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에 건물 짓는 원조 대신, 한국, 경제개발 노하우 전한다
저개발국 원조라는 이름 뒤에 숨은 경제전쟁에서 우리나라가 갈수록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병원 짓고 우물 파는 원조로는 더 이상 일본·중국의 물량공세를 당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기획재정부가 개발도상국에 우리나라 경제개발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한국식 원조모델(KSP·Knowledge Sharing Program)이 주목받고 있다.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OECD 개발원조위원회(OECD-DAC) 회원국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지난해 기준 미국(305억달러), 영국(137억달러), 독일(131억달러), 프랑스(121억달러) 그리고 일본(105억달러)순이다. 우리나라는 15억달러로 25개 회원국 중 16위 수준.
경제규모에 비해 얼마나 원조를 많이 하는지 나타내는 ODA/GNI(국민총소득) 비율은 우리나라가 0.14%로 총 25개 회원국 중 22위로 최하위권이다.
중국은 2011년 최초로 발간한 대외원조백서에서 자국의 원조 규모를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약 388억달러라고 밝혔다.원조를 구실로 사업을 따내거나 자국 제품을 파는 것이 비판받기도 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격언이 원조의 세계만큼 철저히 지켜지는 곳도 드물다. 북유럽 국가들이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무상원조를 추구하는 동안에도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경제권 경쟁국들은 ODA 자금을 무기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입장이 바뀌었지만 오히려 ODA 관련 해외 경제활동은 위축되고 있다.
주로 신흥국이 대상이 되는 우리나라 인프라 수출은 2005년 200억달러 수준이던 것이 꾸준히 상승 , 2010년 716억달러로 최고액을 기록했으나 이후 내리막길로 치달아 최근 600억달러를 하회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ODA 재원 해외사업 수주실적은 2011년 6억7000만달러에서 2012년 3억1000만달러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최근 2~3년간 신흥국을 타깃으로 한 해외진출 전략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반면 일본은 그동안 인프라 수출에서는 우리나라에 밀리는 것으로 평가받았으나 최근 정부 차원의 인프라 수출 촉진정책에 따라 현재 약 1000억달러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은 2020년까지 3000억달러를 목표로 동남아 등 신흥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코트라 하노이 관계자는 "ODA 자금이 투입되면 사실상 해당 국가 기업들이 수주를 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일본, 중국과 구미 국가들은 ODA 자금력을 바탕으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큰 사업들을 수주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들 나라로부터 하청을 받거나 지방정부의 병원 건설, 상하수도, 폐수처리 시설 등 소규모 사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탐사보도팀 최경환 팀장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