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SNS 범죄에 멍드는 한국사회-(3)“폭력보다 무서운 SNS 속 왕따”…사이버불링에 떠는 청소년들

      2014.02.05 13:34   수정 : 2014.10.29 23:17기사원문
청소년들의 집단 괴롭힘, 학교 폭력이 현실을 넘어 사이버 공간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괴롭히려는 대상을 초대한 뒤 여러 명이 한꺼번에 심한 욕설을 퍼붓는 것은 이미 고전적인 수법이 됐고 요즘은 사진·동영상 같은 이미지를 활용해 상대방을 괴롭히고 견디기 힘든 모욕감을 준다. 이같은 사이버따돌림 현상을 통칭해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라고 한다.

고교생 김모군(18)은 지난달 친구의 카카오스토리(카스)에 자신의 나체 사진이 올라왔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친구의 카스에는 단체로 놀러갔을때 샤워하고 나온 자신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올라와 있었다.
사진은 삽시간에 수십명에게 공유됐고 김군은 부랴부랴 카스측에 신고를 해 더이상 사진이 유출되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이 일로 김군은 한동안 심한 우울증을 겪었다.

■사이버 따돌림에 멍드는 10대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윤해성·박성훈 연구팀이 수도권 지역 중·고생 117명을 대상으로 사이버 불링의 피해 및 가해 실태를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자 중 20명(17.5%)이 사이버 불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사이버 불링을 해 본적이 있는 학생도 17명(14.9%)이나 됐다. 피해 유형별로는 '허락 없이 비밀을 공개'한 경우가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한사람만 모르게 정보공유'(9명), '원치 않는 글이나 사진 공개'(8명), '나쁜 별명을 만들어 놀림'(7명),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림'(5명)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사이버 불링을 당한 학생 중 일부는 2가지 이상의 피해 유형에 시달리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사이버 불링을 당한 학생들이 다시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고 사이버 불링을 단순한 장난이나 또래 놀이문화로 치부해 버리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조사결과 사이버 불링 피해·가해 학생들 중 피해와 가해를 동시에 경험해 본 학생들의 비율은 11.4%로, '순수가해 집단'(3.5%)이나 '순수피해 집단'(6.1%)보다 월등히 많았다. 연구팀이 SNS를 하루 2시간 이상 이용하는 서울지역 고등학생 15명을 상대로 한 심층 면접에서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SNS에서 자신이 피해를 입은 경우 당한 피해를 고스란히 친구에게 되갚아준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또 면접 과정에서 SNS에서의 사이버 불링에 대해 심각하게 여기기보다는 대부분 '장난', '놀이', '재미'로 여긴다고 답해 사이버 불링을 그들만의 놀이문화로 인식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 '사이버 불링'

한참 감수성이 예민한 10대들에게 사이버 불링은 지울 수 없는 생채기를 남긴다.

실제 사이버 불링의 피해를 입은 학생들 중 상당수는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할 수 없어 전학을 가거나 외부와의 접촉에 어려움을 겪는 등 상당한 심적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은 사이버 불링의 피해 유형 중에서도 악성 소문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SNS의 특성상 삽시간에 소문이 퍼지고 설령 그 소문은 사실이 아니더라도 기정사실로 굳어져 없던 일로 만회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SNS에 올린 소문 하나가 주홍글씨와 같은 낙인을 찍는 세상이 된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SNS 등을 통해 확대·재생산되는 사이버 불링은 현실 폭력을 넘어서는 고통을 학생들에게 가한다"며 "학생들에게 사이버 불링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는 교육과 상담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SNS 서비스 업체나 유관기관이 사이버 불링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 제도적 노력이 뒷바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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