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의 이순신이 특허산업에 준 교훈
2014.08.17 18:06
수정 : 2014.10.24 10:06기사원문
요즘 극장가의 화두는 단연 '명량'이다. 이 영화를 계기로 이순신 장군의 희생정신과 솔선수범의 리더십이 부각되고 있다. 정유재란 초반부에 벌어진 명량대첩에서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우리 수군이 단 12척의 판옥선으로 왜선 330여척을 맞아 대승을 거둔 것을 소재로 삼았다. 세계 해전 역사상 전무후무한 승리의 요인은 단연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전략에 기인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승인은 바로 당시 조선 수군의 주력전함인 판옥선의 기술적 우수성에 있었다.
판옥선은 바닥이 평평하게 설계된 평저선(平底船)이다. 반면 당시 왜군의 주력선인 세키부네는 바닥이 뾰족한 첨저선(尖底船)의 형태였다. 평저선은 거친 물살에도 안정적이고 좌우 선회가 쉬운 장점이 있어 암초가 많고 물살이 거센 우리 바다에 최적이다. 또한 판옥선은 3층 구조로 구성돼 있는데 이는 해전에 절대 유리하다. 노를 젓는 노군들은 2층에 은폐돼 안정적으로 배를 제어할 수 있었고, 3층의 전투군은 위에서 적을 내려다보면서 전투를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판옥선의 또 다른 강점은 강도와 내구성에 있다. 단단한 재질의 소나무와 물에 젖으면 더욱 강한 결속력을 갖는 나무못으로 건조돼 삼나무와 쇠못으로 건조된 일본 세키부네에 비해 판옥선은 선체 강성이 훨씬 뛰어나다.
이순신 장군은 판옥선의 이러한 강성을 이용해 배끼리 부딪치는 공격전술인 '충파(衝破)'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다.
선조들의 후예답게 우리나라는 지금도 조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1~3위의 조선사가 모두 국내 업체이고, 세계 조선시장의 약 37%를 우리 기업이 점유하고 있다. 매년 3000여건의 특허가 출원될 정도로 조선분야 특허출원 역시 활발하다.
최근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사정은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아 보여 걱정이 앞선다. 일반상선 분야에선 중국의 급속한 성장으로, 2012년부터 수주량과 건조량에 있어 중국에 세계 1위의 자리를 내주고 있다.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이나 차세대선박, 해양플랜트 분야의 기술경쟁력도 경쟁국을 압도할 수준은 아니다. 대형조선소와 중소기자재업체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점도 우리 조선산업의 위기요인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날로 치열해지는 조선해양산업의 국제적 경쟁을 이겨나갈 수 있을까. 우리 선조들이 그랬듯이 우리도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부가가치 높은 분야를 선점하는 데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기술적 우위는 특허를 통해 무장돼야 한다. 친환경 차세대선박, 해양레저선박, 미래조선생산기술 등의 연구개발에 매진하되 특허 관점에서 기술획득 전략을 수립해 우리만의 기술을 강력한 특허로 보호할 때 우리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는 우리 조선해양업계가 국제적 기술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허청은 국가 특허전략 청사진 구축 5대 산업 중 하나로 조선해양산업을 선정해 조선해양분야의 미래 유망기술을 발굴하고 원천.핵심특허를 확보하기 위한 발전전략과 기술로드맵을 구축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 13일 개최된 관련부처 및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가스공사의 신규 액화천연가스(LNG)수송선 발주에 국산 핵심 기자재를 탑재하고, 미래 해양플랜트 유망시장인 심해.극지 환경대응을 위한 기술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명량해전을 앞두고 이순신 장군은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1세기 기술전쟁에서는 특허로 보호된 원천기술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순신 장군이 지금 이 시대에 있다면 우리 조선해양업계에 아마도 이렇게 충고하지 않을까 싶다. "핵심 원천특허 기술로 길목을 지키면 그 어느 경쟁기업도 두렵지 않다"고.
김영민 특허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