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메리츠종금증권 신정호 IB사업본부장

      2012.12.17 17:45   수정 : 2012.12.17 17:45기사원문

"올해까지는 씨를 뿌리는 시간이었죠. 결실은 내년부터 나올 겁니다."

신정호 메리츠종금증권 IB사업본부장(51·사진)이 추진하는 투자은행(IB) 사업엔 몇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서두르지 않고 잘할 수 없는 사업에 욕심내지 않는 것.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다.

17일 신 본부장은 "작지만 강한 IB 조직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그의 소탈한 모습 속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대기업 계열, 은행 계열 등 20여개 증권사 IB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데 내세울 만한 백그라운드가 별로 없는 메리츠종금증권이 이처럼 '느긋한' 이유는 뭘까.

■'종금' 라이선스와 금융그룹 시너지

우선 메리츠종금증권이 증권사 중 유일하게 갖고 있는 종금 라이선스다. 전체적인 재무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을 비롯해 설비 리스, 자금 대출, 펀딩을 돕는 증권, 종금, 보험, 캐피털, 자산운용 등의 원스톱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

신 본부장은 "중견기업 중에 우리와 긴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고객사, 담보가 부족해 은행에 가기 어려운 고객사들은 우리가 책임지고 복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며 "단발적이지 않고, 긴 호흡으로 조언하는 게 힘"이라고 했다.

이는 메리츠금융그룹만의 시너지다.
메리츠화재, 메리츠금융정보, 리츠파트너스 등 계열사 간 교류를 확대해 비즈니스 기회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그는 "금융지주사 체제 안에서 고객 발굴기회를 넓히고 종합 금융서비스를 하는 것"이라며 "이를테면 기업고객에 보험도 같이 컨설팅하고, 리스도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주요 타깃은 기술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 시장. 바이오, 제약, 스마트폰부품업체 등 기술중심 기업들이다. 기술, 특허, 연구개발 등 무형의 가치를 구조화해서 밸류에이션을 만들고 자금을 펀딩, 회사 성장을 돕는 일이다. 신 본부장은 "부동산 등 담보재산이 없는 기업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어렵다"며 "메리츠종금증권과 우리 금융그룹은 이런 업체들을 돕고, 키울 수 있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또 철저한 리스크 관리도 강점이다. 신 본부장은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2년 동안 투자 보유 자산이 부실화된 게 한 건도 없다"고 했다.

■잘할 수 있는 사업 '선택과 집중'

IB비즈니스 전략은 명확하다. 경쟁에 비해 수익은 작고 리스크는 큰 비즈니스엔 손을 대지 않겠다는 것. 강점만큼 약점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신 본부장은 "대형사들은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총액 인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할 수 있지만 자산규모(자기자본)가 작은 우리가 공격적으로 나서기엔 한계가 있다"며 "이를테면 1000억원 정도 규모의 채권발행 주관사를 맡았는데, 200억∼300억원 정도 미매입이 발생해도 우리회사 입장에선 큰 손해"라고 했다.

이어 신 본부장은 "웬만한 IB는 상당수 인력들이 저인망식 영업으로 훑어서 영업하는데, 그렇게 회사채를 내봐야 손익분기점(BEP)을 넘기는 게 어렵다"며 "신용등급 트리플B, 싱글A이지만 시장 수요예측에서 100% 매각을 확신할 수 없는 회사채의 경우에도 손실을 감안하고 경쟁해서 따낼 수밖에 없는데 이런 사업에는 주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명도 안되는 소수정예다. 능력있는 사람을 뽑아 최고 수준으로 대우를 해준다는 IB 인사 원칙에서다.

신 본부장은 "대형사가 한해에 딜을 10개 정도 한다면, 우리는 1개를 하더라도 최고의 서비스와 우수 인력을 갖추자는 전략"이라며 "IB업계에서 1인당 이익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올해 IB사업부의 예상 이익은 150억원 정도. 그는 "인력이 100명 이상 있는 IB가 버는 돈을 (20명도 안되는) 우리가 벌 것"이라고 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증권업계 최악의 불황 속에서도 지난 2·4분기(7~9월) 영업이익이 100% 가까이 증가하는 등 놀라운 실적을 기록 중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신정호 IB사업본부장은 산업은행 출신으로 한국산업증권(산업은행의 100% 자회사로 대우증권에 피인수) 해외투자팀장 등을 거쳐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인 에이치앤에스파트너스 대표 등을 맡았다. 지난 2010년 메리츠종금증권 IB사업본부장으로 옮겨 올해 JW중외제약 CB.BW 등 2000억원 규모(10건)의 중견기업 메짜닌증권 발행을 성공적으로 주관했다.
신 본부장은 1000억원 규모의 메리츠-KTB 신성장동력 PEF 대표 펀드매니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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