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펀드매니저 '텃새'로 변해도 문제
2014.11.20 17:42
수정 : 2014.11.20 17:42기사원문
관리부실·수익하락 우려, 타 펀드 손실 떠넘기기도
잦은 이직 탓에 '철새'로 불렸던 펀드매니저들이 텃새가 됐다. 장기적인 수익률 관리 측면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다. 그러나 몇몇 운용사는 여전이 매니저 한 명이 수십개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1인당 관리하는 펀드수가 많을수록 펀드관리가 부실해지고, 증시 변동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수익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월 초 기준 54개 자산운용사에서 일하는 펀드매니저 606명의 평균 근무기간은 5년1개월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4년 7개월보다 6개월이 늘어났다.
펀드매니저의 평균 재직기간은 2008년 1월 3년, 2009년 3년, 2010년 1월 3년5개월, 2011년 1월 3년9개월, 2012년 1월 4년6개월 등으로 해마다 길어지는 추세다.
평균 근무기간이 가장 긴 자산운용사는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8년)이다. 이어 도이치자산운용(7년4개월), 하나자산운용(7년3개월), 우리자산운용(7년1개월), 하나자산운용(6년11개월), JP모간자산운용(6년2개월), 피델리티자산운용(6년1개월), 삼성자산운용(6년2개월) 등도 매니저들이 6년 이상 근무하고 있다.
35명의 펀드매니저가 활동하고 있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근무기간이 5년1개월로 평균을 웃돌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펀드매니저 33명)과 신영자산운용(16명)은 각각 5년3개월, 5년7개월의 근속기간을 보였다.
반면, 메리츠자산운용(1년9개월), 피닉스자산운용(1년7개월), 코스모자산운용(1년6개월), 흥국자산운용(1년7개월), 알파에셋자산운용(1년8개월),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1년8개월)등은 펀드매니저들의 평균 근무기간이 채 2년을 넘지 않았다.
펀드매니저의 근속기간이 늘고 있는 것은 펀드 운용방식이 점차 펀드매니저 개인에서 '팀' 운용으로 바뀌면서 스카우트 경쟁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계속된 환매로 펀드시장이 침체에 빠지자 비싼 몸값을 지불하며 펀드매니저를 영입하려는 운용사 수요도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펀드매니저의 장기 근속은 수익률에도 긍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펀드매니저의 잦은 교체는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증권이 지난 2009년에서 2012년 4월까지 펀드 매니저 교체와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10~309명의 펀드매니저가 바뀐 그룹의 수익률은 평균 54.4%였다. 반면 310~609명이 바뀐 곳의 수익률은 42.8%로 집계됐다.
그러나 펀드 매니저들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다.
11월 초 기준 54개 자산운용사들의 펀드매니저 한명이 운용하는 펀드수는 평균 6개였다. 이는 연초와 2013년 1월 5개에 비해 각각 1개가 늘었다. 펀드매니저는 연초 603명에서 3명이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펀드수는 3295개에서 3446개로 증가했다.
전문가들과 업계는 펀드운용 인력이 관리하는 펀드수가 많을수록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관리하는 펀드가 많아지면 소규모 펀드를 약관과 달리 대규모 펀드에 편입시키거나 심지어 다른 펀드의 손실을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