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행동장애주의력결핍증(ADHD),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2013.06.05 16:02
수정 : 2014.11.06 05:18기사원문
30대 남성 김 모씨는 어려서부터 매사에 급하고 정신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머리가 좋아 훌륭한 기획을 만들지만 끝맺음을 제대로 못하는 게 단점이다. 이같은 성격 때문에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직장상사를 멍청이라며 무시한다. 또 타인의 말이 끝나기 전에 다른 일을 하며 일이 마무리되기 전에 항상 다른 일을 다시 시작한다. 그는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4년 만에 퇴사했고 창업을 시도한 후 실패해 학원강사를 하다 한의대 입학 준비중이다. 김 씨는 자신의 아이가 과잉행동주의력결핍증(ADHD) 진단을 받아 진료하던 중 아내의 권유로 치료를 받게 됐다.
김 씨와 같은 성인 ADHD환자들은 자신의 질환을 잘 모르기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한다. 성인이 되면 아동들이 보이는 대표적인 ADHD 증상인 과잉행동, 충동성, 산만함 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신 불안, 예민함, 감정기복, 조급증 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보통 아동 10% 가량이 ADHD를 겪고 이 중 3분의 1은 성인 ADHD가 된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최상철 홍보위원(마음클리닉 디딤 노원점 원장)은 6일 "성인 ADHD의 경우에는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며 "치료하면 대인관계나 업무능력이 좋아지고 자신의 잠재능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아동 ADHD, 태도 학습해야
어릴 때 뇌의 발달은 뒷부분인 시각 중추부터 발달하기 시작해 전두엽까지 성숙하게 된다. 전두엽에는 행동이나 언어를 컨트롤해 자제력을 갖게 하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시간을 투자한 학습에 의해 훈련된다. 실제 전두엽 부분이 발달한 아이들은 하나의 일이 주어졌을 때 그 일에만 집중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전두엽이 발달되지 않은 아이들은 뇌의 여러 부분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주의가 산만하고 한 가지 일에 집중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최 홍보위원은 "전두엽 부분을 컨트롤 하는 것은 단순한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을 꾸준히 했을 때 얻어지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학교생활을 꾸준히 하게 되면 수업 시간동안 참고 수업을 듣고 이를 통해 성취감이 얻어지는 등의 태도도 함께 학습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태도들은 전두엽을 발달시켜 자제력도 함께 갖게 되는 것이다.
뇌의 모양은 유전이므로 성인 ADHD인 경우에는 아이도 ADHD 성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증상 없는 ADHD가 더 문제
하지만 ADHD를 가지고 있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최 홍보위원은 "ADHD 아이들은 열정이 있기 때문에 이를 훈련시키면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발휘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공부를 잘하는 ADHD다. 한 고등학생의 경우 어렸을 때 공부를 너무 잘해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 머리가 좋아 학습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은 들여지지 않았다. 고등학생이 되자 학교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불안감, 초조함 등으로 증상이 나타났다. 이는 어렸을 때 참고 견디는 습관이 안들었기 때문이다.
또 아동 ADHD의 3분의 2는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인생의 멘토나 닮고 싶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아 삶의 자세를 바꾸면서 질환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흔하다.
■어떻게 치료하나
치료는 일단 약물로 전두엽을 쓰도록 뇌의 컨트롤을 도와주게 된다. 이를 학습시켜 성취감을 높이고 이를 반복적으로 훈련시킨다. 노력을 한만큼 무언가 얻어진다는 경험이 자꾸 쌓이게 만드는 것이다. 2년 가량 꾸준히 치료하면 나아진다.
청소년기에는 ADHD가 반항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본인이 치료에 동의하면 오히려 대화로 잘 풀어갈 수 있다. 하지만 치료는 약 3년 정도 걸리게 된다.
성인의 경우에는 심한 ADHD는 약물중독 등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가 없다. 따라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심하지 않는 ADHD환자들이 많다. 이들은 본인의 상태에 대해 인정하는 경우가 많아 1년 이내에 치료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성인 ADHD 자가 체크리스트
*어떤 일의 어려운 부분은 끝내놓고 그 일의 마무리를 짓지 못해 곤란을 겪은 적이 있나
*체계가 필요한 일을 해야 할 때 순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나
*약속이나 해야 할 일을 잊어버려 곤란을 겪은 적이 있나
*골치 아픈 일은 피하거나 미루는 경우가 있나
*오래 앉아 있을 때 손을 만지작거리거나 발을 꼼지락거리는 경우가 있나
*모터가 달린 것처럼 과도하게 혹은 멈출 수 없이 활동을 하는 경우가 있나
*지루하고 어려운 일을 할 때 부주의해서 실수하는 경우가 있나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을 할 때 주의 집중이 힘든 경우가 있나
*대화 중 상대방이 당신에게 말하고 있을 때 집중하기 힘든 경우가 있나
*집이나 직장에서 일이나 소음 때문에 주위가 산만해지는 경우가 있나
*안절부절 못하거나 조바심 내는 경우가 있나
*혼자 쉬고 있을 때 긴장을 풀거나 마음을 편하게 갖기 어려운 경우가 있나
*사회적 상황에서 나 혼자 말을 너무 많이 한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나
*대화 도중 상대방이 말을 끝내기 전에 끼어들어 상대방의 말을 끊는 적이 있나
*차례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있나
*다른 사람이 바쁘게 일할 때 방해되는 행동을 한 적이 있나
<자료: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