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한옥 체험, 테마가 있는 ‘과거로의 여행’
2014.12.04 10:20
수정 : 2014.12.04 10:20기사원문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12월. '한옥'이라는 색다른 공간에서 또다른 계절을 맞이하는 건 어떨까. 한국관광공사는 '테마가 있는 한옥'이라는 주제로 전남 구례 쌍산재를 비롯해 충남 서산 계암고택, 경북 청송 한옥민예촌, 강원 영월 우구정가옥, 경기 연천 조선왕가 등 5곳을 이달에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했다.
■지리산과 섬진강에 기댄 명당, 쌍산재
지리산에 기대어 섬진강을 바라보는 전남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 일대는 풍수지리의 대가로 꼽히는 도선국사가 머물며 그 이치를 깨달았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사도리 상사마을에 자리한 쌍산재는 약 1만6500㎡(약 5000평)가 넘는 집터에 살림채 여러 동, 별채와 서당채 등 부속 건물, 대숲, 잔디밭까지 갖춘 집이다. 모든 건물이 숙소로 꾸며져 호젓하고 편안한 한옥 체험이 가능하다. 주인장의 고조부가 지은 서당인 쌍산재가 그대로 남아 있고,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인 당몰샘이 집 앞을 지킨다. 사도리와 이어지는 토지면 오미리는 천하 명당 '금환락지'로 알려진 마을이며 지난 1776년 지어진 고택 운조루와 1929년 지어진 곡전재가 있다. 따뜻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지리산온천랜드도 일정에 넣어보자.
■300년 시간을 오감으로 느끼자, 계암고택
충남 서산의 계암고택은 300년 정도 되는 옛집이다. 솟을대문 옆으로 길게 돌담이 뻗고, 담장 위로 날아갈 듯 사뿐히 치켜올린 고옥의 추녀가 아름답다. 밤이면 창호문 사이로 은은한 달빛이 새어든다. 북풍한설이 매서울수록 아궁이에 장작불 지펴 구들장을 데운 아랫목이 더욱 반갑다. 행랑채와 사랑채 앞마당은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요, 단아한 기와집에서 행하는 전통음식 만들기 등 고택 체험은 여행객에게 고향같은 포근함을 선물한다. 소박하지만 위엄이 흐르고 치장하지 않아도 시와 음악이 절로 나는 멋스러운 정취가 스며 있다. 고택 체험을 한 뒤에는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의 신비한 미소에 놀라고, 개심사에서 자연을 닮은 돌계단과 휜 나무로 부재를 삼아 지은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흥선대원군의 박해로 천주교도들이 피의 순교사를 써 내려간 해미읍성도 근처에 있다.
■선조들의 일상을 체험해볼까, 청송한옥민예촌
경북 청송의 고택을 모델로 지은 청송한옥민예촌에 가면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한옥이 여러 채 있다. 대감댁, 영감댁, 정승댁, 주막 등 집마다 생김새와 구조가 달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담한 방엔 고가구가 멋스러우며, 선조들의 생활 방식을 느껴보도록 TV는 두지 않았다. 마당에서 전통놀이를 하고, 마을을 산책하고, 책도 보면서 '심심한 재미'를 느껴보는 게 청송한옥민예촌의 한옥 체험이다. 덕천마을 송소고택, 읍내에 있는 운봉관과 찬경루까지 둘러보고 각기 다른 한옥의 멋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겠다. 약수로 끓인 닭백숙을 별미로 자리잡게 한 달기약수와 물에 반사된 왕버들이 인상적인 주산지가 잘 알려진 명소라면, '길 위의 작가'로 불리는 김주영의 객주문학관은 새롭게 등장한 명소다. 비단결 같은 온천수가 자랑인 솔기온천까지 들르면 청송 여행이 마무리된다.
■따뜻한 온기가 담긴 옛집, 영월 우구정가옥
겨울의 문턱에서 한옥 여행을 꿈꾸는 것은 따뜻함에 대한 추억과 동경 때문이다. 강원 영월 조견당과 우구정가옥은 겨울에 가볼만한 따사로운 전통 한옥이다. 100년 세월을 넘어선 두 옛집은 서로 다른 개성으로 여행을 부추긴다. 주천면 조견당(김종길가옥)은 옛것과 새것이 조화를 이룬 한옥이다. 안채는 조견당에서 유일하게 옛 모습이 보존된 공간이며, 새롭게 단장한 사랑채는 깔끔한 외양으로 길손을 반긴다. 조견당에서는 이곳 종부가 들려주는 한옥 이야기에 귀 기울이거나 다도 체험에 참가할 수 있다. 또 남면 우구정가옥은 전통 시골집의 정서가 남아 있는 한옥이다. 방은 안채, 건넌방, 사랑방으로 단출하다. 이 방은 모두 장작으로 구들에 불을 때며, 툇마루가 붙어 있는 창호 문을 열면 아늑한 시골 정경이 펼쳐진다. 조견당과 우구정가옥은 강원도 문화재자료로 등록됐다.
■연천으로 옮겨 앉은 황손의 집, 조선왕가
서울시 명륜동 성균관대 기숙사에 터를 내주고 경기 연천의 새로운 터로 옮겨 앉은 조선왕가의 본채 염근당. 집을 옮기기 위해 해체하던 중 고종 황제의 손자 '이근'의 집이라는 상량문이 발견됐다. 높은 기단 위에 우뚝 자리한 염근당은 일반 민가에서 보기 힘든 곧게 뻗은 기둥과 서까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디 하나 금 가고 터진 곳이 없는 자재는 모두 궁궐을 지을 때 쓰이는 금강송을 잘 말려 사용했다. 연천평야가 한눈에 들어오는 누마루가 인상적인 사반정과 어우러져 'ㅁ'자 마당을 완성하는 염근당 뒤편엔 별채인 자은정이 있다. 모두 황토로 벽과 바닥을 채워 힐링을 위한 장소로 재탄생됐다. 고려 왕들의 위패를 모신 연천 숭의전지, 임진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연천 당포성,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전곡선사박물관도 연천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yccho@fnnews.com 조용철 레저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