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벽 만난 한류, 내부의 적부터 없애라

      2014.08.05 17:26   수정 : 2014.10.24 17:06기사원문


지나가는 유행으로 여겨졌던 '한류'는 어느새 하나의 산업이 된 지 오래다. 민간기업은 물론 중앙정부도 관심을 두고 추진하는 주요 정책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한류가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대해 의문부호가 던져지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과격한 반한류 시위까지 발생하는 등 안일하고 무리하게 추진된 정책들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한류 산업 육성을 위한 관련 예산도 증가하는 추세지만 최근 효율적으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국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가 전 세계적으로 실시하는 한류 사업들 가운데 일부에서 예산 집행과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이 허술하게 실시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한식 세계화와 K-Food 차이는…

한류 관련 사업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투입되는 예산은 매년 수천억원대에 이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월 발간한 '한류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40개 한류 사업 예산은 3279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한류 관련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이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비슷한 성격의 사업에 예산이 중복 편성되거나 불필요한 지원 사업을 끼워넣어 예산을 부풀리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처의 2014년도 예산안 분석에 따르면 한류진흥사업을 위한 예산안 가운데 민간업체에 지원하는 비용이 문제로 지적됐다.

문체부는 전통문화를 한류에 접목시켜 한류 콘텐츠를 다양화하기 위해 전통문화의 세계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올해 예산안에 이 사업의 일환으로 전통가구를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 참가시키기 위한 운송 및 설치비, 홍보운영비 등의 지원 명목으로 14억원을 편성했다.

문제는 예산 심사 과정에서 작가 개인이 소유한 작품에 제작비와 운송비를 지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특히 이는 전년도 예산안 심사에서도 동일한 이유로 지적받았는데도 또다시 반복해서 예산안에 담아 안일한 예산편성이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사업의 세부 지출 내역을 보면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참가예산은 10억원, 해당 가구의 해외순회전시 예산은 4억원이다.

과도한 지원이라는 비판과 함께 다른 한류 사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대두됐다. 문체부에서 지원하는 뉴욕패션위크, 북페어, 해외 주요 캐릭터 전시회 참가 등에서도 홍보비 및 부스 임차료 등에 대한 지원은 있지만 사업자의 작품 제작비나 운송비는 지원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부처들이 경쟁하듯 한류 사업을 내세우면서 비슷한 한류 사업이 여러 곳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예산은 따로따로 집행하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한식 및 농식품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한식 세계화와 K-팝(pop) 등을 활용해 농식품 수출 증대를 꾀하는 글로벌 K-Food 프로젝트는 유사한 사업 목표와 시행 방안을 가지고 있지만 따로따로 홍보비를 책정했다.

K팝 등 콘텐츠를 활용해 각종 CF를 제작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매체와 방식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점이 없었다. 이에 홍보사업을 통합하거나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아울러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K-Food 프로젝트 가운데 재외공간 수출홍보와 외교부의 K-Food 월드페스티벌은 사업목표, 방식은 물론 시행자도 비슷해 부처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여실히 드러냈다.

■관리·감독 '부실지대'

한류 관련 사업이 꾸준하게 예산 낭비 사례로 지적 받는 이유 중 하나가 사업이 해외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한식재단의 경우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업무 수행에 있어 총체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한식재단의 방만한 사업운영 실태를 분석한 결과, 한식재단이 2011년 11월부터 3개월씩 유럽에서 다과 체험을 겸해 개최한 '한식 가이드북 출판기념회'는 1인당 소요비용이 474만원(파리), 449만원(런던), 238만원(브뤼쉘) 등 총 13억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식재단의 상당수 외주용역 계약에서 계약기간과 금액이 수시로 변경됐다. 엉터리로 계약하고 용역을 진행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수시로 기간과 금액을 변경한 계약관리 부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 김 의원 측의 설명이다. 용역업체의 납품 지체로 13억원의 지체보상금이 발생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외주업체 선정 특혜 의혹 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아울러 재외 한국문화원의 경우도 정부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운영체계에서 비롯된 비효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의 한국문화원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지만 관리 감독의 한계 때문에 운영은 과거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문화원은 전시 및 공연 등 문화예술 부문의 교류사업과 한국어 및 한국문화에 대한 강좌 등을 통해 한국을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2000년대 들어 16개소가 신설됐고, 요청 지역도 증가세다.

그러나 한국문화원은 현재 관련 직제만 있고 설치·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법적 근거가 부실하다는 평가다. 예산의 편성과 집행 책임 등은 문체부가 지고 있지만 설치는 재외공관의 부설기관으로 돼있어 이원적인 운영체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문화원의 임무, 예산회계와 감사 등의 운영구조 등을 체계화하는 국제문화교류 진흥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2012년 10월 발의, 국회 교문위에 계류 중에 있지만 관련 논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가톨릭대학교 임학순 한류대학원 교수는 "문화산업의 다양한 영역을 엮어주고 기획·조정하는 기능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에서 사업을 조정·협업시켜주고 인력들이 유연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방안들이 추상적으로 논의된 측면이 있다"면서 "문화는 현장에서의 융합이 이뤄져야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장을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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