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망 결과 예측못했다면 상해치사 아니다”

피고인의 폭행이 사망의 원인이 됐다고 해도 폭행시점으로부터 40일이 지난 뒤 였고 사망가능성을 예측할 정도의 폭행이 아니었다면 상해치사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심장질환 등을 앓고 있는 사촌형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등으로 기소된 김모씨(60)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김씨는 2012년 6월 사촌형 김모씨(당시 75세)와 다투다 격분해 바닥에 넘어뜨린 뒤 허벅지를 발로 밟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 사건 직후만 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사촌형은 이틀 뒤 '배뇨가 어렵다'며 병원에 입원한 뒤 치료를 받다가 40일 뒤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검찰수사 결과 사촌형은 혈관의 일부가 막혀 있는 등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김씨의 폭행이 사망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김씨를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재판과정에서 사촌형이 14년 전 경운기 사고로 3번 정도 수술을 받는 등 배뇨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을 김씨도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씨는 재판과정에서 "사촌형이 고령이며 신장 부분에 기왕증을 이미 갖고 있었던 점과 상해를 가한 부위를 고려하면 상해와 사망 사이에는 인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김씨의 행위가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직접적 원인은 아니더라도 이로부터 발생된 다른 간접적 원인이 결합돼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했다면 행위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3부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해도 '사망을 예견할 수 있을 정도의 폭행아 아니다'며 상해치사죄를 적용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해치사죄는 결과적 가중범으로 상해행위와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 외에 사망의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원심은 김씨에게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상해치사죄를 적용했지만 이는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김씨가 피해자인 사촌형의 비뇨기과 수술 사실과 거동이 불편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해도 그를 손으로 밀어 바닥에 넘어뜨리고 좌측 허벅지를 2회 밟아 상해를 가한 것만으로 40일 뒤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부전으로 사망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mail] 신아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