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장소로 서울시청 택한 그 커플은?

      2012.11.07 08:54   수정 : 2012.11.07 08:54기사원문


서울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서현진(26) 씨는 친구의 소개로 만나 1년 만에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 권준명(26) 씨와 지인들의 결혼식에 다니던 중 ‘작은 결혼식’에 대한 계획을 갖게 됐다. 30분 만에 끝나는 결혼식에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과 그 짧은 예식도 보지 않고 밥만 먹고 가는 하객들을 보며 든 생각이다.

불필요한 허례허식을 줄인 간소한 결혼식을 뜻하는 '작은 결혼식'은 사실 어지간한 용기 없이 치르기 어렵다. 보통의 결혼식에서 생략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여자라면 화려한 결혼식에 대한 환상이 있었을 법 한데, 서 씨는 어떻게 작은 결혼식을 올릴 용기를 냈을까. 서 씨는 아주 오래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다는 듯 또렷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원래 소비 습관이 낭비적이지 못해요. 결혼식 자체도 낭비적 요소가 많은 것 같아 남자친구와 상의 하에 간소하게 예식을 올리자는 데 의견을 모았는데 현실은 저희 마음처럼 간단하지 않았어요. 결혼식을 올리려면 필요한 예식장을 잡는 데만도 비용이 상당히 들더라고요. 보증인원 걸고 계약금부터 내야하는데 그것부터가 문제였어요.”

난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서 씨와 권 씨는 예물과 예단을 생략하자고 양가 부모를 설득하는데도 꽤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서 씨는 “저희야 예전에 맞춘 커플링으로 결혼반지를 하는 게 괜찮았지만 양가 부모님께 오고 갈 예물·예단을 빼는 건 워낙 관습처럼 내려오는 문화라 부모님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워 하셨어요. 작은 결혼식에 대한 매스컴 보도도 보여드리고 취지도 설명 드리면서 어렵게 허락을 받아냈어요”라고 말했다.


청첩장을 돌리는 것도 고민이었다. 청첩장의 종이낭비는 둘째 치고 청첩장을 돌리는 의도가 축의금을 내러오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양가 부모를 설득해 아주 가까운 지인만 초청해 축의금을 받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다른 친구의 결혼식에서처럼 예식은 보지도 않고 밥만 먹고 가는 손님이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결혼식을 계획하던 중 알게 된 ‘서울시청 시민청의 1호 결혼식 커플 모집 공고’가 서 씨의 작은 결혼식 실천에 결정적 보탬이 됐다. 메이크업, 축가, 사진 촬영 등을 재능 기부로 받아 서로 나누는 결혼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기획된 시민청 결혼식은 허례허식에 낭비하는 비용을 줄여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서 씨의 마음을 읽고 1호 커플의 주인공 자리를 내줬다.
시민청 결혼식은 작은 결혼식의 최대 걸림돌인 피로연을 생략하는 대신 10~20만 원의 공공장소 사용료만 지불하고 치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서 씨 커플에게 더없이 알맞은 장소였다.


서 씨는 “형식처럼 굳어진 결혼식 문화의 틀을 깨는 것이 나와 남자친구만의 생각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걸 크게 느꼈어요. ‘왜 너희는 유별나게…’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고요. 우리 커플도, 부모님도, 하객 분들도, 결혼식에 참여해주시는 재능기부자 분들 모두가 뜻을 모은 덕분에 더욱 의미 있는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모아 결혼식에서 절약한 비용으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생활을 돕는 기부를 할 거예요. 교사로 일하고 있는데 돈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정말 많이 보거든요. 많은 분들께 받는 축복과 사랑을 앞으로 다른 곳에 나누며 살 거예요.”

/wedding@fnnews.com 파이낸셜뉴스 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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