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상습진, ‘하루에 몇 번씩 샤워하면 나아질까’

      2014.07.07 16:23   수정 : 2014.07.07 16:23기사원문

조 모씨(30)는 최근 편도선염을 심하게 앓아 고생했다. 몸이 좀 나은 듯 하면서 이상하게 팔이 간지러웠다. 어떤 때엔 참을 수 없는 가려움증에 미친 듯이 긁어 사람들이 말릴 정도였다. 팔에 물방울 모양으로 한두개 생겼던 붉은 반점이 점점 커지고, 하얀 각질이 앉자 걱정스러운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그는 화폐상습진(nummular dermatitis)으로 진단받아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받았다.


화폐상습진은 고질적인 피부질환으로 아토피피부염보다 더 고통스럽다. 처음엔 팔뚝·정강이·대퇴부 등에 붉은 좁쌀모양으로 염증이 한두 개 올라온다. 이때 가려움증에 긁게 되면서 점차 물방울 크기로 군락을 이루며 커져 동전 모양을 형성한다.

조월태 단한의원 원장은 "이 질환의 가장 큰 특징은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이라며 "처음엔 아주 작은 반점이나 구진으로 시작돼 때로는 수포가 생기면서 진물이 나고, 딱지가 생기면서 불규칙한 모양으로 변해가며 온몸에 퍼지고 이때부터 가려움증이 심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려운 증상은 발작적이고 순간적으로 나타나는데다가 낮보다는 밤에 더 심해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환자가 적잖다"며 "긁으면 상처가 생겨서 세균에 감염될 우려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질환은 물방울건선과 모양이 비슷하지만 둥근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심하게 가려우며, 환부에 진물이 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환부가 가렵고 화끈거리며, 톡톡 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게 특징이다.

조월태 원장은 "화폐상습진 환자 상당수는 충치, 편도염, 부비동염(축농증), 방광염 등 세균 또는 진균에 의해 감염되는 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는 세균이나 진균, 알레르기유발물질(알레르겐)이 몸속에 흐르면 그에 대한 항체가 피부에서 생성돼 습진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화폐상습진은 나이가 들수록 피부 기능이 저하되고, 여름에는 증세가 약간 호전되다가 겨울이 되면 심해지는 등 자주 재발하는 경향이 있다.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극성 물질과 접촉하거나, 유전적 요인을 가졌거나, 태열·습진·알레르기·세균·정신적 긴장 등에 노출됐을 때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알코올은 특히 가려움증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의학에선 화폐상습진이 나타나는 것을 면역반응이 과민하거나 균형이 깨지고, 해독기능이 저하된 경우 나타난다고 본다. 세포에 독이 쌓이도록 유발하는 요소는 생각보다 일상적인 것들이다. 감기·편도선염 등 연쇄구상구균에 감염됐거나,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아 과로한 상태에 놓이거나, 화학물질 등에 자주 노출되는 환경에서 작업하거나, 염색·파마 등을 자주 하거나, 인공감미료 등이 많이 들어간 음식물을 즐겨먹는 것 모두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특히 화페상습진이 생겼을 때 '씻으면 나아질까' 하는 마음에 샤워·목욕에 목숨 거는 것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런 경우 피부를 보호하고 수분증발을 막는 피부보호층이 파괴돼 피부가 더 건조해져 주의해야 한다. 샤워할 때 쓰는 세정제·로션 등은 향료나 방부제가 첨가되지 않은 순한 것을 고른다. 진물이 난다면 환부에 물이 자주 닿는 것도 좋지 않아 샤워 횟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

평소 방부제나 식품첨가물이 많이 함유된 인스턴트 음식, 패스트푸드, 라면, 빵, 과자 등은 피하고 신선한 제철 과일·채소를 자주 섭취해준다.

습진이 심하면 침구류나 의복에 자극을 많이 받아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침구류나 옷을 세탁할 땐 세제가 남지 않도록 깨끗하게 빨아준다. 이런 경우 합성섬유보다 면으로 된 의복과 침구류를 쓰는 게 좋다.

단한의원에서는 한약으로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되돌려 피부질환을 완화하는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진물이 심해 감염 우려가 있을 때에만 외용 치료제를 바르고, 침치료·뜸치료·광역동치료 등은 일절 하지 않는다.
한약은 하루 세 번 복용하면 되며, 인체의 면역력의 밸런스를 찾아주는 맥문동·감국·목단피·숙지황 등의 약재가 주로 활용되며, 이들 약재는 피부재생력을 효율적으로 높여준다. 병원은 한두달에 한번씩 찾아 상태를 살펴보고 한약으로만 치료하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는 사람도 무리 없이 치료받을 수 있다.
보통 4~6개월이 지나면서 눈에 띄게 호전되는 증상을 확인할 수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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