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사카린 해로운가

      2014.08.03 16:54   수정 : 2014.10.24 18:33기사원문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공감미료인 사카린의 사용범위를 빵과 과자 등 어린이 기호품으로 확대하기로 발표하면서 식품첨가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있다. 식약처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식품첨가물(34.5%)이 1위를 차지했다. 환경호르몬(26.4%), 농약(13.5%), 유해미생물(12.2%), 중금속(9.3%)보다 식품첨가물을 더 위험한 물질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2회에 걸쳐 식품첨가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현재 국내에 허용된 식품첨가물은 602개로 식품의 제조.가공.보존에 사용되며 등록 및 사용에 있어 엄격한 기준에 따라 관리돼 안전한 수준이다.


식품첨가물에 대한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특정 식품첨가물을 과잉 섭취하는 것에 따른 부작용이다. 하지만 국내 유통 중인 식품첨가물의 허용량은 국제기구인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에서 1일 섭취허용량(ADI)에 따라 평생 먹어도 안전한 수준 미만으로 유지된다.

■'첨가물=유해물질'은 오해

노봉수 서울여자대학교 식품과학부 교수는 3일 "동물 실험을 통해 동물에게 안전한 섭취량의 100분의 1을 ADI로 정하고, 실제 식품의 사용 기준은 ADI의 10분의 1 수준으로 잡는다"며 "동물과 사람의 차이, 사람의 체질 차이를 고려해도 안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하게 먹으면 소금과 설탕도 해롭다"며 "일상적인 식사를 통해 과도한 식품첨가물을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체중 38㎏의 어린이를 기준으로 뻥튀기에 들어가는 사카린(0.019㎎)을 AID량만큼 섭취하기 위해서는 뻥튀기 1만개를 먹어야 하고, 햄에 들어가는 보존료인 소르빈산의 경우 60g 햄 51개 분량을 먹어야 한다.

임승택 고려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일부 식품업체들이 특정 식품첨가물을 광고에 활용하며 '무첨가' 광고를 편 것도 불필요한 오해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가장 대표적인 품목이 커피에 들어가는 카제인나트륨, 조미료로 쓰이는 L-글루타민산나트륨(MSG) 등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5년에 MSG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선언했다. 카제인나트륨 역시 우유에 들어있는 단백질(카제인)을 추출한 것으로 카제인은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일반식품으로 분류될 정도로 안전하다.

"식품첨가물의 안전성을 100% 장담할 수는 없다며 허용 기준치 이하라도 장기적인 차원에서 채내에 축적이 됐을 때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임 교수는 덧붙였다.

■복합 사용 시 유해물질 생성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개별 식품첨가물의 안전성이 검증됐다 하더라도 다양한 첨가물이 함께 사용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유해 성분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2006년 비타민 음료에서 벤젠이 검출된 사건이다. 벤젠은 국제암연구센터(IARC)에서 규정한 대표적인 발암물질(그룹I)로 음료 속 비타민C와 보존료인 안식향산나트륨이 섞여 벤젠을 생성한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하정철 식의약안전팀장은 "식품첨가물의 경우 거의 모든 경우에 다른 첨가물과 함께 사용되지만 안정성 검사는 단일 성분만 가지고 이뤄진다"며 ADI를 기반으로 한 안정성 평가 역시 '탈리도마이드' 사건에서 보여지듯 한계를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탈리도마이드란 일종의 수면제로 과거 유럽에서 동물 실험을 거쳐 안전한 것으로 인식돼 20년간 유통됐다"며 "하지만 이후에 임산부가 먹었을 경우 기형아를 출산하는 부작용이 발견돼 50만명의 기형아가 태어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첨가물의 경우 안정성에 대해 현 시점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증이 되지 않거나 추후 문제가 발견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안전성에 문제가 있거나 자주 사용되지 않는 첨가물은 삭제되거나 일부 첨가물은 식약처의 관리대상 품목에 새롭게 추가되기도 한다.


과거 대형 식품회사에 근무했던 황태영 중원대학교 한방식품바이오학과 교수는 저서 '식품첨가물의 숨겨진 비밀'을 통해 식품첨가물에 대해서는 '안전함에 대한 오류(fail safe)' 대신 '위험함에 대한 오류(fail dangerous)'로 접근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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