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4) 과학영재, 노벨과학상 꿈꾼다
2013.09.12 03:32
수정 : 2014.11.03 14:02기사원문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소수의 영재가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스마트폰, 원도 워드프로세서, 페이스북과 같은 세기의 발명품들은 인류의 미래를 바꿨다. 이들 발명품을 개발한 잡스, 게이츠, 저커버그 등을 우리는 보통 천재라고 말하고 어린 시절의 이들을 영재라고 한다. 또 이 같은 극소수의 영재들이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이들 세 명의 세기의 발명가들이 영재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없지만, 세계 최대 영재교육 국가인 미국에서 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게이츠, 저커버그 등은 유대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유대인들은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을 배출한 국가이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인 영재교육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한국영재교육학회 이정규 부회장(성균관대 교육학과 겸임교수)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미국의 영재교육 역사는 무려 120년이 된다. 전체 학생의 5%가 영재교육을 받았고 미국 정부에서 많은 재원을 투입 중이다. 또한 지난 1980년 영재교육법이 생긴 이스라엘은 영재학교의 일종인 예술과학고등학교를 설립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스라엘 영재교육이 롤모델
미국과 이스라엘에 비해 한국의 영재교육 역사는 짧다. 불과 10년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2001~2007년 영재교육 도입 단계에서 2008~2012년 영재교육 내실화에 이어 올해부터 오는 2017년까지 영재교육 정착을 시도한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2002년 11월 제1차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이듬해 제1차 서울 영재교육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지난 2007년 교육부가 영제교육진흥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이듬해 제2차 영재교육 발전계획(2008~2012년)을 수립했다.
2008년 4월에야 서울과학고를 과학영재학교로 정부가 지정했다. 올해는 교육부에서 제3차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 수립과 함께 발표했다. 국내 영재교육은 과학과 수학의 비중이 다른 과목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것이 특징이다. 과학과 수학 두 과목이 서울 지역 영재교육의 70%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1만9123명의 서울 지역 영재교육 학생 중 과학 6929명(36.2%)이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수학 6502명(34.0%)이었다.
반면 미술, 인문사회, 음악, 발명, 창의예술, 문예창작 등은 비중이 4% 모두 미만에 불과했다. 국내 영재교육이 철저하게 '노벨상 맞춤형 영재교육'이라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을 위해 과학과 수학만을 어린 학생에게 조기 교육을 시켰을 때 효과에 대해선 아직 의구심을 보이는 쪽도 적지 않다. 초·중·고등학생 시절에는 과학 및 수학에 대한 영재 집중교육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선 문화, 예술 분야의 중요성도 적지 않다는 것.
연령별로는 초등학생에 대한 영재교육이 9872명(51.6%)으로 가장 많아 조기 교육의 영향이 영재 분야에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뒤를 이어 중학생 5558명(29%), 고등학생 3713명(19.4%)순이었다.
영재교육 운영기관은 △영재학교 △영재교육원 △영재학급으로 구분돼 영재학교가 서울과학고 1곳에 불과했다. 올해 2월 기준 영재교육원은 지역교육청이 운영 중인 곳에 4440명, 대학이 운영하는 곳에 1331명의 영재가 공부를 했다.
대학 내 영재교육원을 운영하는 곳은 교육부에서 지정한 서울대(과학영재교육원), 연세대, 서울교대가 있다. 또 교육청에서 지정한 서울대(관악영재교육원·관악창의예술영재교육원), 건국대음악영재교육원과 함께 이화여대, 덕성여대, 고려대, 서울과학기술대 등이 영재교육원을 운영 중이다.
이들 대학부설 영재교육원은 대부분 수학과 과학 분야 영재교육에만 집중했다. 건국대음악영재교육원과 서울대관악창의예술영재교육원만이 음악과 창의예술 분야 영재교육을 했다.
■뒤늦은 한국 영재교육 분발 중
국내 대학의 영재교육은 초등·중학생 위주로 이뤄졌다. 이들 대학 내 영재교육원들의 경우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초등 지역 공동 영재학급과 영재교육원이 이원체계로 운영되는 점이 혼선을 일으키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영재교육원은 9~12월 선발전형을 진행하고 초등 지역 공동 영재학급은 1~2월에 선발 전형을 갖는다. 이 때문에 선발전형의 반복 업무 문제가 제기됐다"면서 "또한 초등 중등의 경우 부족한 음악과 문예창작 영재학급을 늘리고 수학·과학 분야를 다소 축소하는 방향으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컨설팅을 받은 서류 평가 하위 20% 영재교육 학교 49개교 중 16개교는 추가 컨설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영재교육의 개선은 다소 필요하지만 꾸준한 정책 추진의 필요성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영재교육학회 이정규 부회장은 "노벨상 수상자들이나 천재 발명가들이 꼭 영재교육을 받아서 효과를 냈다는 검증할 만한 데이터는 없지만, 영재들에게 지루한 단순한 반복학습에서 벗어난 창의교육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빠른 경제발전을 추구하다 보니 눈에 보이는 수학과 과학에 영재교육이 86% 집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세계적인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에서 한국의 영재들이 석권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냈고 이들 중에서 향후 10년 뒤에는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별취재팀 윤정남 팀장 김경수 정명진 임광복 이병철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