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PA Robotics Challenge
2013.12.08 16:45
수정 : 2013.12.08 16:45기사원문
전 세계 최고 휴머노이드 로봇 '톱5'의 영예는 어디에게 주어질까. 오는 20~21일(현지시간) 이틀 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는 홈스테드 자동차경주장에서 세계 최고의 로봇 연구 기관들이 개발한 재난구호로봇이 자웅을 겨룬다.바로 미국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하는 로보틱스 챌린지(Robotics Challenge)가 열리는 것. 여기에는 카이스트(KAIST) 오준호 교수가 속한 '팀 드렉셀(Team Drexel)'의 '휴보(Hubo)'와 미국에 있는 버지니아 공과대학의 한국계 로봇공학자 데니스홍 교수와 국내 로봇 기업 로보티즈가 이끄는 '팀 토르(Team THOR)'의 로봇 '토르-OP(THOR-OP)' 등 6개 팀이 출전해 총 8개의 재난구호 과제를 수행한다.
■日 원전 사고 계기, 재난 대비 필요성 부각
DARPA 로보틱스 챌린지는 지난 2011년 봄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를 계기로 시작됐다. 당시 사고로 고장난 원전 안의 냉각기를 고치기 위해 후쿠시마 원전에서 철수했던 도쿄전력 기술자 50명이 원전으로 재투입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 원전 기술자들은 방사능 오염으로 죽을 것을 알면서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원전 안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그 이유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에 개발해왔던 재난구조로봇이 무용지물임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당시 세계 최고를 자랑했던 일본의 아시모 로봇을 비롯해 많은 로봇들이 원전 근처에 접근도 하지 못했고 미국 아이로봇(iRobot)사가 개발한 폭발물제거로봇은 전선의 길이가 부족해 원전 건물의 2층 이상 진입하지 못했다.
이 사건 후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재난을 대비하기 위한 로봇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면서 DARPA가 로봇 과학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기술 증진을 목표로 이 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장애를 헤치고 불을 꺼야 '임무 완수'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DARPA로보틱스 챌린지에 출전한 로봇은 총 8개의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먼저 차량을 운전해 목표 건물 앞에 도착해야 하고 차에서 내려 100m의 자갈길을 통과해야 한다. 건물 입구를 막고 있는 벽돌 등 장애물을 치운 후 문을 열고 건물로 들어가 사다리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목표 지점까지 접근한 로봇은 전기 톱이나 드릴 등 주변에 놓인 도구로 콘크리트 벽을 제거한 뒤 누수되고 있는 파이프를 발견해 밸브를 잠가야 한다. 불이 나는 곳에는 소방호스를 찾아 불을 끄는 임무까지 수행해야 한다.
현재 DARPA 로보틱스 챌린지는 크게 네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 중이다. 가장 상위 그룹인 트랙 A는 로봇과 프로그램을 모두 개발하는 그룹으로 지난해 1차 선발대회에서 전 세계 200여개팀 중 7개 팀이 출전 자격을 받은 후 지난 7월 1차 예선을 통해 현재 6개 팀이 남았다. '팀 토르'와 '팀 드렉셀'을 비롯한 일본의 '샤프트(Schaft)', 미국의 'NASA JSC(Johnson Space Center)', 'NASA JPL(Jet Propulsion Lab)', 미 카네기멜론대학교의 'CMU NREC' 등 6개 팀 가운데 한 팀은 오는 20일 플로리다에서 진행되는 1차 결선의 상세설계검토(CRD)를 통해 걸러진다.
최종 5개 팀은 트랙 B와 트랙 C에서 올라온 상위 팀들과 함께 내년 말 최종결선에 진출한다. 최종 우승팀에는 200만달러(22억원)의 상금과 함께 '세계 최고의 로봇'이라는 명예가 주어진다.
■日 샤프트 우승 유력…한국 약진도 관심
현재 트랙A에서 우리나라 과학자가 소속된 팀은 6개 중 2개 팀으로 한국 과학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드렉셀대와 조지아대, 델라웨어대에 KAIST 오준호 교수의 휴보랩과 KAIST의 창업 벤처인 '레인보우'가 연합한 '팀 드렉셀'은 강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오준호 교수는 "이번 1차 결선에서 적어도 2~3위는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최종 결선까지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버지니아 공대의 데니스홍 교수와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댄리 교수, 마크임 교수 등이 이끄는 연구팀에 국내 로봇 전문기업 로보티즈, 미국 방산업체 해리스(Harris)의 공동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팀 토르'는 겉 모습은 미국 팀이지만 속은 명실상부한 한국인들의 팀이다.
데니스 홍 교수는 "이번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최종 결선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1등을 바라기보다는 향후 미래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로보티즈의 김병수 대표는 "현재 일본의 샤프트가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 챌린지를 통해 국내 로봇기술의 저변을 확대하고 세계 시장에 우리가 가진 솔루션과 플랫폼을 알려 진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