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비밀영역 ‘뇌’가 열린다

      2009.02.12 22:34   수정 : 2014.11.07 11:27기사원문


인천, 대구, 대전 등 주요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우리나라의 뇌과학 발전을 책임질 ‘한국뇌연구원(가칭)’ 유치에 본격 뛰어들었다. 뇌 분야 연구가 21세기 마지막 미지의 영역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연구원 유치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오는 3월까지 뇌연구원의 설립·운영계획을 확정하고 5월엔 연구원이 들어설 입지 및 유치기관을 선정할 예정이다.

■‘뇌’에 미래가 있다

교과부 박항식 기초연구정책관은 12일 “뇌 연구는 21세기 인류가 극복해야 할 최후의 연구 영역으로 꼽힌다”며 “삶의 질 향상과 인간의 능력 개발을 위한 핵심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7년 뇌 분야 국내 총 연구비는 411억원 규모로 일본의 17분의 1, 미국의 164분의 1 수준”이라면서 “국가 차원에서 뇌 연구를 촉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선진국들은 이미 20년 전부터 뇌 연구 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1990년에 ‘뇌 연구 10년’을 선언한 미국은 2007년 총 60억달러 규모의 연구개발 예산을 투입했다. 일본은 연간 1000억엔 이상의 예산을 뇌과학에 투입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각국에 뇌 연구의 거점을 확보하고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한편 뇌 분야의 시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지난 2007년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의 17%를 차지한 뇌 신경 치료제 시장 규모는 938억달러에 이르며 연간 5% 수준의 성장세를 보였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치매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매년 3조4000억∼7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국의 뇌과학 현황은

최근 우리나라의 뇌 연구 역량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논문 수는 연평균 4∼5% 증가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무려 32%가 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뇌 관련 논문 수는 중국, 스웨덴에 이어 세계 13위 수준이다. 투자 효율도 높다. 정부 투자 1억원당 국내 뇌 연구 논문 수는 1.4편으로 일본의 0.7편, 미국의 0.25편을 훨씬 앞질렀다.

하지만 논문인용지수(IF)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또 뇌 관련 특허의 경우 미국이 4876건(50%), 일본이 1476건(17%)을 보유한 반면 우리나라는 89건에 불과하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03년 ‘21세기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의 하나로 ‘뇌기능 활용 및 뇌질환 치료 기술개발연구 사업단’을 출범시켜 10년 동안 135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하는 등 뇌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자체 유치전 불꽃

현재 한국뇌연구원 유치를 위해 출사표를 던진 곳은 인천과 대전시다. 대구시도 곧 유치전에 가세한다.

인천은 국내 최고의 연구역량을 보유한 서울대와 세계적 뇌과학자인 조장희 박사가 이끌고 있는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와 손을 잡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인천시 임병익 의료바이오팀장은 “연구역량은 물론이고 입지조건도 인천이 가장 앞서 있다”면서 “인천경제자유구역에는 바이오기업들이 많이 입주해 있는데다 외국 병원도 설립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도 KAIST 등 5개 기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본격 유치에 나섰다. 이들은 KAIST의 기초신경과학 및 뇌공학 연구를 비롯해 서울아산병원의 뇌신경 연구와 임상,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뇌신경 및 영장류 연구, SK의 신약개발 등 역량과 기술을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거둔다는 계획이다.

대전시 과학산업과 김영빈 사무관은 “장기적으로 뇌연구원은 ‘융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면서 “다양한 연구소가 집중돼 있는 대덕특구에 자리해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선택과 집중’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대구시 신기술산업본부 과학기술팀 최운백 팀장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을 뇌과학 분야의 특화된 전문 연구기관을 육성하는데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경상북도 및 포스텍과도 협력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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