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골드러시 기회 찾는 박석범 주 휴스턴 총영사
2014.05.06 17:44
수정 : 2014.05.06 17:44기사원문
"전세계 시추탑이 몇 개인지 아십니까. 약 3500개인데 그중 1700개가 미국에 있죠. 150년 석유개발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미국에서 글로벌 에너지기업들과 어깨를 부딪히다보면 뭐 하나 얻는 게 있지 않겠습니까."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에선 미국 에너지 산업의 본산 미국 휴스턴으로 가는 주 7회 직항편이 처음으로 취항했다. 제2의 골드러시를 맞이하고 있는 휴스턴으로 가는 길목이 트인 곳이다. 이 항공편 취항엔 숨은 조력자가 있다. 박석범 주휴스턴 총영사(59·전 이라크 대사·사진)다. 외교부 총영사회의 참석차 서울을 찾은 그를 만났다.
박 총영사는 외교부 안팎에서 '굉장히 적극적인 사람'으로 통한다. 지난 2010년 험지로 분류되는 이라크 대사로 부임했을 당시엔 미군 철수와 총선 실시로 정국이 극도로 불안정했다. 곳곳에서 폭탄이 터졌지만 한국기업들은 전후 복구사업과 자원개발에 대한 기대를 안고 이라크로 향했다. "1주일에 한번씩 만났을까요. 이라크 부총리, 에너지장관을 수시로 만나 한국기업의 진출을 타진하기 위해 뛰었죠."
재임 당시 한화건설이 80억달러 규모의 신도시 건설사업을 수주했고, 한국가스공사가 대규모 국제입찰에서 광구를 낙찰받았다. "기술적인 건 기업들에 못줘도 비기술적인 부분들을 우리 외교관들이 조그마한 도움을 줄 수 있죠."
이번엔 셰일가스로 신골드러시가 일고 있는 휴스턴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는 불과 수년새 국제 에너지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2020년이면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각국의 에너지 수급계획도 다시 짜야 할 판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의 대중동 전략이 변화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일고 있다.
그는 이제는 한국 에너지외교의 공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에너지외교라고 하면 투자 리스크가 큰 중동·아프리카 지역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 이유가 미국 내 광구는 비싸지만 수익성이 낮다거나 오일메이저들이 장악하고 있어 겁이 난다는 인식이 있었죠.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오히려 미국 내 광구 수익률이 아프리카 광구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기업들이 자신감을 갖고 적극 미국 에너지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부분에선 아쉬움도 묻어나왔다. 최근 한국기업들은 휴스턴에서 주춤한 상황이다. 수년전만 해도 석유공사, 삼성물산 등이 미국 내 광구투자에 활발히 나섰지만 현재는 잠잠한 상황이다. 오히려 석유공사, 가스공사가 가지고 있던 광구도 부채문제로 내다팔아야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2017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미국 셰일가스는 약 570만t(한국가스공사 350만t, SK E&S 220만t)인데 일본은 이보다 최소 3배 이상은 더 가져가는 걸로 파악됩니다. 일본이나 대만기업들은 우리보다 훨씬 활발하게 뛰어들고 있죠."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