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경상수지 900억불 넘보나...수출수입 동시 감소 '빛바랜 성적표'
2014.12.30 16:00
수정 : 2014.12.30 16:00기사원문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1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114억1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이는 종전의 최고기록인 지난해 10월(111억1000만 달러)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에따른 11월 누적 경상수지는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73억5000만 달러(9.9%)많은 819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미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 기록(811억 달러)을 넘어선 상태다.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간 실적은 당초 한은의 전망치(840억 달러)를 무난히 달성하고 900억 달러대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 흑자행진은 2012년 3월부터 지속됐다. 1986년 6월부터 3년 2개월 동안 이어진 최장 흑자 기록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내역을 따져보면 마냥 좋아할 수 만은 없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역대 두 번째로 컸던 지난해 10월만 해도 승용차·반도체·스마트폰 수출 호조로 수입보다 수출이 더 크게 늘었으나 이번엔 양상이 다르다. 주력산업의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줄어든 가운데 국제유가 하락으로 흑자폭을 늘렸기 때문이다. 11월 수출은 502억달러로 지난해 동월대비 4.8% 줄었다. 특히 철강제품(-17.5%), 디스플레이패널(-14.1%) 자동차부품(-3.7%)의 수출 감소폭이 컸다. 수입은 400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10.4% 감소했다. 이런 감소 폭은 작년 2월(-14.5%)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것이다. 원유(-8.6%), 석유제품(-7.5%), 화공품(-4.7%) 등의 수입이 크게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흑자의 '질'이 떨어진 것이다.
다만, 경상수지 흑자 확대는 국내 달러 보유량 증가로 이어지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및 러시아발 금융위기 등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에 안전핀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지금과 같은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유지된다면 내년에 신흥국 몇 나라가 외환위기에 빠진다 해도 우리나라로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