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윤빛가람 “2년간 바닥 찍었으니 다시 올라가겠다”

      2014.02.06 11:12   수정 : 2014.10.29 22:43기사원문


“경남에서 2년간 전성기를 누렸다면, 그 뒤 2년은 바닥을 쳤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걸 다 걸겠다”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제주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에서 만난 윤빛가람(24)은 달라져있었다 과거 취재진에게조차 ‘시크’했던 모습은 없었다. 모든 것을 내려 놓은 듯한 차분한 말투에서 진짜 어른이 됐음이 느껴졌다.

절치부심한 윤빛가람이 부활을 노리고 있다. 윤빛가람은 한 때 천재라 불렸다.
첫 태극마크를 단 2010년 8월 나이지리아와 평가전에 선제골을 터트리며 혜성처럼 등장했고, 그해 경남에서 9골 7도움을 올려 K리그 신인왕도 거머 쥐었다. 2011년 1월 이란과 아시안컵 8강 연장전에 결승골을 터트려 ‘조광래호 황태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2012년 레인저스(스코틀랜드)행이 불발되고, 성남으로 이적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적료 20억+조재철에 성남 유니폼을 입었지만 2군 강등 수모까지 겪으며 1골 3도움에 그쳤고, 런던올림픽 출전도 무산됐다. 이듬해 제주로 이적했으나 1골 2도움에 머물렀다. 축구선수로 전성기일 나이에 ‘빛’을 잃어버렸다.

윤빛가람은 “경남 시절 너무 빨리 태극마크를 달고, 모든 게 잘 맞아 떨어졌다. 초심을 잃고 살았던 것 같다”며 “성남 시절 내가 팀에 맞추는 게 서툴다보니 트러블이 있었다. 볼을 뺏기면 홈팬들의 야유가 나와 아예 볼을 피해 다녔던 것 같다. 자신감이 한 번 추락하니 회복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17세 이하(U-17) 대표팀 시절부터 사제의 연을 맺은 ‘은사’ 박경훈 제주 감독의 쓴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박 감독은 1월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윤빛가람에게 “정신 차리고 똑바로 해라.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따끔한 충고를 했다. 윤빛가람은 “프로에서 정말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축구에서 수비력을 보완하지 않으면 어느 프로팀에 가도 못 뛸 수 있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윤빛가람은 5일 사간도스와 연습경기에서 전매특허인 킬패스를 선보였고, 치명적인 단점으로 지적되던 수비력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 윤빛가람은 “올 시즌 제주는 바이에른 뮌헨 축구를 모토로 삼았다. 비디오 미팅 때 본 뮌헨의 필립 람의 활동량과 압박이 인상적이었다. 실전에서 형식적인 수비 가담이 아니라 과감하게 부딪히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컨 동작도 신경쓰고 있다. 과거 스루패스를 넣고 그 자리에 서서 감탄하던 습관도 고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빛가람은 강한 자존심도 내려 놓았다. ‘수비의 정석’ 에스티벤(제주)에게 조언도 구할 계획이다. 윤빛가람은 “이제는 자존심을 따질 때가 아니다. 에스티벤은 울산 시절 굉장히 꺼려했던 상대였다. 볼을 차단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물어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윤빛가람은 올 시즌 목표에 대해 “난 황일수(제주) 형처럼 측면에 빠른 선수가 있으면 플레이를 펼치기 수월하다. 최대한 볼터치를 많이해 나로 인한 공격 전개가 많이 됐으면 한다”며 “한 경기에 적어도 스루패스 1-2개씩은 넣고, 활동량도 11-12㎞ 이상 가져가겠다. 그러면 공격포인트가 아니더라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팀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며, 최소 3위 안에 들어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리스 진출권을 꼭 따고 싶다”고 말했다.

윤빛가람은 생애 처음으로 올해 1월1일 해돋이를 보러가서 소원을 빌었다고 했다. 진짜 어른이 된 것 같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윤빛가람은 “2-3년 전 사진을 보다 요즘 거울을 보면 많이 늙은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넸다.


다시 진지한 눈빛으로 돌아온 윤빛가람은 “경남에서 2년간 전성기를 누렸다면, 그 뒤 2년은 바닥을 쳤다. 다시 올라가야하지 않을까.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모든 걸 다 걸겠다.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찾는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고 굳은 의지를 밝혔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elnino8919@starnnews.com장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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