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식 美 조지워싱턴대 교수가 말하는 2010 세계경제

      2010.01.03 18:00   수정 : 2010.01.03 18:00기사원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차츰 감소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경기가 느리지만 꾸준히 회복하고 있고 ‘두바이 쇼크’로 인한 파장도 크지 않았다.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회의 개최를 앞두고 있는 한국은 이번 금융위기 때도 탁월한 경제 회복력으로 세계 각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G20 회원국으로 선진국과 신흥시장국의 가교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한국경제의 현황과 과제를 알아보기 위해 박윤식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와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박 교수는 올해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 시기로 불과 6개월 내인 올 2·4분기일 것으로 예상했다. 또 한국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외환분야에서 자유로운 외국자본 유출입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변동성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높은 대외 의존도를 줄여 경제의 내성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G20 의장국으로서 한국은 중국, 브라질 등 신흥시장국을 대변해 자유무역증진에 뚜렷한 결과물을 도출해야 하고 출구전략의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블딥 가능성 낮다”

박 교수는 2010년 세계경제에 대한 전망에 대해 “올해 더블딥(W자형 이중침체) 가능성은 없다”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 정부가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하고 국제금융시장도 극심한 불안정이 재발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이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과 일치한다. 그러나 박 교수는 향후 세계경제의 불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도 상존한다고 밝혔다.

우선 터키, 그리스 등 국가부채가 많은 국가 부도 리스크 등이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첫번째 위험 요인이고 이어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부실, 유럽 금융기관 디폴트 리스크 등도 향후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박 교수는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신용카드 연체율이나 과잉 투자 등으로 인한 중국경제의 부실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다지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박 교수는 진단했다.

■출구전략 이니셔티브 한국이 쥐어야

박 교수는 인터뷰에서 금융위기 때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자금)을 회수해 버블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 글로벌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이 금리인상은 올해 2·4분기에 시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1.2분기까지는 금리인상이 어렵다는 기존의 전망에 비해 다소 출구전략이 빠르게 시행될 것이란 예측이다. 시장의 회복이 예상외로 빠르고 2010년 상반기 중 GDP 성장률이 저점을 뚫은 데다 실업률이 고점을 찍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올릴 명분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유치하는 한국이 취해야 할 포지션에 대해서는 “출구전략의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중국, 브라질 등 신흥시장국을 대변해 자유무역 증진에 뚜렷한 결과물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한국의 G20 어젠다 설정을 선진국이 이미 앞서고 있는 ‘기후변화나 녹색성장 등’의 분야보다 출구전략 합의 도출과 신흥 경제국가를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 철폐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로운 외국자본 유출입제도 손질해야”

글로벌 시장 충격에 환율 변동성이 큰 것에 대해서 박 교수는 “자유로운 외국자본 유출입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 학자들이 외환보유액을 3000억달러 이상으로 쌓아 둬야 한다거나 올해 2월 초 끝나는 미국 등과의 통화스와프협정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과는 다소 상반된 주장이다.

이는 지난해 말 싱가포르 국립대 신장섭 교수가 언론에서 밝힌 ‘자유변동환율제 포기’ 발언과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신 교수는 “연간 세계 외환거래량 800조달러에서 97% 이상은 투기적 거래”라며 “한국은 신흥시장 중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고 유동성이 풍부해 선진국 투자자들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 축소)’ 때 ‘현금 인출기’가 되기 쉬운 구조”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신 교수는 외환 부문에서 환율 제도를 ‘바스켓 방식’으로 바꿔 외국자금 유출입에 대해 선택적 통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때 외환위기를 당하지 않은 나라들은 통화 헤게모니를 가졌거나 외환시장을 통제한 아시아 신흥국가들이 많았다.

이와 함께 박 교수는 “한국경제의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높은 대외 의존도”라고 지적했다. 외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제가 아니라 외부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박 교수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3%로 전망했다. 특히 한국경제가 지난해 2·4분기 이후 빠른 회복을 한 비결로는 ‘무역시장 다변화로 미국, 유럽 등의 침체에 효과적 대응한 점’과 ‘신속한 상황진단과 정확한 대책수립에 나선 정부와 중앙은행’의 역할이 컸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박 교수는 G20 정상회의에 북한 대표단을 초청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G20 정상회의는 경제, 금융 쪽에 초점을 맞춰질 가능성이 높아 적절치 않은 조치”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한국이 글로벌 톱 10 달성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정치권의 선진화 △사회 전반에 걸친 계층, 지역, 이념 간 갈등 극복 △선진국 수준으로의 법질서 확립 △아직도 정치권과 공무원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는 부패 척결 △혁명적인 규제철폐 등을 꼽았다.

박 교수는 서울고·경희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한 뒤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미국 중앙은행 등에서 활동했고 현재 미 조지워싱턴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 교수는 미국 금융학계 한인 인맥의 ‘대부’ 격으로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는 재미 학자로 알려져 있다.

/powerzanic@fnnews.com 안대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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