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연상케하는 건물 눈길 교통·기반시설 없어 황량함도

      2015.02.03 16:54   수정 : 2015.02.03 16:54기사원문
대구혁신도시 내 가스공사 가보니
세종청사서 3시간30분
11개 기관 들어오지만 주변에 편의점도 없어
직원들은 원룸서 출퇴근

【 대구=정지우기자】 지난달 말 한국가스공사가 들어서 있는 대구혁신도시. 정부세종청사 인근의 오송역에서 동대구역까지 거리는 175㎞로 고속철도(KTX)로 1시간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정부세종청사와 가스공사까지 실제 거리는 훨씬 아득했다. 혁신도시의 경우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신생지역'이기 때문이다.

가스공사에 가려면 동대구역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고 11개 정거장을 거쳐 4-1번 마을버스에 올라야 한다. 그러나 마을버스마저 이용하기 만만치 않았다.
운행 간격이 23분으로 긴데다 노선도 애매해 자칫 다른 방향의 버스에 오르기 쉬워 보였다. 지하철에서 내려 걸어가기엔 더욱 무리가 있다. 일단 지도상 거리가 15㎞였고 길도 복잡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몇 달이 지났지만 여태껏 대중교통을 이용해보지 못했다"면서 "덕분에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장롱면허'를 다시 꺼내는 기회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버스에서 내려 700m를 더 언덕길을 오르자 중앙교육연수원보다 300여m 깊숙한 곳에 가스공사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초행이었기 때문인지 오송역에서 가스공사까지 3시간30여분이 걸린 셈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자주 다니다 보니 세종청사는 그나마 가까운 편"이라며 "서울 광화문이나 여의도 국회로 가려면 반나절 이상을 각오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 출장을 가더라도 다음날 대구 일정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다시 대구로 내려와야 한다. 이로 인해 가스공사 직원들은 가급적 서울이나 세종 출장은 한꺼번에 몰아 타이트하게 진행한다고 했다.

가스공사 건물과 주변의 경관은 '황폐하고 거칠었으며 쓸쓸'했다. 혁신도시엔 가스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감정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 11개 기관이 입주했거나 할 예정이지만 지역기반 시설은 여전이 부족한 탓이었다.

'대구'라는 큰 도시를 옆에 끼고 있어서 나주혁신도시나 2년 전 정부세종청사에 견줘서는 사정이 나은 편이었으나 그곳에서 자급자족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식당도, 병원도, 편의점도 현장엔 보이지 않았다. 비리에 얽혀 수장은 잃은 가스공사의 현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가스공사는 850여명의 직원 중 150여명이 가족과 함께 대구로 내려왔다고 했다. 가스공사는 복지 차원에서 300여명이 사용할 수 있도록 원룸을 마련했지만 일반 직원에게 해당되는 사항이다. 간부는 여기에 들어갈 수 없다.

가스공사 한 고위급 관계자는 "간부가 (원룸에)들어가면 직원들이 불편할 것"이라면서도 "간부가 더 쓸쓸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하 1층, 지상 12층으로 지어진 가스공사 내부는 근래 공공기관의 정보유출 등을 의식한 듯 보안이 엄격했다. 정문부터 안전 혹은 방호 요원이 배치돼 방문 목적과 면담자 등을 꼼꼼히 물어봤다. 현관에서도 신분증과 출입증을 교환해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능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국가 보안시설이라서 엄격할 수밖에 없다"며 "요즘 (정보유출)상황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건물은 미적 감각은 있었으나 이로 인해 실용성은 오히려 떨어져 보였다.
층과 층 사이를 이동하려면 길게 돌아가야 했고 복도도 좁았다. 공공기관 건물이 아니라 문화기관이나 예술과 쪽이 어울려 보였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최첨단 지능형 녹색건축 실현을 위해 일반 건축물 대비 50%의 에너지 절감 기능을 갖춘 건물"이라면서도 "경관에 지나치게 신경을 썼다는 지적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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