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자 인터뷰, 올리버 베틴·마크 옌들을 만나다
2014.11.18 17:07
수정 : 2014.11.18 22:14기사원문
글로벌 시대 지역경제를 선도하는 'First-Class 경제신문' 부산파이낸셜뉴스는 지난 5일 부산광역시와 BS금융그룹 공동주최로 부산 부전동 부산롯데호텔 3층 크리스탈볼룸에서 '제1회 부산 글로벌 금융포럼'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특히 이번 포럼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준공을 계기로 세계적 금융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부산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다. 이에 이번 포럼에 참석한 글로벌 금융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가올 부산 금융시장의 미래와 투자방향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조망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 올리버 베틴 도이치뱅크 아시아에셋파이낸싱 헤드
"부산이 국제 금융중심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재 놓인 복잡한 규제개혁 상황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빨리 적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향후 진행될 일련의 개혁 상황에 대비해 각계 전문가들이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깊은 논의를 해야 합니다."
올리버 베틴 도이치뱅크 아시아에셋파이낸싱 헤드(전무)는 지난 5일 제1회 부산글로벌금융포럼 강연 후 인터뷰에서 "급속히 진행되는 규제 개혁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틴 전무는 "부산의 강점을 잘 살릴 수 있는 해양금융에서 출발해 아시아 금융시장의 틈새를 잘 파고든다면 금융 허브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금융시장에는 많은 개혁이 있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규제개혁 흐름은.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인해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 지난 2008년 주요 20개국(G20)은 장외파생상품(OTC) 시장에 대한 중앙청산 제도와 증거금 규정, 거래후 보고사항 등을 책무화했다. 체계가 잘 갖춰진 중앙청산소(CCP)를 통해 표준화된 거래를 진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CCP를 거칠 수 없는 비 중앙청산 장외파생상품에 대해서는 증거금 규정을 적용했다. 일정한 자본 요건을 적용하면서 OTC 거래가 중앙청산소를 통해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것. 아울러 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해 거래후 보고를 의무화했다.
―미국, 유럽은 어떤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나.
▲미국이나 유럽 같은 대형 선진시장의 규제 개혁은 큰 틀에서는 어느 정도 완료됐다. 이들은 향후 개혁의 방향을 설정하고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다음 수순은 '크로스보더 거래(국경 간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생길 수 있는 각국 정부의 규제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유럽증권시장감독기구(ESMA)는 OTC 거래가 청산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청산은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ESMA는 금융상품투자침(MiFID) 개정안이 시행되는 2016년까지 청산거래 자격요건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경 간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면서 각 나라의 규제 차이로 문제가 발생한다. 규제 당국에서는 금융환경의 안정성과 자본시장의 통합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어떤 일을 추진하나.
▲최근 금융안정위원회(FSB)는 각국 금융당국 간 상호작용을 활발히 하고 국가 간 규제 사이에서 안정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OTC 규제를 성공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핵심 요소다. 이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각국 정부와 시장 담당자들은 여러 가지 계획(이니셔티브)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규제당국은 지난해 여름 일반적 규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협정을 체결해 이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범위를 넓히면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를 비롯한 전 세계의 규제당국자들이 크로스보더 규제를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마련했으며 OTC규제위원회(ODRG)를 통해 국가 간 규제 차이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규제개혁, 금융권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할까
▲산업 전반에 걸쳐 규제 당국의 개혁 속도는 빨라지고 그 복잡성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규제 변화를 빨리 포착하고 당국이 의도하지 않은 잠재적 영향에 신속하게 대응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규제당국은 조금 더 안정적인 금융시스템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위해 규제 당국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부산이 금융 허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먼저 부산이 다른 도시들과 비교해서 금융중심도시로서 어떤 강점을 갖췄는지 찾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해야 한다. 부산은 해양 금융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한국거래소가 위치한 도시라는 것을 강조할 수 있겠다. 다른 국제 허브도시와 마찬가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고 육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외국인들이 거주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도 마찬가지다. 특히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학 졸업 시 최소한 2개국어 이상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야 문제가 없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세계적인 행사로 키운 경험을 금융분야에도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주재원들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이나 학교 등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부산과 다른 국제 금융도시를 왕래하기 위한 교통, 국제 운송 서비스가 잘 돼 있어야 유리할 것이다.
―증권.파생상품과 관련한 규제, 부산의 금융허브 전략과 관련해 조언할 것이 있다면.
