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잦은 집안 ‘이것’ 의심

      2011.11.02 17:49   수정 : 2011.11.02 17:49기사원문
#. 40대 남성 김모씨는 평소 코피(비출혈)와의 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할아버지, 아버지, 형도 모두 코피를 자주 흘렸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는 약간 자극만 가해도 쉽게 코피가 나는 증상이 반복되자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다. 이로 인해 폐동정맥기형에 관한 시술을 받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비출혈이 더욱 심해졌다. 김씨뿐 아니라 첫째 아이도 폐동정맥기형 시술을 받았고, 둘째 아이도 자주 비출혈이 있다.


가천의대 길병원 암당뇨연구원 오석 교수는 2일 "김모씨가 겪고 있는 질환은 유전성 출혈성 혈관 확장증(HHT)으로 의심된다"며 "이전에는 이 질환이 희귀질환이라 환자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어 치료가 어려웠지만 여러 과에서 치료받은 것을 토대로 치료를 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HT란 어떤 질환인가

유전성 출혈성 혈관 확장증(HHT)은 5000명당 1명 정도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1만명가량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질환은 혈관형성에 관련한 특정 유전자 이상에 따라 동정맥 기형이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보통 모세혈관의 확장, 동정맥기형, 동맥류 등 혈관의 이상으로 인해 그 부위에 출혈이 발생한다. 80% 이상에서 약한 자극에도 쉽게 출혈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비출혈 증상이 나타난다.

반복적인 출혈로 인해 빈혈이 발생할 수 있고 수혈이 필요하기도 하다.

출혈은 흔히 코피로 나타나는 코 안의 빈 곳인 비강뿐 아니라 뇌, 폐, 위장관에서도 발견된다. 따라서 반복적으로 코피가 잘 나는 환자에서부터 위장관 출혈, 폐출혈, 갑자기 발생하는 뇌출혈, 뇌경색, 뇌농양, 빈혈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폐 동정맥 기형은 뇌농양이나 뇌경색 등의 합병증을 일으키고, 뇌 동정맥 기형은 뇌출혈에 의한 뇌졸중의 원인이 된다.

특히 가족들이 코피를 자주 흘리고 40대에 갑자기 내장 출혈로 인해 사망했다면 이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치료하면 갑작스런 사망 막을 수 있어

HHT는 미리 발견한다면 갑작스러운 사망을 막을 수 있다.

길병원 소화기센터 함기백 교수는 "HHT 환자는 보통 갑작스러운 출혈로 사망에 이르지만 급성 비출혈의 치료와 재출혈 예방치료를 실시해 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청소년기를 넘어서 발현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환자 가족 중에 무증상인 환자도 의심대상으로 보고 유전자 검색을 통해 조기 진단함으로써 예방이 필요하다.

급성기에는 출혈부위를 막아주는 전기 소작법이나 화학법 소작법 등이 사용되며 이후에는 비혈관 색전술, 레이저 광지혈술, 비중격식피술 등이 사용된다.
심한 경우에는 비강을 완전히 막는 치료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편 길병원 이길여암·당뇨연구원에서는 HHT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오석 교수와 함께 HHT센터를 오픈했다.


길병원 이태훈 병원장은 "HHT는 임상의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질병으로 그동안 국내에서는 체계적 진단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며 "센터 개소로 질병 관리를 위한 최신기술과 진료지침, 자료를 통합해 관리하고, 혈관 생물학 연구와 함께 국제 연구단체와 협력하는 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ompom@fnnews.com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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