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에 새로운 치료법으로 완치 가능

      2011.12.12 15:14   수정 : 2011.12.12 15:14기사원문
치료가 어려워 난치병이라고 여겨졌던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환자들도 새로운 치료법으로 완치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병원 소아종양혈액과 서종진, 임호준, 고경남 교수팀은 중증 재생불량성빈혈에서도 반일치 골수이식술을 성공시켰다고 12일 밝혔다.

중증 재생불량성빈혈은 혈액을 만드는 골수 안의 조혈모세포가 부족해 혈액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난치성 혈액질환으로 평생 수혈이 필요한 질환이다.

특히 그간 중증 재생불량성빈혈은 골수를 기증해줄 공여자와 환자의 조직적합항원(HLA)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골수이식을 통해서만 완치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족 내에서 조직적합항원이 일치하는 공여자를 찾을 가능성은 10명의 환자 중 1~2명에 불과하며, 가족 중 완전 일치자가 없을 경우 다른 사람으로부터 조직적합항원이 일치해야 하는데 타인과의 일치할 확률은 2만 명당 1명 정도로 크게 낮다.


이마저 찾지 못하는 경우 환자들은 골수이식을 받을 때까지 계속해서 수혈을 받아야하고 감염과 당뇨 혹은 심부전과 같은 수혈 관련 합병증으로 많은 고통을 겪어 왔다.

반면 서종진, 임호준, 고경남 교수팀이 연구한 반일치 골수이식술은 완전일치형 골수이식이 아니라 부모 자식 간 또는 형제로부터 유전형이 절반 밖에 일치하지 않아도 골수이식이 가능한 방법을 말한다.

최근 반일치 골수이식은 급성 백혈병에서 일부 성공적인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으나, 중증 재생불량성빈혈에서는 이식 후 생착 실패나 급성 이식편대숙주질환 등의 부작용 발생 비율이 더 높아 적용이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중증 재생불량성빈혈과 관련된 연구 보고도 매우 드물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 소아종양혈액과 서종진, 임호준, 고경남 교수팀은 새로운 노하우로 성공적인 치료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동안 이식과정에서 면역 부작용을 일으켰던 이른바 문제의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도입해 이식 후 생착 실패나 급성 이식편대숙주질환 등의 부작용을 줄이고 이식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다.

즉, 공여자 혈액에서 조혈모세포만 뽑아낸 다음 CD3 양성 T-세포와 CD19 양성 B-세포 등 면역 부작용을 일으키는 세포만 제거해 이식하면 부작용 발생이 줄고 생존율은 높아지는 것이다.

기존 완전 일치 골수이식술에서는 8개의 조직적합항원이 모두 일치해야 했지만, 이 반일치 골수이식 방법을 이용하면 항원이 3개만 맞아도 이식이 가능하므로 부모나 형제자매로부터 이식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노하우로 이루어진 서종진, 임호준, 고경남 교수팀의 반일치 골수이식 결과 이식 후 초기 백혈구 생착이 기존 2주 이상에서 10일 정도로 빨라지게 되었다.

또한 이식편대숙주질환의 위험이 매우 낮으며 만약 생착 실패가 되었더라도 즉각적인 2차 이식이 가능한 성과를 얻었다.

현재 2009년에 반일치 골수이식을 시행한 4명의 환자 모두 완치 후 평균 18개월 이상 생존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이식술을 받은 10명의 환자들이 모두 완치되어 경과를 관찰중이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종양혈액과 임호준 교수는 “적합한 공여자가 없어서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할 기회조차 없었던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환자들도 부모나 형제자매에게서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아 완치를 시도할 기회를 갖게 된다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임 교수는 “이식을 받을 때까지 수혈을 받고 수혈 부작용으로 힘든 투병과정을 겪는 환자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다. 더 많은 환자들에게 반일치 골수이식의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혈액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영국혈액학회지(British Journal of Haemat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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