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기업 '동네북 신세' 전락

      2012.01.29 17:34   수정 : 2012.01.29 17:34기사원문
 유통 대기업들이 새해부터 거센 외풍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상생발전을 명분으로 대형 유통사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뿌리뽑겠다며 추진한 규제법안이 한층 강화된 데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또다시 재연되고 있다.

 여기다 최근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확장 논란에 유통 재벌가 오너 2~3세들까지 휘말리면서 업계에서는 '동네북 신세'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오고 있다.

 29일 현재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에 새해 들어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일단 지난해 10월 말 국회에서 통과된 '대규모 유통업법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하 대규모 유통업법)이 지난 1일 시행됐다.
이 법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사들이 '갑'의 지위를 남용해 횡포를 부리는 불공정거래 관행을 막겠다는 취지다. 일방적 상품대금 감액, 판촉비용 부담 전가, 상품권 강매 요구 등이 적발되면 과징금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근거 없는 신고 등으로 악용될 경우 시장질서 혼란과 역차별 소지가 크다"며 "벌써부터 일부 납품업체가 입점이나 판매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이 법을 압박용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있다"고 털어놨다.

 역시 대기업들이 장악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업계는 영업시간과 영업일수를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좌불안석이다. 야권이 자영업자들의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며 추진한 이 법은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에서 전격 통과됐다.

 법이 시행되면 대형마트와 SSM은 영업시간을 오전 8시부터 밤 12시까지 제한해야 하고 월 1~2회씩 의무적으로 휴점해야 해 영업 피해가 불가피하다.

 더욱이 잠잠했던 대형 유통업체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최근 다시 불붙으며 여론까지 악화되고 있다.

 지난 25일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은 최근 7년 새 전통시장 178곳이 사라진 이유로 대형마트와 SSM의 무분별한 확장을 최대 원인으로 뽑은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유통 대기업 오너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논란도 불거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들은 소상공인 업종 진출을 자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온 직후인 지난 26일 삼성가 장녀 이부진 사장의 호텔신라가 자회사를 통해 운영하는 베이커리·커피 체인인 '아티제' 사업을 철수키로 하면서 불똥이 롯데와 신세계 등으로 번졌다.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외손녀 장선윤씨가 대표인 블리스가 롯데백화점 7곳에 베이커리카페 '포숑'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는 이명희 회장의 외동딸 정유경 부사장이 40% 지분을 보유한 조선호텔베이커리가 빵집인 '데이앤데이'와 '달로와요', 델리카페인 '베키아에누보'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최근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진 데다 호텔신라가 뜻밖의 결정을 하면서 사업 철수를 요구하는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포숑은 한때 12곳에서 영업부진 등으로 7곳까지 줄인 상황"이라며 "백화점에만 입점해 골목상권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무작정 사업을 철수하라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억울해했다.


 신세계 관계자도 "조선호텔베이커리가 운영하는 베이커리사업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에만 입점해 호텔신라와는 사업 방향이 전혀 다르다"며 "이래저래 대형 유통업체들은 동네북 신세"라고 씁쓸해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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