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토크쇼, 탄탄한 기획력과 차별화 ‘라디오스타’만큼만 해라

      2013.03.08 14:54   수정 : 2013.03.08 14:54기사원문

토크쇼들이 위기에 빠진 가운데 자신만의 독자 노선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라디오 스타’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최근 예능계에는 거센 칼바람이 불어 닥치고 있다. 한 때 예능계의 큰 바람을 일으켰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힘을 못쓰고 있고 각 방송사의 대표 토크쇼로 불리던 프로그램들도 토크쇼 과잉으로 시청률 하락은 물론 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야심차게 내놓았던 강호동의 복귀작 KBS 2TV ‘달빛프린스’는 지난 6일 마지막 녹화를 마치고 폐지됐다. 또 8년 장수 프로그램 ‘놀러와’의 뒤를 이었던 MBC ‘토크클럽 배우들’도 방송 8회만에 막을 내렸고 김희선의 예능 MC 도전으로 시선을 모은 SBS ‘화신’도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지키곤 기대만큼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진 못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기획만큼은 참신하고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저조한 시청률이 프로그램을 변화시키고 개편하는데 이유가 되긴 하지만 제작진이 이런 저런 시도도 하지 못할 만큼 방송 두 달 만에 막을 내리는 상황은 보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도 씁쓸한 현실이다.

이만큼 살벌한 예능계에서 한 번도 아닌 여러 번의 위기를 넘어서고 자신들만의 스타일를 구축시킨 프로그램이 있다. 한 때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의 자투리 프로그램으로 불리던 ‘라디오 스타’다.

‘라디오 스타’는 라디오를 포맷으로 삼아 음악과 토크가 조합된 고품격 음악 프로그램. ‘라디오 스타’는 고품격 음악 방송을 표방해 매회 방송마다 음악이 빠지진 않지만 게스트들의 근황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루머에 대한 토크가 주를 이룬다. 게스트 띄워주기에 급급했던 다른 토크쇼들과는 달리 게스트들을 곤란한 질문을 해대며 일명 ‘물어뜯기’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는 것.

이런 독한 토크가 가능했던 것은 MC들의 역할이 컸다. 독설의 1인자인 김구라를 필두로 깐죽거림의 대명사인 신정환과 윤종신이 게스트들을 놀리고 달래는 과정을 반복했고 김국진만이 토크의 중심을 잡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라디오 스타’에 여러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김구라와 신정환이 불미스러운 일에 엮이면서 하차하게 된 것. 독한 토크가 주를 이뤘던 ‘라디오 스타’에서 지분이 상당했던 김구라가 하차되면서 ‘라디오 스타’는 다소 주춤했다. 여기에 ‘무릎팍도사’에 밀려 분량 확보 조차 장담되지 않았던 ‘라디오스타’는 MC 강호동의 하차로 ‘무릎팍도사’가 폐지되면서 존폐 위기에 시달렸다.

그러나 ‘라디오스타’는 김구라와 신정환이 빠진 대신 유세윤과 슈퍼주니어 김희철과 뒤이어 규현을 투입시켜 김구라를 대신할 독설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깐죽거림은 끊이지 않는 콘셉트를 유지시켰다. 또한 독립 편성되어 기존 분량보다 배는 늘어났지만 늘어지지 않는 토크와 ‘고품격 노래방’등 새로운 코너도 투입시키면서 위기를 넘어섰다.

이러한 MC들의 독설은 게스트에게만 치중되지 않고 다른 MC를 공격하거나 제작진, 프로그램 자체 디스까지 일삼는다. 남들은 입밖에 꺼내기 힘들어하는 김국진의 개인사는 항상 이들의 먹잇감이며 불미스러운 일로 하차한 김구라를 언급하는 것은 물론 인형으로까지 등장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여기에 ‘라디오 스타’만의 CG가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단순히 게스트나 MC들의 이야기를 자막으로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차력을 선보이는 게스트에게 CG로 불을 만들어 주거나 MC들의 곤란한 질문에 위기에 닥친 게스트들의 머리 위로 비가 쏟아진다. 게스트들의 일상적인 토크도 극대화 시켜 재미를 주고 시각적인 역할도 톡톡히 해준다.

특히 ‘라디오 스타’는 게스트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초반 부활의 김태원을 필두로 김응수, 정만식, 강예빈, 김희원, 류수영 등 수많은 게스트들이 ‘라디오 스타’에선 의외의 예능감을 뽐내며 ‘예능 늦둥이’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사진=MBC)


또한 다른 토크쇼들과는 달리 친분은 물론 연관성 없는 게스트들을 조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했다. 새해를 맞아 홍석천, 염경환, 숀리, 윤성호를 묶어 ‘민머리 특집’으로 꾸몄고 악역을 맡았었다는 것 말고는 정점이 없는 정만식, 김광규, 최준용은 ‘언젠가는 국민배우’ 편에 출연했다. 지난 6일 방송에서도 1세대 아이돌들이 출연했지만 다른 토크쇼였다면 가장 인기 많았던, 지금도 활동을 많이 하는 멤버들을 출연시켰겠지만 ‘라디오 스타’는 그룹 내 가장 자리 멤버를 모아 이들의 설움과 한풀이를 들어줬고 90년대 향수를 자극시켰다.

뿐만 아니라 항상 토크쇼에는 자사 프로그램의 홍보성 게스트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는 ‘라디오 스타’도 마찬가지. 하지만 ‘라디오 스타’는 홍보성 게스트가 출연해도 프로그램의 홍보는 뒷전이며 MC들은 방송사를 향해 “저희 할 만큼 했습니다”라고 뼈있는 농담을 해댄다.

이런 ‘라디오 스타’의 기획력은 게스트 의존도가 높은 기존 토크쇼들에게 역습을 날린 셈이다. 이제 ‘라디오 스타’는 어떤 게스트가 나와도 재미있다는 신뢰를 심어줬고 게스트들의 신변잡기 토크도 단순히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라 진정성까지 담아냈다.
고품격 음악 방송이라는 말대로 음악이라는 끈, 초기 기획도 놓지 않는 뚝심을 보여줬다.

3월에 들어서면서 날씨는 따뜻해졌지만 예능계는 살얼음으로 덮여있다.
위기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선 ‘라디오스타’처럼 침체기인 토크쇼들도 뛰어난 기획력과 자신만의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ujungnam@starnnews.com남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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