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끝) 박윤식 조지워싱턴대 국제금융학 교수

      2010.04.22 17:13   수정 : 2010.04.22 17:13기사원문
글로벌 금융권 및 학계와 실무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실력파 재미 학자 박윤식 조지 워싱턴대 국제금융학 교수는 금융위기가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서울고·경희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한 뒤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미국 중앙은행 등에서 활동한 바 있다. 특히 과거 이명박 대통령(당시 서울시장 재직 전)을 조지 워싱턴대의 객원 교수로 초빙해 미국에서 1년 넘게 금융정책에 대한 조언자 역할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월가 아직 정신 못차렸다"

박 교수는 22일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특히 우려되는 부문은 금융위기 이후 월가의 금융기관들이 더욱 대형화, 독점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사업 모델이 고위험성 유사 투기행위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최근 현지 월가의 분위기를 전했다. 박 교수의 주장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사기 혐의로 골드만삭스를 제소하면서 버락 오바마 정부가 월가의 '모럴해저드'에 대대적으로 규제의 칼을 들이 대는 것과 맥이 닿아 있다. 박 교수는 구체적으로 "아직도 상업은행이나 전통적 투자은행들이 증권 인수에서 자기자본 매매, 헤지펀드, 사모투자펀드 투자 등 다분히 사행성 영업이 활개를 치고 있다"며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 재발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한국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제금융 분야의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 위기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이번 국제금융위기를 더 큰 손실없이 넘어갈 수 있었던 최대 사건은 미 연방준비은행과의 300억달러 통화 스와프였다"며 "가장 큰 교훈은 평소에 국제금융 분야에서의 외교적 역량을 착실히 축적해 놓아야 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글로벌은행 육성보다 금융허브 정책이 효율적

특히 박 교수는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의 금융글로벌화 정책도 '금융기관의 대형화 글로벌화를 통한 해외 진출(아웃바운드)' 중심의 정책보다 '해외자본유치와 개방화에 초점을 맞춘 금융허브(인바운드)' 중심의 정책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기가 상존한 상태에서 단기간에 금융기관의 대형화를 통해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유수 금융기관에 버금가는 플레이어를 인위적으로 만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론'을 역설한 것이다.

박 교수는 '한국이 금융 부문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유럽·미국 등 선진국들의 대형 금융기관에 버금갈 글로벌 플레이어를 한국에서 구축한다는 것은 사실 요원하다"고 말했다. 대신 "싱가포르, 홍콩 등처럼 한국에도 선진화된 국제금융센터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자면 과감한 규제완화와 보다 더 적극적인 국제적 식견을 갖춘 금융인들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금융강국의 모델을 따라가야 하며 아웃바운드 글로벌 금융정책보다 인바운드 정책이 더 효과적일 것이란 얘기다.

실제 이러한 박 교수의 견해는 최근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통한 '금융기관의 대형화'→'글로벌경쟁력 확보'→'글로벌 지향은행 1∼2개 탄생' 등의 발전 경로와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위안화 절상없으면 선진국 보호주의 강화돼

그는 중국 위안화 조기 절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적 보호주의의 벽을 허물기 위해선 위안화 절상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위안화의 절상이 없으면 미국 등 선진국들에서 보호무역주의적 대응책이 발동될 것이고 세계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이는 막 시작하려는 국제경제 회복에 치명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 교수는 세계경제 회복이 다단계적으로 지역 간 시차를 두고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비록 세계화된 국제경제라지만 국제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경제 회복은 모든 국가들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되지 않고 지역 간의 시간 차를 두고 진행될 것"이라며 "아시아 중요 신흥국들이 경제회복의 선두국가 역할을 할 것이고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경제의 회복이 기대되며 유럽연합(EU) 국가들의 회복은 내년에 본격화되는 등 다단계적인 세계 경제 회복을 예상할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출구전략에 대해선 "출구전략을 너무 성급히 진행함으로써 막 시작하려는 경기회복을 중단시키고 자칫 세계경제를 W자형 더블딥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되며 그렇다고 출구전략을 너무 늦춰 세계경제가 또다시 버블 현상에 빠짐으로써 제2의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것도 막아야 하는, 실로 복잡한 현실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소위 고용없는 성장(Jobless economic recovery)이 1980년대 이후 선진국들 특히 미국 경제 회복의 특징이 되어 왔다"며 "이번에도 이와같은 현상이 감지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우리는 더블딥을 경계하여야 하고 성급한 출구전략을 경계해야 한다"고 신중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향후 글로벌 금융패권은 여전히 미국이 거머쥘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중국의 비중이 크게 제고된 것은 분명하나 미국의 금융패권이 중국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는 견해는 크게 과장된 견해"라며 "이른바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남부 유럽 국가들의 사태에서 보듯 유럽조차 미국으로부터 금융패권을 쉽게 쟁탈할 여건에서 한참 멀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powerzanic@fnnews.com 안대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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