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서울호텔 홍성욱부장
4년 전의 일이다. 국내 유명 호텔들은 모처럼 나타난 대형 고객에 크게 술렁였다. 태국의 한 국영회사가 6개월간 7000개의 방을 쓰겠다는 제안을 한 것이다. 계약이 성사됐을 때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최소 12억원. 호텔업계에선 전무후무한 액수였다. 내로라 하는 호텔들이 이 거래에 마음을 빼앗긴 이유다.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서울호텔 홍성욱 부장이 태국행 비행기를 탄 것도 그때였다. 가만히 앉아서는 상대방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태국으로 간 그는 해당 회사에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 했다. ‘몇번 저러다 말 것’이라며 지나치던 담당자는 며칠 뒤 ‘프리젠테이션을 해보라’며 시간을 내줬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홍 부장은 열변을 토하며 준비한 자료를 발표했다. 결과는 성공. 이는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홍 부장이 가장 내세우고 싶어하는 경력이 됐다.
“호텔리어 이상의 호텔리어가 되고 싶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업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싶었죠.”
캐나다 토론토에서 대학을 다닌 그는 오랫동안 호텔리어를 꿈꿨다. 평범한 중산층 집안이었지만 그의 부모님은 그를 종종 호텔에 데려갔다. 맛있고 고급스러운 것을 먹어보고 화려한 분위기도 경험해보라는 뜻이었다. ‘호텔 서비스를 부담없이 즐길만큼 유복했던 것이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면서도 남보다 호텔을 많이 겪어봤다고 자부하는 이유다.
28세에 대학을 졸업한 그는 캐나다 토론토 하워드 존슨 플라자 호텔에 입사했다. 열정으로 가득했던 그는 무슨 일이든 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검은 머리 동양인에 대한 장벽이 컸던 탓이다. 결국 그는 2000년 가을 한국에 돌아왔다. 서울 역삼동 노보텔 앰배서더에 취직한 그는 프론트 데스크를 맡은지 1년만에 기업체 컨벤션 판촉 담당으로 발탁됐다. 업계가 인정하는 그의 능력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호텔리어 인생은 10년이 조금 넘지만 거쳐온 호텔은 5곳이다. 이중 홍부장이 판촉을 담당했던 4곳 중 3곳에서 ‘최다 매출’ 기록이 나왔다.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 서울에서는 2005년에 에어쇼 최다 매출, 서울 삼성동 오크우드 프리미어서울에서는 2002년에 호텔 개관 이래 최다 객실 매출, 현 직장인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는 1988년에 호텔 개관이래 최다 매출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르네상스서울 호텔은 강남권에 위치한 다른 특급호텔에 비해 가장 큰 성장을 했습니다. 덕분에 지난 3월에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본사가 수여하는 ‘베스트 세일즈 리더십 오브 더 이어’를 받기도 했죠.”
그는 모두가 ‘어렵다’고 말하는 순간 가장 희열을 느낀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천안함 사태, 구제역 발생, 일본대지진 등이다. 사회적인 분위기 탓에 호텔 매출이 휘청거릴 때 그는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
“국내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패키지 상품을 내놓든지 온라인 마케팅을 시도한다는게 대표적인 예에요. 방법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지만 위기 속에서 얼마나 빨리 정신을 차리고 대책을 세우느냐의 차이죠”
이런 모습 덕에 진급이 느리기로 유명한 호텔 업계에서 그는 유독 빨리 성장했다. 참신함보다는 진득함이 요구되는 분위기속에서 늘 변화를 꿈꿨고 결국 업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안에 세일즈 마케팅부장이 됐다. 그런 홍부장의 다음 꿈은 총지배인이다. 언제 이루어질지 확신할 수 없지만 그는 매일 꿈으로 가는 계단을 밟는다. “목표는 곧 인생의 나침반이에요. 목표를 세우고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가는 길이 다르거든요. 매일 자신이 세운 목표를 확인하고 한발짝씩 가다보면 결국 자기가 꿈꾸던 곳에 도착합니다”
그런 그가 올해 세운 목표는 비즈니스 고객 위주의 현재 호텔을 일반 고객들이 즐겨 찾는, 이른바 ‘라이프 스타일 호텔’로 변신시키는 것이다.
“어쩌면 개인 영업실적을 올리는 것보다 어려운 작업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동안 르네상스서울 호텔이 쌓아온 이미지를 바꿔야하니까요. 아침마다 거울보면서 할 수 있다고 주문을 외웁니다. 유치하다구요? 이제까지 늘 그렇게 해서 꿈을 이뤘는걸요”
/wild@fnnews.com박하나기자
■사진설명=르네상스호텔 홍성욱 부장은 “매일 자신이 세운 목표를 확인하고 한발짝씩 가다보면 결국 자기가 꿈꾸던 곳에 도착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