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로 치료 가능한 비후성심근증, 모른 채 돌연사로 숨져

      2013.02.21 13:52   수정 : 2013.02.21 13:52기사원문

비후성심근증 환자의 경우 수술로 치료 가능하지만 이를 몰라 돌연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통계청의 국내 사망원인 발표에 따르면 각종 심장질환 돌연 사망자가 연간 2만3000여명에 달한다. 대한법의학회지의 광주전남지역 자료에 의하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부검 중 심장질환 관련 사망의 약 7%가 비후성심근증에 의한 사망으로 조사된 것을 추론해 볼 때, 국내에도 많은 수의 환자가 비후성심근증으로 돌연사 하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해외자료에 의하면 인구 약 500명 당 1명(0.2%) 꼴로 이 병을 가지고 있으며, 이중 약 70%가 혈액의 출구가 좁아져 돌연사 등의 위험성이 큰 환자라다.

비후성심근증은 선천적으로 심장 근육이 지나치게 두꺼워 심장의 기능을 방해하는 병으로 심장에 피가 뿜어져 나가는 출구가 두꺼워진 근육으로 막혀 혈액이 제대로 뿜어져 나가지 못하게 되어 호흡곤란, 가슴통증, 어지러움, 실신 또는 심한 경우 김씨와 같이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홍준화 교수는 21일 "비후성심근증으로 진단되면 베타차단제나 항부정맥제 등 적절한 약제를 우선 복용해야 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두꺼워진 심장근육으로 인해 심장에서 피가 뿜어져 나가는 '혈액 유출로'가 폐쇄된 환자의 경우에는 수술적 방법으로 두꺼워진 심장 근육을 잘라내는 '심근절제술'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후성심근증 환자는 과도한 운동으로 심장의 부담을 증가시켜 급사 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물 치료를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며, 때에 따라서는 돌연사 방지를 위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수술적 치료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비후성심근증은 치료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약물치료에만 의존하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심실중격으로 가는 혈관에 알콜을 넣고 인위적으로 심근경색을 만들어 심근 두께를 줄여서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에 그쳤다.


중앙대병원 심장혈관센터 순환기내과 김상욱 교수는 "실제 국내 사례에서도 비후성심근증 환자를 흉부외과에 의뢰해 심근절제수술 후 환자를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해 보면 증상의 호전이 뚜렷하게 있고 알콜 주사요법과 약물치료보다 수술적 치료가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메이요클리닉에서는 연간 약 150~200건의 수술이 시행되고 있는 반면에 국내에는 수술이 잘 알려지지 않거나 수술 경험이 있는 흉부외과 의사가 많지 않아 수술이 치료로 추천되는 비율이 낮다.


심근절제수술은 가슴 앞쪽 한뼘 이하의 작은 절개를 통해 대동맥 판막 아래쪽의 근육을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로 잘라내는 방법으로 평균 일주일 정도의 입원이 필요하고 2~3주 후에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은 물론 부정맥, 급사의 위험을 줄여 장기생존율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며 수술 성공률 또한 상당히 높은 편이다.


홍준화 교수는 "비후성심근증은 20~30대 젊은층의 급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이 질환은 유전적 성향이 강하므로, 직계 가족 중에 돌연사하거나 비후성심근증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가족 전체가 심장초음파 등의 정밀검사를 통해 질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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