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사죄 의미” 부산박물관에 유물 기증

      2013.08.12 10:35   수정 : 2013.08.12 10:35기사원문

일본의 한 양심 지식인이 중국에서 20여년간 수집한 현 시가 10억원에 달하는 본인의 수장품인 문방사보 296점을 '일제의 한국 침탈에 대한 사죄'의 의미를 담아 부산박물관에 무상 기증했다.

부산박물관 측은 "일본 키타큐슈시(北九州市)에 거주하는 미야자키 사츠키씨(宮崎五月·82)가 지난 9일자로 벼루 51점, 먹 49점, 붓 103점, 관지(款識)인장 93점 등을 당시 구입 시가 5000만엔, 현 시가 우리 돈 10억원을 상회하는 유물을 무상으로 기증해왔다"고 12일 밝혔다.

박물관 측은 "기증자인 미야자키 사츠키씨가 과거의 일본은 한국에 못할 짓을 너무 많이 저질렸는데도 반성이 없는 것을 개탄하면서 이 기증이 일본 안에 행동하는 양심인들의 분발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심정도 함께 피력했다고 전했다.

이 유물을 인수하기 위해 일본을 두 차례나 다녀온 백승옥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1637년부터 1894년까지 조선에서 청에 간 사신 파견은 총 507회였다"면서 "한 번의 사신에 수행원이 200~300명 규모였는데 이 때 이들이 가장 구하기를 소망하고 가장 탐을 내는 물건이 문방사보였다"고 기증품의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미야자키씨의 기증품 가운데 벼루는 중국 4대 명연(名硯)이라 일컫는 단계연(端溪硯)과 흡주연(흡<翕+欠>州硯), 징니연(澄泥硯), 홍계연(紅系硯)이 망라돼 있다.


단계연은 꿈의 벼루라 칭하는 것으로 입김만으로도 먹을 갈 수 있으며 백반(白斑) 황반(黃斑) 등을 문양으로 이용한 가로 45cm 세로 60cm의 단계연은 대만 고궁박물관의 국보와 유사한 작품이다.

먹은 7건 49점으로 16나한(十六羅漢), 고사인물도, 산수인물도, 십이지신상(十二支神像) 등의 세트를 이룬 것인데 매우 우수한 조각으로 조형성이 뛰어나 청대(淸代, 1644~1912)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명확한 분석이 되지는 못했으나 송연묵(松烟墨)일 경우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박물관 측은 전했다. 송연묵은 소나무의 관솔 부분을 태워 그 그을음을 아교로 고형화 시킨 것인데 먹 하나를 만드는데 수백 그루 이상의 소나무가 사용된 것이다.

기증된 붓의 필관(筆管) 재질은 대나무·옥(玉)·대모(玳瑁·거북등껍질)·상아·비취·도자기·칠보 등으로 다양하다.

인장의 재질은 수정(水晶)·옥·상아·석(石) 등으로 산수문·십이지신상· 용 등의 문양이 조각돼 있다.


부산박물관 측은 "이번 기증으로 문방 관련 중요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면서 "특히 광복 68주년을 맞아 8.15 광복절을 전후해 양심있는 일본인에 의해 이뤄진 기증이라 그 의미가 더욱 깊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시장의 감사패 수여, 명예시민증 수여 등을 통해 기증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로 했다.
부산박물관 측도 빠른 시일 안에 기증 기념 전시를 통해 시민들에게 유물은 물론 기증자의 뜻을 알릴 계획이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