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버스 입석금지 놓고 갈팡질팡
2014.07.22 17:40
수정 : 2014.10.24 23:58기사원문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토해양부가 지난 16일부터 시행한 광역버스 입석금지 제도가 시민들의 불편을 증폭시키자 정치권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를 탁상행정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문제는 국토부에서 일부 혼선노선에 버스 증차와 승객불만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는 것. 근본적인 대안으로 광역버스 요금 인상과 버스준공영제도가 거론되고 있지만 당장 도입이 쉽지 않아 버스 입석금지 논란이 가중될 것이란 지적이다.
■정치권, 국토부 질타
광역버스 입석금지 제도 시행으로 승객불편이 벌어진 것을 두고 정치권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국토부의 안일한 정책시행이라는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혼선이 불보듯 뻔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견되면서도 승객불편을 도외시한 채 일을 벌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 버스업자들이 광역버스 입석금지에 대한 키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국토부의 행정역량이 처음부터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증차라든가 노선변경 등을 추진하고 싶어도 사업구조상 민간 버스업계가 적자를 감당하면서까지 정책에 호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 같은 광역버스 입석금지 논란은 마침 7·30 재·보선 기간과 맞물리면서 정치권으로 불똥이 튀었다. 광역버스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서울 수도권내에서 다수의 선거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국토부의 행정을 성토하면서 각종 대안을 제시했지만 입석금지 문제를 풀어낼 근본책에는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우선 새누리당은 국토부가 공식적으로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입석금지 제도를 일단 유보하면서 새 보완책을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입석금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내는 것보다 당장 선거기간을 넘기고 보자는 수준의 단기책으로 풀이된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수원 지역 표를 의식해 광역버스 입석금지 논란 해결방안을 내놨다. 주로 광역버스 노선의 기점과 서울 중심지에서 잠실, 영등포, 양재 등 도심 외곽으로 바꾸는 것을 비롯해 철도-버스 환승료 감면 등을 제시하고 있다. 비교적 근본적인 접근법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민간 버스업체들과 협상의 문제가 남아 있고, 서울·경기·인천 지자체장들 간의 협상도 요구된다는 점에서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버스 준공영제 등 대안도 요원
광역버스 입석금지를 국민정서로 접근할 게 아니라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방향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광역버스 요금을 인상해 민간 버스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증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시장원리' 관점과 이참에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정부 개입' 관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버스 준공영제의 경우 지난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제안했던 방안이다. 이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의 준공영제 방안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높은 호응을 받았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역시 광역버스 입석금지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판교IC.수원IC.퇴계원IC 등 거점 IC에 멀티환승터미널을 건립하고 출퇴근 시간대에 이곳에서 2분마다 서울로 출발하는 광역버스에 앉아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 방안 역시 민간 버스업자들 간 협상이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데다 이 방안이 출퇴근 시간대에 벌어지는 병목현상을 피해갈 수 없다는 점에서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버스요금을 현실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는 직행좌석버스 기본요금 인상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버스요금을 인상할 경우 물가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요금 인상에도 난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홍창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