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 무기력한 당국/이보미기자

      2012.05.11 17:56   수정 : 2012.05.11 17:56기사원문

"내가 저축은행만 10년째 이용했는데…이젠 지쳐서 화도 안 나. 이렇게 될 때까지 정부는 뭐한 건지 몰라."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계열 저축은행에서 만난 한 50대 남자 고객이 한 말이다. 그날 이 고객은 넣어뒀던 예금을 모두 인출해갔다.

3번에 걸친 저축은행 퇴출로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서민들이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더 이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금융당국의 말만 믿고 예금했지만 또다시 밤잠을 설친 채 새벽부터 저축은행에 달려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구조조정도 지난해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저축은행 부실이 나아진 것도 없고 대주주 비리는 끝없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아무것도 막지 못했다. 지난해 두 차례 겪은 구조조정으로 '학습 효과'를 얻은 국민은 예금 인출을 자제하고 분산 예치하는 등 차분하게 대응해 피해를 줄였지만 저축은행들과 금융당국은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저축은행에서 만난 고객들은 모두 금융당국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이렇게 대주주들의 부패가 진행될 때까지 금감원은 뭘 했느냐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철저하지 못한 건전성 관리가 문제라는 것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금감원은 시시포스 같다. 열심히 하는데 똑같은 레퍼토리로 도돌이표처럼 얻어맞고 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심정을 토로한 바 있다. 물론 감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어려움만 토로할 게 아니라 이런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태가 터진 지금 대책이 마련돼 시행되지 않으면 언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모른다. 예금보호 한도를 줄이고 명칭에서 '은행'자도 빼 저축은행의 거품을 빼야 한다.
서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넣어뒀다가 허공으로 날려버리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

spri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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