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도입 급물살
2013.03.26 17:37
수정 : 2013.03.26 17:36기사원문
제왕적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도입을 조속히 추진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배구조법에는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 도입과 사외이사 제도 개편안 등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안이 총망라돼 있다. 하지만 지난 2010년부터 준비했던 지배구조법 시행이 지연되면서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가 여전히 개선되지 못한 채 답보상태라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포함한 지배구조법을 국회에 재상정하는 등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혁신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형식적인 지배구조 모범규준
26일 금융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대로 전체 금융회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포함한 지배구조법을 국회에 재상정할 계획이다. 조만간 추진될 금융회사 지배구조 태스크포스(TF)에서 나올 결과물도 지배구조법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 금융위의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이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도입해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최고경영자(CEO) 공백에 대비한 방안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조속한 법 도입과 함께 금융지주사들의 개별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건전한 지배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사들은 지배구조 모범규준 도입으로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지만 실제로 CEO가 갑작스러운 일로 자리를 비웠을 때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인물이 준비됐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은 실제로 CEO 변고가 생겼을 경우 뒤를 이을 사람이 곧바로 나올 정도가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제너럴일렉트릭(CE)에는 CEO가 트럭에 치였을 때 뒤를 이을 사람의 순서를 적은 '트럭 리스트'가 있다.
미국 맥도널드 이사회는 지난 2004년 짐 캔털루포 회장이 심장발작으로 갑자기 숨진 뒤 2시간 만에 새 CEO를 선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부 금융지주사들은 회장이 갑자기 사퇴했을 때 1시간 만에 그 자리에 누구를 앉힐 수 있을 정도로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이 운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은 내부 후계자 양성에서부터 시작돼야 하는데 일부 금융지주사들은 1인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또 여전히 정치적 외압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사회마저도 권력화되는 상황인데 조속히 지배구조법을 도입해 '권력의 쏠림현상'을 견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액주주 권한 강화로 이사회 견제
금융위가 입법발의한 지배구조법은 크게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와 사외이사 제도 개편 등으로 나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박근혜 대통령 공약대로 현행 은행과 저축은행의 대주주 적격성만 보는 것이 아닌 전체 금융회사로 확대키로 했다.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개선 여부는 사외이사 제도 개편으로 달라진다.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소액주주들의 의견도 반영하겠다는 것이 개편 내용이다. 이른바 집중투표제를 실시해 특정주주가 추천하는 사외이사 선임을 견제하자는 것이다.
집중투표제란 사외이사 선임 시 지분율대로 투표권을 주자는 것이다. 사외이사 선임은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예를 들어 지분 30%를 보유한 대주주가 투표권의 30%를 들고 있지만 소액주주들이 뭉쳐 30% 이상의 투표권을 확보해 경영진이나 특정 주주와 결탁한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소액주주의 권한도 강화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
금융위 관계자는 "특정주주가 이사회나 경영진과 결탁해 사외이사를 추천, 선임하는 경우가 많아 지배구조상 악영향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소액주주들이 객관성 높은 사외이사를 선임하도록 이사회의 견제장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