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니머스의 건투를 빈다

      2013.05.15 17:03   수정 : 2014.11.06 13:38기사원문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모른다. 그러나 숨겨진 이름은 안다. 그들의 이름은 '어나니머스(Anonymous)', 영어 뜻 그대로 '익명, 가명'이란 이름이다. 우리는 또 그들의 얼굴도 모른다. 그러나 TV 카메라 앞에 나타난 가면의 얼굴은 안다.

그들은 가이 포크스(Guy Fawkes) 가면을 쓴다. 가이 포크스는 17세기 영국 의사당을 폭파하려 한 실존의 반체제 인물이다. 이 가면은 2006년 개봉된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에 주인공으로 나와 일약 유명해졌다.

철저하게 정체를 숨기고 있으니 무슨 직업을 가진 사람들인지 모르는 건 당연지사다. 그들의 활동무대인 미국에선 그들을 '국제해커집단'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지난달 4일 북한의 대남 선전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했다. 그리고 9001명의 회원 명단을 공개했다. 한국 당국은 이들 가운데 명백하게 종북·친북 활동을 한 사람들을 색출하고 있다.

이들은 계속 북한 웹사이트를 공격하겠다고 예고한다. 실제로 지난 12일에는 북한 라디오 방송 '조선의 소리' 웹사이트를 해킹했다. 이들은 오는 6월 25일 대대적으로 북한을 사이버공격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인들은 그날이 무슨 날인지를 잘 안다. 이들이 공개한 공격대상에는 북한의 전국 인트라넷 '광명성'과 국가안전보위부 인트라넷 '방패' 등 31곳이 적시돼 있다.

이름도 얼굴도 직업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우리는 그들이 북한에 내건 네 가지 요구사항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그들의 요구사항은 ①북한은 핵개발을 포기할 것 ②김정은이 사퇴할 것 ③북한을 직접 민주주의체제로 바꿀 것 ④북한 주민의 인터넷 통제를 해제할 것 등이다.

이쯤 되면 북한 인권법조차 못 만들고 있는 한국 국회보다 백번 낫다. 정의를 전파하는 인터넷의 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나니머스의 능력을 의심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러나 꼭 말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사이버 해킹 능력 또한 세계 최고수(最高手)급에 속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사이버전 요원 3000명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는 천재급 두뇌도 많다.

이들은 중국 동북 3성에서 합숙 훈련을 하며 남쪽의 체계와 인물을 훤히 파악하고 있다. 북한 사이버 전대는 지난 3월 20일 남쪽의 방송사와 금융기관을 공격, 한때 기능을 마비시켰다.
그런 북한의 실력이니만큼 지금쯤 철옹성 같은 방어벽을 쌓고 있는지도 모른다.

ksh910@fnnews.com 김성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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