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 결합상품 ‘브랜드 전쟁’

      2009.04.28 18:10   수정 : 2009.04.28 18:10기사원문

통신업계의 브랜드통합(BI) 바람이 거세다. KT, SK텔레콤, LG텔레콤 등 통신 3강은 유무선 결합상품 시장을 놓고 ‘브랜드전쟁’을 벌이고 있다.


유무선 상품의 경계가 없어지고 결합상품이 서비스의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강렬하고 이미지가 확실한 통합 브랜드가 절실해진 것. 마케팅 상의 필요 외에도 브랜드 통합은 다양한 효과를 가져온다. 먼저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 이보상 KT 통합마케팅 담당 상무는 “KT는 그동안 새 상품이 나올 때마다 새 이름을 달아 따로따로 광고하고 마케팅을 해왔는 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장난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브랜드는 기업문화도 바꾸는 힘을 갖고 있다. KT는 집전화 기업이라는 오래된 이미지를 ‘쿡(QOOK)’이라는 새 브랜드로 털어내려고 노력 중이다. 소비자들도 복잡한 것은 싫어한다.

가뜩이나 여러 가지가 묶인 통신상품들이 쏟아져 혼란스러운데 브랜드까지 어려우면 헷갈리기 딱 좋다. 브랜드 이름이 쉽고 분명해야 소비자들도 확실히 기억하고 신뢰를 보내주기 때문이다.

▲ KT는 새로운 유선통신 브랜드 ‘쿡’을 론칭하고 다양한 결합상품 ‘쿡세트’를 선보였다.

■브랜드가 회사를 바꾼다


KT의 유선 통합브랜드 ‘쿡’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쿡은 KT 최초의 유선 통합브랜드다. 초고속인터넷은 ‘쿡인터넷’, 인터넷TV(IPTV)는 ‘쿡 TV’, 집전화는 ‘쿡 집전화’, 인터넷전화는 ‘쿡 인터넷전화’ 식으로 부른다. 이동전화가 포함되면 ‘쇼앤쿡’이 된다. 쿡은 IPTV, 인터넷전화, 초고속인터넷 등 다양한 유선상품을 집에서 요리(COOK)하듯이 자유롭게 사용하라는 의미.


재미있는 일은 KT가 ‘쿡’ 덕에 웃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흥행에 성공했다. ‘집나가면 개고생 한다’는 티저광고가 나가면서 최고의 유행어가 됐고 각종 패러디물도 쏟아졌다. ‘나만의 개고생 CF자막 만들기’ 이벤트의 경우 열흘 만에 페이지뷰가 600만건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였다. 브랜드 개발을 지휘한 남규택 KT 상무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예상 외로 뜨거워 우리도 놀랄 정도였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도 시점이 좋았다. 이석채 회장 취임, KTF 합병 추진, 조직개편 등 KT가 유례 없던 변화를 맞고 있는 시기에 ‘쿡’은 3만여 직원들에게 일체감을 갖게 했다. 직원들은 자신들의 집이나 차량에 쿡 광고판을 내걸기도 하고 젊은 직원은 결혼식장에서 쿡 현수막을 앞에 두르고 결혼사진을 찍었다. 또 사내 게시판에는 수천건의 쿡 관련 아이디어가 올라왔다.


노태석 KT 홈고객부문장은 “쿡브랜드 캠페인으로 3만여명의 직원들이 오랜 만에 한마음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 SK텔레콤은 재치 넘치는 유머로 유명한 김제동의 실제 가족을 모델로 ‘T밴드(band)’ 광고를 하고 있다.

■소비자를 웃겨라


브랜드 통합만큼 광고전도 뜨겁다.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신선한 웃음을 주느냐 하는 경쟁이다. 시청자들을 미소짓게 만든다면 브랜드의 인지도도 높아질 게 뻔하기 때문.


SK텔레콤은 닮은꼴 외모와 재치 넘치는 유머로 유명한 김제동의 실제 가족을 모델로 ‘T밴드(band)’ 광고를 했다. T밴드는 SK텔레콤의 유무선 결합상품 새 브랜드다. 이동통신 대표브랜드 ‘생각대로T’의 이미지를 살린 것으로 상품에 따라 ‘T TV’, ‘T인터넷’, ‘T전화’ 등으로 부른다.


광고는 배꼽을 잡게하면서 “T밴드로 묶고 최대 50%할인받자”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한다. 경제를 생각하는 ‘T밴드’를 결성했다는 김제동 가족의 능청스러운 연주 모습과 진지한 인터뷰 장면은 압권이다. 김제동을 능가하는 ‘끼’와 유머를 겸비한 어머니가 “야야, 경제가 심각하다∼”라고 말하면서 인터뷰하는 모습도 웃음을 자아낸다.


