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인문소양 갖춘 과학자 양성에 주력“

      2014.05.11 16:55   수정 : 2014.05.11 16:55기사원문

"과학기술계는 급변하고 있고 현재의 지식은 곧 옛날 지식이 된다.

암기로 과학을 배운다는 것은 '옛말'이다.

암기해야 할 정보들은 인터넷을 찾아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연구자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넘쳐나는 정보 중에 적절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사고 능력이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김영준 총장의 교육철학이다.

단순 암기보다는 사고력을 바탕으로 하는 창의 인재육성이 김 총장이 이끄는 GIST의 목표인 이유다.

GIST는 지난 2010년 1기 입학생 100명으로 시작해 올해 54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GIST는 국내 최초로 이공계 중심의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전공과목의 비중보다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체능, 어학 등 교양과목에 중점을 둔 학부 중심의 4년제 대학. 미국 스와스모어 칼리지와 하비머드 칼리지 등이 유명하다)로서 짧은 기간에 이공계교육의 혁신모델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요즘 GIST를 소수정예이면서도 세계 최고로 육성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는 벌써부터 성과로 돌아오고 있다. 그는 "학교는 작지만 교수가 146명으로, 현재 교수 100여명이 22억원의 기술수입료를 벌어들이고 있다"며 "교수들의 특허를 합치면 1000개 정도로, 교수 1인당 특허출원수를 따져도 국내 1위"라고 소개했다.

김 총장은 이어 "기술의 사업화에도 적극 나선 결과 교수들이 창업한 회사 중에는 연간 4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곳도 있다"며 "이들 회사는 코스닥 상장을 계획 중이며 GIST 최초 상장기업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들려줬다. 그는 또한 "GIST의 차세대 에너지연구소에서는 유기 태양전지를 연구 중"이라며 "올해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며 모듈화에 성공해 종이신문처럼 프린팅까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실패에 인색한 연구풍토 개선에 대해 "큰 게 터질 수 없는 연구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교수 초임 계약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며 "연구기간 3년 안에 성과를 못낸 교수는 연구 낙오자로 낙인되는 일이 많아 5년으로 계약 기간을 늘렸다"며 "초임 교수에게 시드펀드를 제공해 좋은 결과를 가지고 연구사업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연구시간을 확보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업계와 교육이 괴리가 크다는 지적과 관련, "괴리를 좁히는 데 집중한 나머지 특정 분야로 연구가 한정되면 안 된다"면서 "대학들이 특화된 연구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키되, 교육기관의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과학기술의 연구영역에서 학문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금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김 총장을 11일 GIST 집무실에서 만나 과학교육 현안과 발전 방안 등에 대한 혜안을 들어보았다.

―취임 후 2년차다. 4년 임기의 중간평가와 향후 중점과제는.

▲2년 동안 여러가지 새롭게 기초를 닦았다. 이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이공계 중심의 '리버럴 아츠 칼리지'로 짧은 기간에 이공계 대학교육의 새로운 혁신모델로서 자리 잡았다고 자부한다. 남은 임기 동안은 처음 시도되는 학부교육을 정착시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학과 구분 없이 인문사회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학생들을 2학년 때까지 모두 기초교육학부에 소속시켜 1인1악기 전공, 고전 100권 읽기 등을 통해 인문소양을 갖춘 과학기술자를 육성하고자 한다. 지금의 과학기술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지식의 범위가 너무 넓어졌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연구영역에서 학문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금 소통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산업계가 과학인재들의 실무능력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내리는 이유도 협업과 소통능력의 부재에 있다고 생각한다.



―GIST는 우리나라 5대 과학특성화대학 중 하나다. 그간 GIST가 강점을 두고 수행했던 역할과 향후 방향은 무엇인가.

▲소수정예. GIST를 상징하는 가장 분명한 표현이다. 2014년 4월 현재 교원 146명, 학생 1594명으로 구성돼 있다. 학사과정 한 학년 학생이 1000명에 가까운 카이스트(KAIST)와 비교하면 GIST는 매우 작은 규모이다. 우리는 광학적으로 특수화돼 있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GIST의 대표 연구 분야가 광과학 분야이기도 하다. GIST의 극초단 광양자빔 연구시설은 기존 전자계측장비로 측정할 수 없는 극히 짧은 영역의 초고속 현상을 연구하는 시설이다. 초고강도 레이저 빛을 발생시켜 초고속 광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세계 1위의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광주 근처에 광관련 기업체도 많은데 지금보다 교류를 활성화시켜 졸업생과 지역 산업체 사이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으로 한국문화기술연구소(KCTI)를 설립했다. 최첨단 기술과 문화 예술을 합쳐 새로운 산업을 만들려고 한다. 광주가 본래 '예향'(藝鄕)이다. 앞으로 광주는 문화중심도시로서 문화사업을 이끌어 나갈 것이며 GIST가 기술적인 뒷받침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 과학인재들이 사회에 나가 적재적소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인재활용에 대한 혜안을 제시한다면.

▲이공계 전공자는 '준비된' 인재라고 말하고 싶다. 문제 해결 능력은 어느 분야에 진출하든 가장 크게 요구되는 능력이다. 이공계 전공자들은 문제설계와 가정설정, 해법 모색, 결론 도출 등 문제 해결 과정에 능숙하다. 이런 특징을 살린다면 여러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이공계 전공자들만큼 가능성이 열려 있고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는 집단도 드물다. 대기업에서 승진하는 임원 중에는 연구개발(R&D)과 엔지니어링 역량을 갖춘 이공계 전공자가 인문 사회 전공자보다 유리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들었다. 다행히 정부에서 청년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예산과 에너지를 쏟고 있는 상황이다. 청년취업자들이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산업계는 빅데이터와 같은 새로운 분야에서 신산업을 발굴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수도권 집중현상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교수들이 서울로 빠져나갔고 우수 졸업생은 광주에서 있을 곳이 없다. 좋은 연구소나 직장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미항공우주국(NASA) 등 정부 연구기관이 한 군데 몰려 있지 않고 전국에 흩어져 있다. 반면 우리나라 사정은 다르다. 광주를 떠나고 싶지 않아도 구직을 하다 보면 서울로 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공과대학 혁신방안이 발표됐다. GIST의 과제는.

