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큐레이터, 후배를 기다린다
2012.05.07 17:57
수정 : 2012.05.07 17:57기사원문
오는 6월 29일부터 7월 21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10 Curators & 10 Futures' 공모 마감이 6일 앞으로 다가왔다. '10 Curators & 10 Futures'는 미술의 창작과 소비 그리고 새로운 담론 형성에 기여해온 큐레이터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형식의 미술 공모전으로 'First-Class 경제신문'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한다. 개성 있는 눈으로 작가를 선별하고 개별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큐레이터를 전면에 내세운 이번 공모전은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슈퍼 큐레이터'들이 심사위원으로 나섰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심상용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교수(52)는 프랑스 파리1대학에서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미술이론가이자 비평가다. 심 교수는 '현대미술의 욕망과 상실'(1999년), '그림없는 미술관'(2000년), '천재는 죽었다'(2003년), '속도의 예술'(2008년), '시장미술의 탄생'(2010년), '예술, 상처를 말하다'(2011년) 같은 저서들을 통해 현대미술의 다양한 풍경을 스케치해왔다. "전시기획(큐레이팅)이란 고도의 해석 행위"라고 정의한 그는 "큐레이터에게는 시대의 언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큐레이터 공모전을 통해 한국미술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전시기획자를 다수 '발견'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디어아트를 포함한 현대미술에 관한 왕성한 비평과 강연 활동을 펼쳐온 유진상 계원예대 교수(48)는 서울대 서양화과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 국립장식미술학교와 파리1대학 조형예술과를 졸업했다. 지난 2007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주빈국 행사로 열린 '스페인 영 아티스트 쇼'를 기획했던 유 교수는 '아시아 청년작가들의 미술축제'를 표방한 제1회 아시아프(ASYAAF) 총감독, 광주비엔날레 평가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분관에서 열린 '추상하라!'전 초빙 큐레이터로도 참여했다. 유 교수는 오는 9월 열릴 예정인 제7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 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 2012' 총감독도 맡고 있다.
스타일리시한 헤어 스타일로 유명한 이건수 '월간 미술' 편집장(48)의 관심은 미술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고려대 노어노문학과와 서울대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한 이 편집장은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백일홍' 등 6편의 개념영화(Conceptual Art Films)를 연출했으며 '한국의 마에스트로'(금호미술관), '동양화 파라디소'(포스코미술관), '한국중견작가 10인전-달의 정원'(코엑스) 같은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러시아 미술사'를 번역·출간한 이 편집장은 한국 현대미술 1세대를 다룬 '토착과 자생'(2002년), '혼을 구하다'(2010년) 같은 작가론집의 저자이며 지난 15년 동안 '월간 미술'에 썼던 글과 편집후기 등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에디토리얼'(2011년)을 펴내기도 했다.
서진석 대안공간 루프 대표(45)는 국내에 '대안공간'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인물이다. 미국 시카고미술대학에서 조각과 미술이론을 전공한 서 대표는 1999년 문을 연 대안공간 루프를 통해 국내 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대안공간은 상업화된 기존의 갤러리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개념의 문화공간으로 독립적인 색채를 가진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이 관객과 만나는 통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미술계에 젊고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데 큰 역할을 해온 서 대표는 "큐레이터란 모름지기 트렌드를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면서 "창의성만 갖추면 되는 작가와 달리 큐레이터에겐 창의성과 프로모션 및 마케팅 능력, 사회적 관계성까지 여러가지 덕목이 두루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익대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중국(중앙미술학원)과 인도(타고르대학)에서 공부한 윤재갑 독립 큐레이터(45)는 아시아 미술 전문가다. 중국의 쩡판즈·팡리쥔·웨민준, 인도의 수보드 굽타·바라티 커·지티시 칼랏 등 '아시아의 보석'을 발견해낸 것도 바로 그다. 중국 현대미술에 정통한 아트사이드 갤러리와 아라리오 갤러리 등에서 총괄 디렉터로 일하기도 했던 그는 중남미 현대미술전(2009년)과 한국현대미술전 '플라스틱 가든'(2010년) 같은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였던 그는 미디어아티스트 이용백과 함께 '사랑은 갔지만 상처는 곧 아물겠지요'라는 독특한 제목의 전시를 꾸며 국내외 관객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