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으로 본 2013년 방송사 하이라이트
2013.12.12 09:35
수정 : 2013.12.12 09:35기사원문
현재 TV방송시장은 케이블 채널의 약진과 더불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케이블 채널 tvN의 ‘응답하라1994’, ‘꽃보다 누나’, JTBC ‘무자식 상팔자’ 등은 10%를 넘나드는 경이적인 시청률로 지상파 방송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며, ‘히든싱어’, ‘SNL코리아’ 등도 굳건한 마니아층을 형성하면서 본격적인 무한 경쟁 체제를 알리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각 방송사별 특징과 대표 프로그램들은 저마다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것으로, 이는 마치 무협소설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문파들과 각 문파의 무공들을 연상케 하고 있다.
실제 ‘시청률’이라는 기준 하에 해마다 수없이 많은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사라지며, 그로인해 각 방송사들의 세력이 넓어지고 줄어드는 방송가의 모습은 약육강식, 강자존의 법칙에 의해 지배되는 중원 무림과 꼭 닮아있기도 하다.
◇KBS, 대표작-해피투게더, 1박2일, 내 딸 서영이, 최고다 이순신 등
KBS를 무협세력에 비유하면 당연히 소림사(少林寺)다. 대한민국 최고(最古)의 방송사임과 동시에 공영방송으로 언어와 선정성 등에 특히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은 무(武)의 종가이면서 불문인 소림사와 많이 닮아있다.
특히 소림사의 무공은 강맹함이 그 특징으로, 백보신권은 그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부숴 버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마치 다른 프로그램들이 쫓아올 엄두도 내지 못할 압도적인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는 KBS2 주말드라마 와도 같은 모습으로, 3월3일 종영한 ‘내 딸 서영이’는 47.6%(닐슨미디어, 전국기준), 8월25일 종영한 ‘최고다 이순신’은 30.1%, 현재 방영중인 ‘왕가네 식구들’은 최고 37.9%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또한 소림을 대표하는 무공 중 하나인 금강불괴는 백보신권과 반대로 어떠한 충격에도 부서지지 않는 최고의 호신무공으로, 이는 끊임없는 폐지설에도 꿋꿋이 시즌3를 이어나가고 있는 ‘1박2일’과도 흡사하다.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코너가 등장하고 사라지는 KBS2 ‘개그콘서트’는 9개의 분신을 만들어내는 연대구품처럼 변화무쌍하고, 국내 최장수 예능프로그램으로 꼽히는 KBS1 ‘전국노래자랑’은 소림 72종 절예의 시작이라는 달마대사의 역근경, 세수경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강력한 주말 드라마와 예능의 성적에 비해 평일 드라마에서 2013년 한 해 동안 ‘비밀’과 ‘굿닥터’, ‘학교 2013’ 정도를 제외하고 눈에 띄는 작품이 없었다는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MBC, 대표작 -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일밤, 기황후, 구가의서
북숭소림이라면 남존무당이다. KBS와 쌍벽을 이루는 역사를 지닌 MBC는 가히 무당(武當)파에 비유할만하다.
국내에도 영화 ‘의천도룡기’와 태극권을 창시한 문파 등으로 무협지를 좋아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잘 알려진 무당파는 도문(道門)을 대표하는 문파라고 할 수 있다.
태극을 문파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삼는 만큼 무당의 무공은 정중동(靜中動)과 유능제강(柔能制剛)의 묘리가 주를 이루며 이는 ‘좋은 친구’를 캐치프라이즈로 따뜻하고 친숙한 채널을 표방하는 MBC와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특히 한 번의 검에 만가지의 변화를 담는다는 무당파 최고 무공 태극혜검은 MBC를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비견할만하다.
‘무한도전’이라는 한 이름하에 8년 동안 끊임없이 변화하며 새로운 미션과 아이템을 찾아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모습은 이들이 왜 MBC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예능프로그램이라고 불리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부드러움이 주를 이루는 무당파 무공이지만 가장 강맹하고 가차없는 무공을 꼽자면 십단금이 있다. 겉은 멀쩡하지만 내부를 진탕시키는 내가중수법의 최고 경지인 십단금은 거칠 것 없는 입담과 독설로 게스트들의 속을 샅샅이 헤집어놓는 ‘라디오스타’와 많이 닮아있다.
더불어 순수하고 부드러운 동심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아빠 어디가’는 부드러움의 묘(妙)를 담은 태극권을,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이성이 공존하는 ‘진짜 사나이’는 음양의 기운을 동시에 운용하는 양의심공과 꼭 닮아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이어진 파업의 여파와 ‘구가의 서’, ‘백년의 유산’, 그리고 최근 ‘기황후’를 제외한 드라마의 침체는 MBC를 최고의 위치로 올려놓는 데는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연일 화제의 중심에 오르며 여러 가지 의미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오로라 공주’는 MBC 이미지에 더욱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말았다.
◇SBS, 대표작 - 런닝맨, 너의 목소리가 들려, 상속자들, 주군의 태양 등
무당파가 부드러운 이미지라면 화산(華山)파는 같은 도문이지만 날카로운 이미지이다. 그리고 화려하다.
매화로 대표되는 화산파는 검술 초식 하나하나마다 매화가 피어나고 매화향이 풍기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화려한 검술이 특징으로, 올 한해 화려하고 감각적인 드라마를 쏟아낸 SBS가 이에 꼭 맞아떨어진다.
2013년 한 해 동안 평일 드라마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낸 방송사를 꼽자면 단연 SBS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 ‘주군의 태양’,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야왕’, ‘황금의 제국’ 그리고 ‘상속자들’까지 연달아 히트작을 쏟아냈다.
특히 이들 작품들은 다양한 장르의 혼합, 감각적인 영상, 치밀한 시나리오 등 모두 색다른 시도를 통해 화려하고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다양한 변초가 특징인 화산파 절기 이십사수매화검과 비견할만한 위력을 발휘했다.
또한 매주 가장 핫한 게스트를 초청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런닝맨’ 또한 각 방송사 주말 예능 중 가장 화려한 모습을 선보인다.
뿐만 아니라 문득 느껴지는 매화향처럼 미처 눈치 채기도 전에 이미 움직임이 시작된다는 신법 암향표처럼 어느 사이엔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못난이 주의보’ 역시 올 한해 SBS 라인업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드라마의 라인업에 비해 ‘런닝맨’과 ‘K팝스타’를 제외한 예능 프로그램의 부진과 주말 시간대에서 밀려난 점은 SBS의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CJ E&M-JTBC 편에서 계속]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gagnrad@starnnews.com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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