▲런던이 수백년에 걸쳐 금융 허브로 성장하고 싱가포르도 수십년 전부터 아시아의 금융 허브가 되기 위해 준비해왔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고 또 그 기간에 추진해나갈 의지가 있어야 하는 일이다. 아울러 현재 존재하는 싱가포르나 홍콩 같은 금융 허브와 정면으로 대결하기보다는 틈새를 파고드는 방법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해양, 선박 같이 부산의 특수성을 기반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규제에 따라 금융 시장의 흐름은 끊임없이 바뀔 것이다.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년간 이어질 부산시의 발전을 기대한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
■ 올리버 베틴은 8년 전 싱가포르에 부임… 중앙청산소 위기 관리 맡아
올리버 베틴 도이치뱅크 아시아에셋파이낸스 헤드는 도이치뱅크의 런던, 뉴욕, 제네바 지점에서 위험 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8년 전 싱가포르에 부임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신용위험조정(CVA) 부문을 맡았다. 2012년부터는 도이치뱅크 아시아의 유동자산 재정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앙청산소(CCP) 위기 관리도 그의 소관이다. 그는 홍콩 거래소 자회사에서 이사직을 맡으며 장외파생상품(OTC) 청산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맨체스터 대학에서 물리학 명예 학위를 처음으로 취득했다. 박세인 기자
■마크 옌들 지옌그룹 부국장
"부산은 글로벌 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기술력과 기반시설, 비용 효율성 및 거시적 환경 등 다양한 장점을 갖추고 있는 만큼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도시다. 다만 약점으로 지적된 지역적 한계로 인한 낮은 도시 인지도나 개방성, 그리고 경직된 노동시장과 각종 규제 등을 보완해 나간다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마크 옌들 지옌그룹 부국장은 지난 5일 제1회 부산글로벌금융포럼 강연후 인터뷰에서 "부산이 홍콩, 싱가포르, 뉴욕 등처럼 국제적인 금융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선 부산의 강점을 세계 시장에 알리고 인지시키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즉 세계금융센터로 도약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교육 및 인적자본의 혁신적인 환경 조성과 외국 투자자본에 대한 경제적인 개방성의 여지를 확대하는 등 금융 클러스터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마케팅 수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국제 금융시장의 전통적인 모습은 상대적으로 우월한 경제규모를 갖고 있고, 국제자본의 유출입 거래 등을 위해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중심지를 뜻했다. 그러나 지금은 판도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그렇다. 현재 국제 금융시장은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금융센터 한두 곳에 의해 벌어지는 일들이 아니다. 과거에 비해 지금은 국제무역과 해외투자 등에 따른 국제 금융거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단기금융시장이나 자본시장, 파생금융상품시장 및 외환시장 등이 서로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말하자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런던, 뉴욕, 도쿄, 홍콩에서부터 신흥 금융도시인 싱가포르, 상하이, 베이징, 그리고 최근들어 아시아 센터에서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서울과 부산까지 모든 지역들이 서로의 영향권 아래 위치해 있는 등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금융센터 한 곳이 국제 금융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특히 국제 금융시장의 주요 특징에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다. 먼저 주식시장의 자본화, 자본 접근성 및 채권·주식 등의 거래 규모 등도 중요하다. 또 세계 부동산 지수나 삶의 질, 물리적인 자본의 연결성과 인적자본의 정도, 인간개발지수 등 심지어 살인율까지도 금융시장의 척도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단순히 한 국가의 경제규모나 자국통화의 국제통용력 등만을 계량화, 수치화한 모습이 국제 금융시장의 수준이라고 볼 순 없다.
―지옌그룹에선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국제 금융시장 내 여러 도시들의 센터 수준을 지수화해 매년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맞다. 우선 한국 내 대표적인 금융도시를 꼽자면 서울과 부산이 있다. 우리 연구기관에서 조사한 금융센터지수(GFCI)를 보면 서울은 종합순위 8위를, 부산은 80개 이상의 센터들 중 28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순조로운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서울의 경우 지난해 9월 10위를 기록한 데 이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선 홍콩과 싱가포르, 도쿄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부산의 성장세가 놀랍다. 그간 순위권에 포함되지 못했던 부산은 올해 들어 급성장을 보이면서 국제 금융도시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분명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부산을 예를 들자면 사업환경 부문에서 최종 순위보다 높은 17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금융발전도는 아직 44위에 머물고 있다. 이는 아직 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이뤄내야 할 부문이 많은 도시라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상징성도 내포하고 있다.
―국제 금융도시와 비교해봤을 때 한국 금융시장의 현주소는.
▲앞서 얘기한 부분에 주목하자. 평가 결과 세계적인 중심지들과 견줘봤을 때 서울과 부산이 착안해야 할 점은 바로 국제 금융도시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는 잠재력이다. 이미 다른 아시아 센터들보다도 부산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조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현재 선두그룹에 속한 런던과 뉴욕 등 선진 시장들은 약간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하위권 내 도시들과 비교해 보면 상위권 내 도시들 간의 격차도 점차 줄어들고 있을 정도다. 이제 판도가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을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금융시장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현재 선진화된 금융센터들이 갖고 있는 인지도와 금융클러스터 기반 등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이 국제 금융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부산은 한국의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점을 대표할 만한 도시로서 기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이미 지역 금융시장에선 선진적인 역할을 잘하고 있다. 특히 다른 도시들에 비해 비용 효율성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국제적인 인지도다. 부산의 강점을 세계시장에 알리고 인지시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세계적인 기업과 인재들을 부산으로 적극 유치해야 한다. 국제회의 및 국제박람회와 더불어 국제적 위상이 높은 설문조사에 부산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외에도 항공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접목해 수준 높은 수송, 에너지 및 ICT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
■ 마크 옌들은 세계금융중심지지수 주요 필자이자 공동창업자
마크 옌들 지옌 그룹 부국장은 세계금융중심지지수(GFCI)의 주요 필자이자 공동창업자이다. GFCI는 지난 2007년 3월부터 6개월에 한 번씩 발간된다. 마크 옌들은 GFCI를 시작할 때부터 프로젝트매니저 및 주요 필자로 활동 중이다. 특히 자금세탁 연구 프로젝트 관리와 최상의 실행 준수 자동화를 포함한 지옌의 최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기후변화 협상의 정치학을 시연하는 역할놀이 게임을 개발했다. 한편 마크 옌들은 카스 경영대학원에서 회사 재정 및 국제 마케팅을 전공해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고민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