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직원 육아문제 두팔 걷었다
2013.09.26 16:56
수정 : 2014.11.03 10:55기사원문
여전히 다른 업종에 비해 남성중심적인 건설업계에 '모성(母性)'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육아부담을 덜기 위해 사내 어린이집을 속속 개원하고 출산휴가 3개월에 이어 1년간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또 임신부 자율출근제를 운영하는가 하면 육아반차(반일 휴가) 사용을 독려하는 등 양육 스트레스 없이 마음 편히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해 직원들 사기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SK·현대건설, 사내 어린이집
26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SK건설은 지난 2일 서울 관훈동 본사 건물 2층에 49명 정원인 사내 어린이집을 조성, 문을 열었다. 이곳 '행복날개 어린이집'을 이용하기 위해 직원간 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SK건설 관계자는 "유명 위탁운영 업체를 선정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며 "1~4세 반으로 운영되는데 1세 반의 경우 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전했다.
같은 날 현대건설도 서울 계동사옥 내에 '현대다솜어린이집'을 개원했다. 어린이 49명을 수용가능한 규모로 현대건설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과 현대엔지니어링 직원 자녀들도 이용 가능하다.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열지만 야근하는 직원들을 위해 밤 9시30분까지 야간반도 운영된다.
롯데건설은 지난해부터 그룹 차원에서 '자동육아휴직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3개월의 출산휴가 직후 1년간 육아휴직에 자동적으로 돌입한다. 지난해 9월부터 실시, 1년을 맞은 이 제도는 사내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롯데건설 직원은 "15개월간 휴가가 부러워 남자직원들도 우스갯소리로 '아이를 낳고 싶다'고 할 정도"라며 "직접 돌쟁이 아이를 키우다 보니 육아휴직 기간이 부모들에게 얼마나 절실한지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재작년만해도 출산휴가에 이어 육아휴직을 쓸 경우 주변의 눈총을 받았지만 지금은 육아휴직을 하지 않을 경우 회사에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롯데건설 '톡톡 맘스쿨' 인기
롯데건설은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15개월간 일터를 떠나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긴 시간 자칫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복직 한달 전부터 리마인드 교육이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워킹맘들 간 소통을 위해 서로의 고충이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SK건설도 올해 6월부터 그룹 차원에서 자동육아휴직제를 도입했다. SK건설의 육아반차도 호평을 듣고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육아반차는 하루 8시간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씩 쓸 수 있다"며 "임직원 개개인의 남은 연차에서 언제든 차감해 쓸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물산의 경우 사내 어린이집 운영뿐만 아니라 임신부 자율출퇴근제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공식 출근 시간이 오전 8시지만 임신부와 초등학교 이하 자녀를 둔 여직원은 오전 10시 이전까지 자율 출근해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역시 임신부 및 취학전 자녀를 둔 여직원을 대상으로 시차출근제를 운영 중이다. 이들은 기존 출근시간인 7시30분~8시보다 1시간여 늦춘 9시까지 출근 가능하다.
최근 출산휴가를 쓰고 돌아온 대우건설 직원은 "출산 직후 30만원 상당의 출산선물세트를 받을 수 있다"며 "시간을 들여 사야 하 는 자질구레한 출산 준비용품을 회사에서 한번에 마련해줘 편했다"고 말했다. 이어 "매달 육아비가 7살까지 지원되는 데다 육아휴직을 굳이 출산 직후 쓰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보장되는 만 6세까지 언제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