이종선 SK텔레콤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팀장은 “가족들이 함께 가입해 사용하는 경제적인 통신상품으로서의 ‘T밴드’ 이미지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실제 연예인 가족을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KT ‘쿡’ 광고도 코믹스럽다. ‘집 나가면 개고생’ 광고에 이어 생후 5일된 갓난아기가 등장하는 광고도 눈길을 끈다. 눈조차 뜨지 못하는 생후 5일된 갓난아기가 배냇짓 순간에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짓더니 ‘쿡’ 하고 발도장을 찍는다. 새로운 탄생 신고인 셈. ‘쿡 하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란 메시지다. 이수호 KT 통합이미지전략팀 과장은 “컴퓨터그래픽을 쓰지 않고 아기를 26시간 촬영해 얻어낸 표정”이라고 했다.


LG텔레콤의 모바일 인터넷 ‘오즈(OZ)’광고도 화제가 됐다. ‘오즈-오주상사 영업2팀’을 소재로 한 시트콤식 광고가 그것. 오즈는 가입자 66만명을 넘어서며 모바일 인터넷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광고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독특하다. ‘카리스마 부장’ 장미희, ‘애교 대리’ 이문식, ‘촐랑 과장’ 유해진 등 개성파 배우 5명이 출연, 직장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코믹하게 표현했다. 총 7편의 에피소드를 광고로 내보냈는 데 4개월 만에 1800만명의 네티즌들이 풀 버전의 CF를 찾아볼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최근엔 LG텔레콤의 10대 청소년 브랜드 ‘틴링(teenring)’이 뜨고 있다. 인기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한 주인공들이 등장, 청소년들의 인기가 높다.


‘꽃보다 틴링-착각’ 편에선 휴대폰을 보고 있던 이민호가 구혜선 옆으로 다가가 “잔디, 모든 걸 다 갖고야 말겠어”라고 말하자 구혜선은 “안 돼, 우린 아직 10대라구”라며 깜짝 놀란다. 당황한 구혜선이 일어서자 머리 위로 음성통화, 문자메시지서비스(SMS), 무선인터넷 오즈까지 사용할 수 있는 10대를 위한 요금제 ‘오즈링스마트’가 소개된다. 김재현 LG텔레콤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광고가 10대들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틴링 광고 브로마이드를 달라고 오즈 매장을 찾아오는 10대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 LG텔레콤 ‘오즈’는 가입자 66만명을 넘어서며 모바일 인터넷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브랜드 이상의 신뢰를 심어라


TV를 봐도, 버스를 타도 곳곳에서 ‘비비디바비디부’라는 SK텔레콤의 마법 주문이 들린다. 특히 KT의 ‘쿡’ 브랜드가 히트를 하자 SK텔레콤도 ‘마법의 주문’ 강도를 높였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
에서 희망을 갖자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면서 SK텔레콤의 이동통신서비스들과 연관되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확장한 것. 이를테면 수많은 스팸문자, 스팸전화가 회의 등 중요한 시간에도 가리지않고 오는 상황에 ‘SK텔레콤의 스팸필터링 서비스’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내용이다.


박혜란 SK텔레콤 브랜드전략실장은 “‘T’는 10여년 동안 사용한 기존의 브랜드를 버리고 맨땅에서 출발해 이른 시간 안에 이미지를 구축한 브랜드”라며 “특히 비비디바비디부 캠페인에서 고객의 소망이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되는 편리하고 유용한 ‘T’의 메시지를 더 살리겠다”고 말했다.


KT는 ‘쿡’ 브랜드 론칭에 맞춰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신규가입자엔 무료 제공혜택을 크게 늘렸다. 쿡 인터넷 1개월 무료, 쿡 집전화 기본료 1개월 무료, 쿡TV 2개월 무료 등이다. 여기다 조건에 따라 망내 음성통화 무료, 인터넷전화 기본료 무료, 단말기 구입 지원 혜택 등도 준다.


LG통신 3사도 브랜드를 통일한 결합상품 브랜드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LG텔레콤 ‘오즈’, LG데이콤 ‘마이LG070(인터넷전화)’, LG파워콤 엑스피드(초고속인터넷)를 묶은 결합상품을 더 쉽게 부를 수 있는 브랜드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LG텔레콤은 전국 1700여개의 직영점 및 대리점의 간판을 ‘오즈(OZ)’ 로 이달 말까지 전면 교체한다.


김재현 LG텔레콤 부장은 “고객들이 오즈 매장에서 쉽게 휴대폰을 만져보고 실생활에 유용하고 합리적인 서비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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