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중3 신분으로 최근 5개 대회서 3승 ‘괴력’..국가대표 선발 유력

      2014.09.10 13:20   수정 : 2014.09.10 13:20기사원문

'괴물'이 나타났다.

이재경(15·강진중3· 사진)이다. 이재경은 지난 7월22일부터 9월5일까지 최근 출전한 5개의 아마추어 대회서 3승을 거두었다. 그 중 베어크리크배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와 대보그룹배 매경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는 말 그대로 그룹을 구분하지 않고 통합으로 열린 선수권대회였다. 고등학생, 대학생 형님들과 겨뤄 당당히 정상에 선 것이다.
그것도 모두 마지막날 거둔 역전승이어서 의미가 크다. 우승을 놓친 나머지 2개 대회의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송암배 아마추어 선수권대회서는 마지막날 부진으로 4위, 허정구배 한국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서는 아쉽게 1타차 준우승에 그쳤다. 국내 아마추어 선수권대회서 중학생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현재 미국프로골프(PGA)투어서 활약하고 있는 노승열(23·나이키골프)이후 두 번째다. 노승열은 2006년 한국아마추어선수권대회서 중학생 신분으로 정상에 올랐다.

그런 이유로 이재경은 요즘 가장 '핫'한 선수로 통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름 석자 앞에 '대세남'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을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준우승으로 그는 내년도 국가대표 선발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고사리 손으로 골프채를 처음 잡은 지 딱 6년만이다. 부모의 넉넉치 않은 지원을 감안했을 때 그야말로 '폭풍' 성장세가 아닐 수 없다.

이재경은 전남 강진군 강진읍에서 소규모 콩나물 공장(강남식품)을 운영하는 이갑진(50)-장순주(48)씨 부부의 1남1녀중 둘째로 태어났다. 이재경이 골프에 입문하게 된 것은 순전히 두 살 위인 누나(지우) 덕이었다. 아버지는 처음엔 딸을 골프 선수로 키우려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어느날 딸을 연습장에 데리고 나가 재능 테스트를 했다. 그런데 결과가 신통치 않아 약간 낙심해 있었다. 그러던 차에 동행했던 재경이가 골프채를 휘두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잡은 것치고는 심상치 않다는 생각에 아버지는 딸에서 아들로 생각을 고쳐 먹었다.

재경이는 의외로 골프를 좋아했다. 그래서 2008년 10월에 광주에 있는 이동엽프로에게 아이를 맡겼다. 강진에서 광주까지 짧지 않은 거리를 1주일에 세 차례씩 레슨을 받으러 갔지만 단 한 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이후 아이의 기량은 그야말로 일취월장했다. 또래 선수들에 비해 체격조건이 좋지 않아 비거리는 떨어졌지만 '생존전략'으로 쇼트 게임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했다. 그러면서 전국대회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상비군에 선발되었다.

하지만 중학교에 진학한 이재경은 짧은 비거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작년까지만 해도 이렇다할 존재감이 없는 그저 그런 선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작년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전 탈락이 약이 되면서 중3인 올해는 완전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올 6월까지 서서히 '톱10' 입상 횟수를 늘리다 지난 7월25일 막을 내린 베어크리크배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서 우승하면서 부터다. 그 후 그의 행보는 한 마디로 거침이 없다. 이재경이 이렇듯 '무서운 아이'로 변한 것은 드라이버 비거리가 늘어나면서 부터다. 작년까지 평균 260야드였던 드라이버 비거리는 올해 15야드 가량 늘어 평균 275야드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체격조건이 작년에 비해 좋아진 것이 결정적이다. 그의 신장은 현재 174㎝, 체중은 82㎏이다.

거기에 많은 분들의 도움이 보태졌다. 올해로 2년째 이른바 '그림자 지도'를 해주고 있는 박소현프로를 비롯해 마음껏 연습 라운드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무안CC최재훈 사장과 군산CC의 박현규, 김춘동 회장,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후원해주고 있는 볼빅 문경안회장, 그리고 올해부터 클럽을 지원해주고 있는 야마하(오리엔트)골프 이갑종 회장 등이 이재경의 든든한 후원자다. 물론 최경주재단의 지원도 빼 놓을 수 없다.

그러나 그의 오늘을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은 그의 성실성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재경의 부모는 콩나물 재배에서 배달까지 손수해야 하므로 다른 주니어 부모들처럼 아이에게 '올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코치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있다. 최근 세 차례의 우승 순간에도 그의 부모는 현장에 없었다. 그것은 이재경의 부모님을 향한 애틋한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나이에 맞지 않게 왠만해서는 고생하는 부모님에게 짐을 지우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난 5일에도 혼자 집에 왔다. 그날은 허정구배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마지막날이었다. 고속버스를 타고 그가 강진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였다. 거기다 그의 손에는 두 개의 트로피와 골프백, 그리고 옷가방 두 개까지 들려 있었다. 명백한 금의환향이었지만 가족들 중 그를 반기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대목 장사를 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빴던 부모는 아이가 오는 줄도 모르고 그대로 곯아 떨어졌던 것. 부모님이 피곤에 지쳐 잠들었을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재경이는 터미널에 도착해서도 부모님께 전화하지 않고 그 짐들을 들고 걸어서 집에 왔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부모님의 콩나물 배달을 돕기까지 했다. 이재경은 "고생하는 부모님을 위해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다"고 말한다.

이재경은 어쩌면 오는 10월에 프로대회에 출전하게 될 지도 모른다. 오는 10월 9일 전남 순천시 레이크힐스 순천CC서 개막하는 KPGA코리안투어 KJ 초이 인비테이셔널 바이 프리젠티드 CJ 대회에 호스트인 최경주(44·SK텔레콤)의 초청에 의해서다. 물론 평가전을 통과해야만 한다. 최경주는 재단 후원을 받는 주니어 선수들을 상대로 두 차례의 평가전을 실시해 1위에게 초청장을 줘 본 대회 때 자신과 1, 2라운드서 동반 플레이를 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이재경은 "기필코 평가전서 좋은 성적을 거둬 최프로님과 동반 플레이를 하는 영광을 누리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스타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남자 골프에 이재경은 한 줄기 서광임에 틀림없다.
그가 써내려갈 미래에 골프팬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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