▲정부의 공과대학 혁신방안이 발표되기 전부터 GIST는 변화를 시도했다. 현재 기술수입료, 특허실시권 판매 실적 등을 교수평가에 반영 중이며 그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산학협력특임교수를 올해 공개모집한다. GIST는 2005년 정부지원사업으로 기술 실용화.사업화 전문기관인 과학기술응용연구단(GTI)을 출범시켰다. 올해 초 창업교육을 위한 기업가정신교육센터를 신설하고 기존 과학기술응용연구소와 창업진흥센터를 포괄해 3개 센터를 아우르는 GTI를 새로 출범시켰다. 현직에 계시는 교수님이 단장이며 연구단 산하에 산업체 인력을 산학특임교수로 채용할 예정이다. 또 산업계, 연구기관과의 협력관계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한국생명과학연구원, 인포피아와 합작해 인지바이오를 설립했다. GIST의 기술을 출자해 병원과 가정에서 간편하게 질병진단을 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를 개발, 생산할 계획이다.

―창조경제에서 기술사업화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GIST의 역할이 있다면.

▲GIST는 연구중심대학으로서 기초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술산업화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학교는 작지만 146명의 교수들이 있다. 이들이 약 22억원의 기술수입료를 벌어들이고 있다. 교수들의 특허를 합치면 1000개 정도이므로 교수 1인당 특허출원수를 따져도 국내 1위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소 기업을 설립해 기술산업화를 강화할 계획이다. 그동안은 기술이전수입료에 의존해왔으나 앞으로는 우리가 기술을 내고 기업의 투자를 받아 연구소 기업을 세울 예정이다. 지난해 연구소 기업 1곳을 설립했다. 올해 안에 유기 플라스틱 태양전지기술, 촉감 미디어 기술, 레이저스캐너 기술, 심볼릭 컴퓨틱 패키지 기술 등 GIST가 보유한 기술을 활용한 연구소 기업 4곳을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또 특성화대학 4개와 공동출자로 기술지주회사를 만들어 자회사도 만들 생각이다.

―GIST 연구사업의 특징이 있다면.

▲당장 눈에 보이는 거대한 연구보다는 신소재, 환경, 생명과학 등 21세기에 필요한 차별화된 과학기술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해수담수화플랜트사업이 대표적이다. GIST는 해수담수화플랜트사업의 주관기관으로서 해수담수화플랜트사업단을 캠퍼스 안에 두고 지난 7년 동안 사업을 주도해 왔으며 새로 문을 여는 '글로벌 담수화 연구센터'의 운영도 총괄할 예정이다. 부산시 기장군에 설치된 4만5000t 규모의 해수담수화 설비는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GIST는 해수담수화플랜트사업의 성공적인 운영을 바탕으로 지난해 세계적인 시장조사 업체인 럭스 리서치사가 발표한 '세계 우수 물 연구기관 조사 평가'에서 세계 7위 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또 GIST의 차세대 에너지연구소에서는 유기 태양전지를 연구 중이다. 올해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미 모듈화에 성공했고 종이신문처럼 프린팅까지 가능하다. 외국기관에 보내서 인증절차를 받고 있다. 이외에 초미세먼지 관련 연구사업도 진행 중이다.

■광주과학기술원은
'한국의 칼텍(세계 최고 수준의 공과대학인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으로 불리는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작지만 강한 대학을 표방하며 우수 과학인재를 키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수정예 및 토론식 교육방식을 도입하고 모든 과목의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고 있으며 외국인 학생 수가 전체 학생 가운데 평균 10%를 차지하는 등 창의성과 리더십, 발표력, 외국어 능력을 두루 갖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1995년 광주시 북구에 연구 중심 대학원으로 설립된 GIST는 교수 1인당 논문 수 아시아 1위 , 교수 1인당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피인용지수 세계 7위(영국 QS 대학평가 2012)를 기록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신소재, 환경, 생명과학 등 21세기에 필요한 차별화된 과학기술 연구를 추진하면서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다.

GIST는 지난 2007년부터 해수담수화플랜트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결과 지난해는 세계적 시장조사 업체인 럭스 리서치사가 발표한 '세계 우수 물 연구기관 조사 평가'에서 세계 7위 연구기관으로 선정됐으며 향후 2021년까지 총사업비 116억6000만원이 투입되는 전자전특화연구센터도 운영해 미래 국방력을 책임질 기반기술을 연구할 계획이다.


이처럼 GIST는 당장 눈에 띄는 거대한 연구시설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기술의 진보와 인간 생활의 혁신, 나아가 인류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기초.응용분야에 집중해 성과를 내고 있다.

bbrex@fnnews.com 김혜민 기자

■약력 △64세 △서울대학교 응용물리학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응용물리학 석사 △콜로라도 광업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 박사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 △광주과학기술원 환경공학부 교수 △광주과학기술원 교학처장 △대한환경공학회 부회장 △한국대기환경학회 부회장 △광주과학기술원 건설본부장 △광주과학기술원 대학원장 △기상청 황사전문위원회 위원 △전국경제인연합회 환경위원회 자문위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이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광주과학기술원 부총장 △제6대 광주과학기술원 총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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