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지주사 사외이사 겸직금지.. 특정직군 쏠림 막는다
2014.11.20 17:30
수정 : 2014.11.20 22:08기사원문
사외이사제도 대수술.. 자기추천 원천 금지 상호추천 사유 명확히 기재
CEO 공백 최소화.. CEO 승계계획 매년 공시 KB같은 사태 미연에 방지
지배구조 연차보고서 도입.. 시장·주주 감시기능 강화 정기주총 30일 전 공시
금융위원회가 20일 금융발전심의회를 통해 발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의 핵심은 지속적으로 운영상 허점을 드러낸 사외이사제도의 전면 손질이다.
그간 KB사태 등에서 보듯 금융사 사외이사들은 전문성은 낮으면서 권한만 고수한 채 무책임한 행태를 보여왔다. 또한 금융사 사외이사는 특정한 공통의 배경이나 직업군에 쏠리면서 자기 권력화되고, 활동성은 낮으면서 과도한 특권을 누리는 경향도 강했다. 이런 사외이사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금융당국이 꺼낸 카드가 모범규준인 것이다.
이번 모범규준의 내용은 사외이사·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전문성 강화, 사외이사의 선임 과정 투명화, 사외이사 임기 2년→1년 축소, 사외이사 2개 이상 겸직 금지, 최고경영자(CEO) 승계 계획 공시, 임직원 보수 총액 공개, 지배구조 연차보고서 도입 등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일부 사례가 보여주듯이 금융사 지배구조의 난맥상은 주주가치와 해당 회사의 건전경영을 위협할 뿐 아니라 금융시스템 안정과 신뢰까지 훼손할 수 있다"면서 "특히 이사회·사외이사 제도와 관련해 구성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비롯해 이사회가 자기권력화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선임부터 평가, 공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개선하겠다"고 역설했다.
■사외이사 자기 추천 금지
지배구조 모범규준 적용 대상은 자산 2조원 이상인 지주사, 은행, 금융투자업자, 보험사, 여신금융사, 저축은행 등이다. 전체 금융사 551개 중 118개가 해당된다. 다만 자산운용사의 경우 자산이 2조원 미만이더라도 운용자산이 20조원 이상이면 추가로 규준을 적용받게 된다. 이런 자산운용사는 9개다. 사외이사 및 성과보상 모범규준을 적용받지 않던 여신금융사, 성과보상 모범규준을 적용받지 않던 저축은행도 이번 모범규준을 적용받게 된다. 그러나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과 신협 등 상호금융조합은 이 규준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모범규준의 핵심은 교수 중심의 사외이사 편중 현상 해소다. 실제 지난 9월 기준 4대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 출신 직업을 살펴보면, 교수·연구직이 1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공무원 4명, 법조인 3명, 기업인 4명, 금융인 4명, 회계전문가 1명 등이다. 교수가 전체의 50%를 차지한 셈이다. 따라서 모범규준에서는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구성 시 특정 직군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하게 구성토록 제한했다.
금융업에서 중요도가 높고 소유권이 분산되어 있는 은행과 은행지주 사외이사의 임기는 2년에서 1년으로 축소된다. 전체 임기도 5년이 넘지 않도록 제한된다. 다만 보험·금융투자·여신전문회사 등 제2금융권의 임기는 현행대로 3년이 유지된다.
추천방식도 개선된다. 자기추천이 금지되고 상호추천의 경우 후보 추천자와의 관계 및 추천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특히 현재 사외이사의 재임을 위해 추천하는 경우 추천사유에 사외이사 평가결과와 사추위의 검토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첨부해야 한다.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의 경우 사외이사 겸직을 할 수 없게 된다.
사외이사의 활동을 검증하기 위한 평가도 강화됐다. 자체 평가가 매년 실시되고 2년마다 이뤄지는 외부 기관 평가도 진행한다. 외부 평가는 권고사안이다. 외부 평가기관으로는 한국지배구조원,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 대학부설연구소, 민간연구소, 회계법인, 로펌 등이 있다. 평가 시 평가 여부뿐 아니라 세부 평가 기준과 절차, 결과 등을 연차보고서를 통해 공시토록 했다. 사외이사 보수도 개인별 활동내역과 개별 보수 지급내역을 연차 보고서에 공개해야한다.
■CEO 승계 계획 구체화
금융회사의 안정적 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CEO 승계 계획도 구체화됐다. CEO 공백으로 인한 오너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예컨대 KB사태에서 회장이 갑자기 물러난 후 후임 회장을 선임하는 데 장기간이 소요되면서 부작용이 빚어졌던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따라서 금융사는 누가, 언제, 어떤 절차로 CEO를 선임해야 하는지 촘촘하게 CEO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사는 매년 1회 이상 CEO 승계계획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공시해야 한다. CEO 승계 계획에는 승계 소요기간 및 선임절차, 승계 프로세스별 담당 주체와 역할, 회사의 경영전략에 비춰 CEO에게 요구되는 전문성과 자격, CEO 후보관리군 등이 필수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선진 금융기관의 경우 신임 CEO 선임에 약 2~3주가 소요되며 2~3개월을 넘길 경우 '사고'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대 차원에서 '지배구조 연차보고서' 제도도 도입된다. 지배구조를 정기적으로 작성·공시해 시장과 주주의 감시기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연차보고서에는 CEO승계 내부 규범 및 구체적인 승계 절차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금융사들은 매년 정기 주총 30일 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또한 사외이사들이 안건에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수 있도록 회의자료를 이사회 개최 2주일 전(현재 1주일 전)에 제공토록 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전선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