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겨울연가’10년.. 지금 일본은 ‘혐한류’
2014.08.07 17:12
수정 : 2014.10.24 15:51기사원문
지난 2004년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의 공영방송 NHK를 통해 방영됐다.
이 드라마는 당시 일본에서 예상외의 성공을 거뒀고, 일본을 한류 콘텐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의 반열에 올려놨다.
일본에서 한류 열풍이 불어닥친 지 10여년. 지금의 상황은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
일본에서 방영되는 한국 드라마 편성 숫자와 수출 건수는 줄어들고 있으며 영화 수출도 미미하다.
일본 내 주류 담론들에서는 한류 마케팅의 지나친 상업주의나 한국의 국수적 문화민족주의 경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또 한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여론들이 모여 '한류(寒流)' '혐한류' '반한류' 등의 신조어까지도 만들어내고 있다.
■시들해지는 한류 콘텐츠
일본의 한류 팬은 '겨울연가'를 통해 형성된 중장년 여성층에서부터 '주몽' '이산' '선덕여왕' 등 역사 드라마를 선호하는 중장년 남성층으로 확대됐다.
또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드라마 '화려한 유산' '미남이시네요' 등도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수치상으로 볼 때 일본에 수출되는 한류 콘텐츠의 양은 줄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06년 4763만달러, 2007년 5349만달러, 2008년 6562만달러,
2009년 6527만달러로 성장하던 대일본 방송 콘텐츠 수출금액이 2010년에는 4971만달러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화 수출금액도 2006년 1039만달러에서 2010년에는 225만달러로 크게 줄었다.
한류의 인기가 일본 내에서 힘을 잃어가면서 한류 소비자들에 대한 일본 내의 시선도 점차 싸늘하게 변해가고 있다.
일본의 미디어에 보도돼온 한류 팬의 주된 층은 30대에서 60대 연령의 여성들이다.
이들의 존재는 2004년 4월에 연기자 배용준이 '겨울연가' 방영 후 처음 일본을 방문했을 때
그를 보러 나리타공항에 모였던 5000여명에 달하는 중장년층 여성의 모습이 보도되면서 대중적 미디어에 등장했다.
문옥표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은 '일본 내 한류 효과와 관련 언설의 분석'을 통해
"이런 '아줌마팬'들이 일본 내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팬이 아닌 나머지 일본인들이 받는 인상은 긍정적이라고만 할 수 없으며, 오히려 적잖은 미디어상에는 열광하는 아줌마들을 야유하는 시선이 담겨져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주류 언론들이 한국산 문화콘텐츠의 일방적인 유입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기 시작한 것도
한류를 주춤거리게 만든 요인 중 하나다.
한류가 일방적으로 일본으로 유입되면서 한국이 경제적 이득을 가져가고 있지만
한국 내에서 일본 문화콘텐츠는 소비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어난 것.
한국 드라마의 일본공습이 본격화되던 지난 2005년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월 4일자 기사에서 '일본에서 한류가 불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일류가 보이지 않는다'며
한국문화가 일방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일본인, 한류는 끝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은 올 초에 중국, 일본 등 세계 11개국에서 한류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와 한류에 대한 소비 및 이용 행태를 조사해 신규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기초자료로 삼기 위해서다.
조사 결과 일본 내에서 한류 콘텐츠 이용량은 모든 장르에서 감소 추세를 걷고 있다.
드라마는 1년 전 대비 7.2% 감소했으며 영화는 3.6%, 음악은 6.9% 줄었다.
1년 후 예상에서도 드라마는 4.5% 감소가 전망됐으며, 영화는 3.6%, 음악도 3%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국민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류에 대해 현재 인기가 있다는 응답은 23.0%로
인기가 없다는 응답 30.3%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특히 1년 후 인기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50.8%였으며 인기가 있을 것이란 응답은 5.8%로 큰 격차를 보였다.
1년 후 한국 드라마 이용량 변화에 대한 질문에서는 증가할 것이라는 대답이 4.5%에 불과했으며
감소를 예상하는 응답은 52.8%에 달했다. 영화에 대해서도 증가를 예상한 답변은 3.6%, 감소는 52.1%였다.
음악에 대해서도 감소를 예상하는 대답이 51.9%로 절반을 넘었다.
일본에서는 거의 모든 장르에 걸쳐 한류 콘텐츠의 쇠퇴를 예상하고 있었다.
한류 스타의 광고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한류 스타가 상품광고에 나올 때 긍정적이라고 답한 사람은 23.0%였으며,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39.5%로 조사됐다.
특히 한류의 인기가 얼마나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무려 85.8%가 4년 이내에 끝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류의 문제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43.8%가 '역사적·정치적 이해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콘텐츠가 식상하다는 응답은 37.3%, 지나친 상업성이라는 대답은 36.8%를 차지했다.
지난해 8월 일본 교도통신은 한류 10년을 진단하는 보도에서 '한류가
동남아시아에 널리 침투했지만 일본에서는 일단락되었다'고 평가했다.
교도통신은 한국의 통계자료를 인용해 "2004~2005년에는 남이섬에 각각 10만명씩의 일본 관광객이 방문했으나 그 후 계속 감소해 지난해는 1만2000명에 그쳤다"며 일본 내 한류의 열기가 크게 식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내각부가 2012년 실시한 조사결과를 인용해 한국에 '친근감을 느끼는' 사람의 비율은 39.2%로 2011년의 조사보다 23.0%포인트 감소했으며 대학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하는 학생이 대폭 줄어, 한국에 대한 흥미도는 급감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