 넓혀주기 위해 용퇴하는 것도 국가에 보답하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년을 4년 앞두고 오는 30일 명예퇴직하는 이태영 김포세관장(57·사진)이 밝힌 소회에는 인생의 황금기를 바친 국가와 조직과 동료에 대한 정이 짙게 배어 있었다.
고향인 강원도 정선에서 정선농고를 졸업하고 1970년 제1회 총무처 5급 을류 국가직 공개경쟁채용시험에 합격, 1972년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 세관장은 관세청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직원 중 한 명이다. 특히 인사업무를 15년 넘게 해온 경력답게 관세청 4400여 직원 중 4000여명의 신상을 꿰뚫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정도로 청 내 최고의 마당발이다.
“자신이 여기서 퇴직하면 1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7명의 후배가 승진 등의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후배들을 위한 용퇴가 자연스러운 관세청 조직문화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이 세관장은 광양·평택세관장 등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재임한 1년 남짓의 부산본부세관 감시국장 시절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항만 보안을 일선에서 완벽하게 수행한 것은 물론 부산과 오사카, 규슈 등 일본을 오가는 5개 정기카페리노선에서 이뤄지던 보따리상을 이용한 불법밀수행위까지 근절했다. 해방 이후 흔들림없이 지속되고 있던 부산항의 국제여객선을 이용한 불법밀수행위를 조직화된 밀수꾼들의 위협을 넘어 척결한 쾌거는 관세청사에 남을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 세관장은 당시 함께 고생했던 40여명의 부하직원이 ‘4·28동지회’를 꾸려 모임을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직책상 참석지 못했는데 퇴임하면 그 모임에 꼭 참석하고 싶다며 애정을 보였다.
“‘서기보출신이어서 한계’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무슨 직책에서든 상대방 처지에서 배려하고 열정을 갖고 일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며 하위직 후배들에게 격려의 말을 남긴 그는 원 없이 할 만큼 했다는 표정으로 “이젠 마음 푹 놓고 쉬고 싶다”고 말을 맺었다.
/csky@fnnews.com 차상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