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가져온 제품 100억원대.. 개성공단 꼭 재가동 돼야”

      2013.04.28 17:03   수정 : 2013.04.28 17:03기사원문

【 파주(경기)=김문희 기자】 지난 27일 귀환한 126명의 개성공단 체류직원을 맞이하기 위해 경기 파주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모여든 기업인과 직원 가족들은 착잡한 심정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사업 시행 10년 만에 폐쇄 기로에 놓인 개성공단과 사업의 명운을 함께해야 할지 모른다는 절박함과 허탈함이 교차하는 듯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할 당시엔 이렇게 될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당시 (김대중)정부에서 홍보도 꽤 많이 해 4대 1의 경쟁을 뚫고 개성공단에 들어갈 땐 기대와 꿈이 대단했죠."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화인레나운 박윤규 회장은 초창기 사업 진출 시기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식자재 부족과 의료진이 한 명도 남지 않은 채 가장 먼저 철수하는 통에 말도 못하게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공단에 남아있는 제품 걱정을 이어갔다.

"공단에 남아있는 제품이 의류 완제품 2만8000장을 합해 총 10만장 있는데 100억원 가까이 된다"며 "이른 시일 내 정상화될 수 있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직원들의 심정도 다르지 않았다. 이날 오후 2시40분과 4시50분께 두차례에 걸쳐 돌아온 126명의 표정 역시 그간의 피로감과 앞날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더욱이 전날 정부 결정에 따라 밤새 급하게 짐을 싸느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몰려드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개성공단 직원들은 손사래를 치며 간단한 인터뷰조차 허락하지 않고 공장 문을 닫고 오게 된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지 않으려 빠르게 자리를 피하는 모습들이었다. 이 중 한달여 만에 돌아온 대화연료펌프 직원 구모씨는 "공장 가동을 중지한 상태라 마음이 상당히 착잡하다"면서 "일단 정부 방침을 따라 내려왔지만 개성공단은 반드시 재가동돼야 한다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협력업체인 예경어패럴의 박형락씨는 "개성공단은 남북 간 50년 계약인 데다 국가가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겠나"라며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개성공단이 정상화 가도에 들어선다 하더라도 물류가 예전처럼 들어올지 걱정하는 업주들도 상당했다. 개성공단의 한 업체 대표는 "공단이 정상화된다 하더라도 바이어들이 많이 돌아설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앞으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불안감 때문에 물량이 안 들어오게 되면 어떻게 살겠나"라고 걱정했다.

두 아들이 개성공단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신정옥씨는 "그간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아들 걱정으로 잠이 안 와서 정신과 약까지 먹었다"며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무슨 죄라고 꽁꽁 문닫고 못 들어가게 하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신씨는 또 "661.15㎡(200평) 공장 부지에 공장 짓는 데만 수십억원을 들인 데다 북한 직원들에게 처음부터 일을 가르쳐놨는데 정치적인 대립으로 이런 결과밖에 나올 수 없어 마음이 안 좋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gloria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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