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무라 히사시 료코쿠대 명예교수 "서민금융 협력체계 구축 위해 한·일 지역민들 교류해야"
2015.02.12 17:15
수정 : 2015.02.12 21:58기사원문
지역공동체 자립이란 관점에서 대안 경제체제를 얘기한 '공생의 사회 생명의 경제'의 저자 나카무라 히사시 료코쿠대학교 명예교수(사진)는 한국과 일본 간 서민금융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정부 대 정부의 관계 이전에 사람 대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파이낸셜뉴스와 서민금융협의회 공동 주최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5 서민금융포럼 및 서민금융대상'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나카무라 교수는 "지역 신용조합을 주로 이용하고 있는 일본의 지역민들과 한국의 지역민들 사이에 자발적인 교류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후두암 수술을 받아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태에서도 나카무라 교수는 서민금융을 넘어 현재의 경제·금융체제 등 다양한 질문에 막힘 없이 고견을 쏟아냈다. 기존 인식을 뒤엎는 파격적인 시각을 제시하면서도 인간과 환경에 대한 신뢰를 밑바탕에 둔 '나카무라식 경제철학'의 핵심 키워드는 '지속가능한 경제'다. 그는 "경제발전과 성장을 계속 추구해야 한다는 인식을 전환하는 데서부터 지속가능한 경제체제를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간 서민금융 시스템의 발전 방안은.
▲중앙은행이라는 금융 시스템이 없던 과거에 일본은 '다노모시', 한국은 '계'라는 일종의 서민금융 시스템의 시초 격이 될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 근대화 이후에 중앙은행이 생기고 한 국가의 화폐가 통일되면서 다노모시와 계는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일본은 지역마다 신용금고 형태의 신용조합이 발전을 했다. 과거의 다노모시가 현대의 금융시스템에 맞게 발전을 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일본 대기업의 금융을 대형은행이 담당한다면 신용조합은 각 지역민의 금융을 대부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계라는 과거 풍습이 금융시스템으로 발전된 형태를 찾기 힘들다. 한국 역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서민금융체계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신용조합을 이용하고 있는 일본 지역민들과 한국의 지역민들 사이에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 한국의 협동조합들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경제발전 요소로 강조하는 '순환성'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면.
▲순환성은 굉장히 중요하다. 경제에 순환성이 없다면 우린 폐기물로 둘러싸여서 살게 되는 것이다. 재활용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는 순환성이 중요한 이유다. 세계적으로 산업재해로 인해 지역민들이 고통 받는 사례가 많다. 건전한 경제발전을 위해 순환성이라는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빈부격차를 해소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기 위한 방안은.
▲근대화 전에는 부동산, 노동, 신용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는데 근대화 이후 이 같은 시장들이 경제를 장악하고 있다. 근대화 이후 새롭게 생긴 시장 요소가 경제 전체를 장악하면서 생존을 위한 경쟁이 강해졌다.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제다. 서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국가를 넘어 경제 주체로서 사람들 간 협력이 필요하다. 인간적인 상생의 길을 모색할 때다. 예컨대 독도의 경우를 보면 영토분쟁으로 인해 동아시아 정부 간 시끄럽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사람들은 독도 주변에서 어업을 하며 서로 도와줄 수 있다. 정부의 개념 없이 사람들끼리 서로 도우면 경제는 지속가능하게 발전해 나갈 것이다.
―바람직한 정부의 역할은.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것이 맞다. 시장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까지 정부가 과잉으로 개입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해외 노동력 차원에서 문제가 크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값싼 노동력을 해외에서 구해오면서 파생되는 문제점이 커지고 있다. 사회적 불안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과 인건비를 받는 사람 간의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노동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봐도 정부가 강한 것보다는 약한 것이 좋았다.
―한국에서 대안 경제로 부각되는 모델이 복지국가다. 정부의 역할이 강화되는 복지국가 경제체제에 대한 입장은.
▲복지국가 모델에 대해 반대한다. 스웨덴, 덴마크 등 복지가 발달된 북유럽을 많이 갔었지만 그 나라 역시 문제가 많았다. 특히 이주민에 대한 복지 혜택 문제가 컸다. 자국민에게 주는 복지혜택 수준을 이주민에게도 부여해야 하느냐는 게 끊이지 않는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인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도 많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다른 요소들과 합쳐져 복지국가 모델은 사회적 갈등을 야기시키는 체제라고 생각한다.
―사회안전망 확충에 대한 입장은.
▲정부에 의해 강제되는 복지는 태생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다. 복지국가의 이주민에 대한 복지 문제와 같이 정부의 예산이 복지에 많이 쓰여도 복지정책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확충한다는 인식에 앞서 사람들 간의 공동체적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사회에서는 사람들 간 협력으로 자연스럽게 복지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지역공동체 자립 경제가 국가의 경제발전을 견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제발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 국가가 지속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없다. 경제발전만이 지상 최대의 과제라는 인식도 잘못됐다. 계속해서 발전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지속가능한 경제를 추구해야 한다. 계속해서 의식주를 충족시키고 일할 수 있으며 공부할 수 있으면 지속가능한 경제다. 지금처럼 경제성장과 발전을 위해 무한경쟁을 하다 보면 재앙이 닥칠 가능성이 높다. 경쟁에서 승리한 쪽과 패한 쪽 간 양극화로 인한 갈등이 상상 이상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한국 역시 서울, 부산 등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지역경제가 망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모한 경쟁을 통한 발전은 의미가 없고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제체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지역공동체 경제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역공동체 경제 역시 정부 주도가 아니라 실제 그 지역에서 사는 지역민들의 협력을 통해 이뤄내야 한다.
―안중근 의사를 존경한다고 들었다. 일본에서는 테러리스트라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완전히 편협한 관점에서 보면 테러리스트다. 역사적으로 간디나 조지 워싱턴 등을 누구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지 않는다. 자국을 위해 다른 국가에 저항한 사람을 테러리스트라고 할 수 없다. 안중근 의사는 한국의 국민적 영웅이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약력 △일본 교토대학교 농업경제학 박사 △일본 개발경제연구소 연구 책임자 △일본 료코쿠대학교 경제학부 교수