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박근혜와 아베 신조

      2012.12.23 17:24   수정 : 2012.12.23 17:24기사원문
한국과 일본 두 나라 간 관계는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면서 크게 냉각됐다.

일본은 오는 26일 극우 성향인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총리로 취임하게 된다.

지난 16일 실시된 일본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자민당이 승리한 것에는 독도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갈등이 크게 기여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올해 이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각각 독도와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를 방문한 것을 지켜본 아베는 선거 유세 때 강한 일본을 내세우면서 영토와 영해를 반드시 지키겠다고 공언해왔다. 앞으로 한국과도 갈등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양국 지도자 우호적 제스처 보내

일본은 이번 대선에 박근혜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누르고 승리하자 안도했다.

노무현 정권 시절 두 나라 간 협력이 순조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 취임하게 되는 한국과 일본의 차기 지도자들은 일단 우호적 관계를 원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아베는 한국 대선 다음 날인 지난 20일 축하 성명을 통해 박근혜 당선인과 두 나라 간 관계를 깊게 하기 위한 상호이해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지난 21일 자민당 총재인 아베가 박 당선인 측과 협의도 없이 특사를 서울로 보내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가 철회하는 소동이 있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일본 언론들은 아베 차기 총리가 내년 2월 25일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취임식 3일 전인 2월 22일 시네마현에서 열리는 '다케시마의 날'을 국가 행사로 격상시키겠다는 자민당의 공약을 유보해야 한다.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간사는 현재 동북아시아의 안정이 더 중요하다며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내년 행사에 불참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아베, 한국 자극할 시각 갖고 있어 우려

그렇지만 두 당선인 모두 우호적인 관계를 원하면서도 시각차가 있어 한·일 관계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당선 후 동북아시아의 화해 협력과 평화 확대를 위해서는 일본의 올바른 역사 인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독도는 한국 영토로 협의대상이 아니며 일본은 종군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해도 합리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박 당선인은 부친인 고 박정희 대통령이 친일파라는 비판 때문에 대일본 관계에서도 신중할 것으로 일본에서는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며 일본 내에서 매파인 아베 차기 총리는 종군 위안부에 대해서도 증거가 없다며 부인해온 인물이며 주변국에 논란이 돼온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적극적일 가능성이 크다.

그는 민주당이 그동안 집권해오면서 외교 면에서 일본이 패배해왔다고 주장해왔다. 자민당의 총선 승리 후 처음 가진 인터뷰에서도 분쟁 중인 섬들은 일본 영토임을 강조했다.

아베가 이끌고 있는 자민당은 현재의 일본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는 헌법을 개정할 기회가 왔다고 판단하고 있어 발등에 불인 경제 문제를 해결할 경우 개헌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시즈오카대학교 국제관계 전문가인 고하리 스스무 교수는 아베 차기 총리가 중국보다는 한국과 더 원활하게 지낼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 정부로부터 자극을 받으면 강경하게 돌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日언론, 아베에 온건 외교정책 요구

일본 언론들은 첫번째 총리 재임 시절 한국과 미래지향적 관계를 추구하고 실용적인 외교정책을 한 아베가 이번에는 갈등을 각오하는 정책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하기는 이르다고 보도했다.

사임 5년3개월 만에 총리로 돌아오는 아베는 한국과 긴장 상태를 유지할 경우 일본의 대외 현안인 북한의 핵개발과 납북 일본인 송환 문제 해결에서 한국의 협조를 받을 수 없게 된다.

한국과의 관계 개선은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악화된 중국과의 관계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일본 언론들도 이웃 국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원하면서 온건한 외교정책을 추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 당선인이 지난 2004년 한나라당 대표로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만난 자리에서 아베는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고 인사하기도 했다.

아베 차기 총리의 부인 아키에는 열렬한 한류팬으로 한국어를 공부해 실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두 지도자 간 갈등이 없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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