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간 원유정제시설 관리 박동명 SK에너지 부장
2014.06.26 17:52
수정 : 2014.06.26 17:52기사원문
'현장, 현물, 현실'
SK에너지 울산 컴플렉스(CLX) 기계2팀의 박동명 부장(사진)이 강조하는 말이다. 그는 이 3가지를 '3현주의'라고 표현한다. 경험도 중요하지만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말이다.
박 부장은 1983년 SK에너지에 입사해 울산 CLX에서 30여년을 보냈다. 원유정제시설과 파이프라인으로 복잡하게 얽힌 울산 CLX의 회전기계를 모니터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박 부장의 업무다. 회전기계란 각 파이프라인으로 이송되는 원유나 화학제품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곳곳에 설치된 장비를 모두 지칭한다. 유압 컴프레서, 터빈 등 3000여개의 다양한 장비들이 그의 감독하에 놓여 있다. 단순한 기계 장비라면 문제 없겠지만 이런 회전 기기들은 상당한 압력과 진동을 견뎌야 해 주기적인 정비가 필수적이다. 제때 이상현상을 잡지 않으면 대량 정제설비 가동을 멈춰야 하기 때문에 정비는 손실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그의 현장감각은 지난 1990년대 후반 울산CLX에 지어진 고도화설비(NO.1 FCC)에서 특히 빛났다. 당시 설비에선 벙커유를 재가공해 휘발유와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등을 만들어 냈는데 이 가스 채취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네덜란드산 컴프레서가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 때문에 가스채취를 중단하고 이틀에 한 번씩 보수하는 일이 반복됐다. 당시 가스채취를 중단해 손해보는 금액은 하루 2000만원선. 박 부장은 불완전한 컴프레서 작동을 보완하는 장비가 필요하다고 판단,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네덜란드 제조사에 직접 요청했다. 6개월 만에 추가 장비를 장착했고 가스 채취를 멈추는 일도 끝이 났다. '오토 벤트 시스템'이라 이름 붙여진 이 장비는 컴프레서 내부에 공기가 발생하면 이를 자동으로 제거해준다. 박 부장은 이 기기 개발 공로를 인정받아 현재 국내에서 특허출원도 진행하고 있다.
고도화 설비에는 미세한 '진동'도 적으로 분류된다. 원유를 가공하기 위해 촉매와 공기를 혼합하는 과정에서 공기 주입시설(Main Air Blower)의 진동이 기준치 이상으로 커지는 사태가 벌어진 적이 있다. 적정 허용치는 20㎛였지만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 오후 3시쯤에는 70㎛까지 진동 세기가 강해졌다. 진동이 더 세질 경우 하루 6만배럴 처리능력을 가진 설비 자체를 멈춰야 하는 상황이었다. 박 부장은 거듭되는 조사와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주입시설에 압력을 조절하는 오리피스(orifice)라는 부품을 삽입해 진동 문제를 잡았다. 당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여러번의 시행착오 끝에 가동중단 사태를 막게 됐다고 한다. 박 부장은 이 같은 경험을 인정받아 지난 2006년 기계분야 품질 명장이 됐다.
박 부장은 "회사에서 강조하는 안전, 건강, 환경(Safe, Health, Environment) 중심의 경영시스템이 모두에게 체득되도록 실천하고 싶다"면서 "앞으로도 후배 양성에 노력을 기울여 퇴직 전까지 조직에 도움되는 기술 전문가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